한진해운 매출채권 담보 조건…“물류 대란 우선 해소 위해”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한진해운의 대주주인 대한항공이 21일 한진해운에 60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조건은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한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이같은 결정은 한진해운에 대한 지원이 늦어지면서 하역료 체납등 한진해운의 채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법원 파산부의 경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게다가 금융감독원이 시중은행에 한진그룹 전체 계열사의 여신현황과 건전성 분류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함으로써 한진그룹을 압박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대한항공은 이날 오후 7시30분 긴급 이사회를 열고 한진해운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대여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에 대한 600억원 지원은 절차가 완료되는 즉시 집행할 예정이다.

이로써 한진그룹은 애초 발표한대로 지난 13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 400억원과, 이번에 대한항공이 지원하는 600억원 등 총 1,000억원을 지원하게 됐다.

애초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미국 롱비치터미널 지분을 담보로 할 계획이었으나 이미 담보권을 가진 해외 금융기관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한진해운의 매출채권은 주로 운송비로 구성되며, 금액은 2,000억원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받지 못하는 채권이 있는 등 담보 가치를 산정하기가 어려워 600억원을 모두 채우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조 회장은 금융기관에 ㈜한진과 한진칼 주식을 담보로 대출받아 마련한 400억원을 지난 13일 한진해운에 입금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도 100억원을 내놓았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김정만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19일 감독관청인 해양수산부와 산업은행, 부산항만공사, 한진해운 등 관계자들과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법원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매우 급박한 만큼 한진해운과 이해 관계인에 대해 적극적이고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당장 닥친 물류 대란을 해소하지 못하면 한진해운의 회생 가능성은 더 어려워진다는 위기감을 전달한 것이다.

법원에 따르면 현재 하역 지체로 발생하는 용선료와 연료비만 하루 약 210만 달러(한화 23억5,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하역이 원활히 진행됐다면 절감할 수 있는 비용으로 법원은 파악했다.

법원은 하역이 계속 지체되면서 화주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되는 상황을 우려했다. 현재 한진해운 선박에 적재된 화물 가액은 약 140억 달러(15조6,000억원)로 추산된다. 법원 관계자는 "해운업계 관행에 비춰 약정 운송 시기로부터 약 3, 4주일이 지나면 화주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법원은 이 같은 용선료나 화주들의 손해배상 채권은 모두 공익채권에 해당한다고 관계자들에게 설명했다. 공익채권은 세금·4대보험·임금등과 같이 채무조정의 대상이 되지 않고, 회생채권보다 우선해서 갚아야 하는 빚이다.

법원은 이에 "회생 절차 개시 후 발생한 미지급 용선료가 이미 400억원을 넘었고, 화주의 손해배상채권은 보수적으로 추정해도 조 단위의 금액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렇게 되면 회생계획 수립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한편 지난 19일 시중은행에 23일까지 한진그룹 전체 계열사의 여신 현황 및 건전성 분류 현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통지했다. 정상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여신현황 파악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신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한진그룹 전 계열사의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에 많은 지원을 한 상황에서 건전성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진그룹의 은행권 여신을 8조원가량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다. 이 중 대부분이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여신이다. 이는 명분이라고 볼수 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의 하역비 지원이 지연되면서 금융당국이 한진그룹을 압박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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