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라이브 에이드부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MBC의 재방영까지

[공감신문] 고진경 기자=33년 전, 영국과 미국에서 영원히 전설로 남을 공연이 펼쳐졌다. 1985년 7월 13일에 개최된 대규모 콘서트 ‘라이브 에이드’다.

에티오피아 난민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이 공연은 여러 의미에서 전설로 평가된다.

라이브 에이드는 100여개 국가에 실황 중계된 전무후무한 공연이다. 약 15억 명의 시청자가 이 공연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우리나라는 MBC에서 3시간 편집본이 녹화 방영됐다.

주 공연장은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존 F.케네디 스타디움이었다. 이 두 경기장은 각각 약 7만2000명과 9만 명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었다.

참가자 명단은 그야말로 초호화판인데, 에릭 클랩튼이나 믹 재거, 엘튼 존, 마돈나, 폴 매카트니 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가수들이 포함됐다.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한 무대에 서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지켜본 당시의 사람들은 지금으로선 억만금을 주고도 얻을 수 없는 행운을 누린 셈이다.

화려한 명단만큼이나 수익도 엄청났다.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관객과 시청자들은 20분마다 모금해줄 것을 요청받았다. 공연의 기부 수익은 당초 100만 파운드로 예상됐으나, 실제 수익은 1억5000만 파운드에 달했다고 알려졌다.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는 U2의 보노와 폴 매카트니. 폴의 뒤편으로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도 보인다.

영국 시간으로 1985년 7월 13일 낮 12시,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장장 16시간에 걸친 대공연의 첫 곡이 시작됐다. 콜드스트림 근위대의 “God Save the Queen”이다.

이 노래는 영국의 국가이자 왕실 찬가다. 퀸이 라이브 무대를 마무리하며 항상 이 곡을 연주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미국 존 F.케네디 스타디움에서는 오후 1시 51분에 버나드 왓슨이 “All I Really Want To Do”으로 첫 무대를 장식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의 마지막 공연은 오후 10시 54분에 시작됐다. 이때 공연된 곡 “Do They Know It's Christmas”는 라이브 에이드를 있게 한 시초와도 같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이 바로 라이브 에이드의 기획자다. 아일랜드 가수인 밥 겔도프(Bob Geldof)와 영국 가수인 밋지 유르(Midge Ure)다.

밥 겔도프와 밋지 유르는 에티오피아의 기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민을 위한 곡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라이브 에이드가 열리기 1년 전인 1984년 겨울, 역사적인 자선 프로젝트 밴드 에이드(Band Aid)가 결성된다.

참여한 뮤지션은 듀란 듀란과 스펜더 발레, 폴 영, 컬처 클럽, 조지 마이클, 스팅, U2의 보노와 베이시스트 애덤 클레이튼 등으로, 프로젝트 자체만으로도 큰 화제였다.

밴드 에이드가 공연을 마친 후에도 지구의 반대편에서 계속되던 공연은 다음날 새벽 3시 55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존 F.케네디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뮤지션들은 다 함께 무대에 올라 “We Are The World”를 부르며 전설적인 무대의 대미를 화려하게 마무리했다.

퀸의 라이브 에이드 무대는 자신들의 공연 중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러나 라이브 에이드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무대는 수많은 쟁쟁한 뮤지션들이 함께 부른 “Do They Know It's Christmas”도, “We Are The World”도 아니다.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회자되는 라이브 에이드 무대는 오후 6시 44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시작된다. 바로 본인들의 라이브 중에서도 최고로 꼽히는 기록을 남긴 퀸의 무대다.

퀸은 자신의 가장 큰 히트곡인 “Bohemian Rhapsody”를 시작으로 “Radio Ga Ga”, “Hammer To Fall”,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We Will Rock You”, “We Are The Champions”를 연달아 부른다.

프레디 머큐리는 탁월한 가창력과 폭발적인 퍼포먼스로 수십만 관중을 완전히 사로잡는다. 이 공연은 80년대 퀸의 인기에 다시 불을 지필 정도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다.

퀸의 "We Are The Champions" 라이브 에이드 무대 당시 관객들의 모습

당시 프레디는 의사가 공연을 말릴 정도로 성대 건강이 좋지 않았다. 의사의 조언을 뿌리치고 무대 위에 오른 프레디는 거짓말처럼 최고의 공연을 만들어낸다.

관객의 열정적인 호응은 경기장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퀸의 팬인 듯 착각하게 만든다. “Radio Ga Ga”의 후렴구를 부를 때 관객들은 프레디의 손짓을 따라 일제히 박수를 치고 주먹을 들어 보이는 장관을 연출한다. 밥 겔도프는 이를 두고 갈대밭을 보는 듯했다고 회상한다.

마지막 곡을 부를 때에는 손을 들어 올린 관객들이 리듬에 맞춰 거대한 파도처럼 좌우로 흔들린다. 영상으로도 소름을 돋기에 충분한 감동이다.

백 스테이지의 가수들조차 프레디가 나오자 그를 보기 위해 무대 입구로 모일 정도였다. 프레디가 공연을 마치고 내려오자 무대를 기다리던 엘튼 존은 “네가 쇼를 훔쳤어”라며 애정 어린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

후에 너바나의 데이빗 그롤은 이 무대를 두고 “25만 명의 관중을 휘두르고 싶다면 교화이나 프레디 머큐리를 보라”라는 말을 남긴다.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나오면서 라이브 에이드는 33년 만에 재조명을 받게 됐다.

퀸은 활동 당시에도 세계적인 그룹이었지만, 라이브 에이드에 서기 직전의 상황은 그리 좋지 못했다. 미국에서의 인기가 떨어지고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잦아지면서 해체설과 같은 구설이 난무했다.

그러나 라이브 에이드에서의 20분간의 공연은 퀸에게 제 2의 전성기를 열어준다. 이 공연은 2014년 영국 문화원이 선정한 ‘지난 80년간 세상을 형성한 가장 중요한 사건 80가지’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에는 프레디 머큐리의 전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되면서 라이브 에이드를 다시 재조명받게 했다.

퀸의 명곡의 이름을 딴 이 영화는 1970년 밴드 결성부터 1985년 라이브 에이드 공연까지의 역사를 그렸다. 영화의 후반부는 “Crazy Thing As Called love”를 제외한 퀸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으로 채워진다.

영화는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며 밴드가 탄생한 후 4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퀸의 존재감을 다시금 확인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퀸의 노래가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의 상위권에 진입하는 기염을 토했다.

MBC는 퀸 열풍에 힘입어 오는 12월 2일 오후 11시 55분에 ‘라이브 에이드’를 재방영하기로 했다. 당시 방영됐던 3시간짜리 녹화본을 100분짜리로 편집해 내보낼 예정이다.

퀸뿐만 아니라 당대, 혹은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는 전설적인 뮤지션들의 공연을 TV에서 볼 수 있는 기회니, 그 시대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다면 반드시 본방 사수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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