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자격증이 아닌 진짜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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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 자격증이 아닌 진짜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
  • 지해수 칼럼니스트
  • 승인 2019.12.0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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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지해수 칼럼니스트=예전 어느 매체에서 곧 사라질 직종 중 하나로 작가를 꼽은 걸 본적이 있었다. 글 구성에 대한 알고리즘을 파악한 AI(인공지능)가, 전달하려는 정보를 토대로 사람보다 더 신속하고 명확하게 글을 작성할 수 있다는 것. 시나리오 역시, 드라마의 구조를 정하여 주면 작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작가는 무색무취 말투로 정보성만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비오는 날처럼 꿉꿉한 냄새도 풍기고, 오후처럼 나른한 말투도 쓰는 사람들이다. 

예술가들은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고 감상하는 이로 하여금 느끼게 한다. 그가 표현하고 싶은 무언가를 1차적으로 본인의 느낌대로 해석하고 감상하여 우리에게 내놓는다. 그 무엇들도 그 ‘무언가’가 될 수 있다. 그 ‘무언가’에 자극을 받는 것이, 창조의 욕구를 들썩이게 하는 첫 시작이다. 하지만 AI들은 여기에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 이게 예술가와 AI의 가장 큰 차이다.

요즘 나는 콜라주를 넘어 비디오 아트를 만드는데 빠져있다. 솔직히 ‘푹-’빠진 것까진 아니고, 그냥 콜라주보단 더 재미있다는 정도다. 일단 모션(motion)이 삽입되다보니, 보는 이로 하여금 조금 더 눈길을 오래 잡아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나는 주로 복잡한 패턴이나 구조를 사용하는데, 모션을 이용하면 단계성과 입체감을 강조할 수 있다. 빠르게 스킵(Skip)되어지는 SNS 사용 패턴상, 이게 맞는 방법이지– 싶다.

말레비치의 작품을 이용한 필자의 콜라주
말레비치의 작품을 이용한 필자의 콜라주

모션으로 만들고 있는 콜라주 아트들은 대부분 포토샵과 같은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작업한다. 이전에 콜라주들은 대부분 손으로 작업했었다. 잡지를 오리고 붙이는 것이 재미있어서 시작하게 된 나름 오래된(?) 취미다. 그러다가 집이 너무 지저분해지고 치우기가 귀찮아서 컴퓨터 등을 통해 작업하게 된 거다.

오리고 붙이며 발생하는 형태의 변화 외에 투명도나 색에도 변형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강력한 매력이었다! 완전히 다른 이미지로 재탄생하니까. 물론 나는 이걸 비디오로까지 만들 수 있을 거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었다. 이걸로 돈까지 벌게 될 거라곤 더 더욱. 난 영상에 대해 공부해본 적이 없지 않은가!

요즘은 목마른 사람들이 찾아 마실 우물물이 상당히 많아졌다. 대신 여기에 알맞은 대가를 지불하면 된다. 영화나 소설<향수>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최고의 향수를 만들고자하는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는 향수의 재료를 모으기 위해 매우 끔찍한 노력들을 자행(?)한다. 
그는 세계 최고의 조향사이자, ‘예술가’였다. 그는 자신이 느낀 사랑과 상실감, 그 모든 것들을 향기로 표현했다. 물론 사람들은 여기에 거하게 취하였다.

영화 향수 중에서
영화 향수 중에서

만일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같은 예술가가 오늘날 최고의 무언가를 만들기 위하여 재료를 찾고자 한다면, 난 그걸 당장 검색해보라고 말할 것이다. 향수의 기본을 배우려고 몇 년씩 고생하지 않아도 될지 모른다. 그런 것들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구매해서, 더 좋은 향수를 많이 만들라고 할 거다. 

‘나는 이 꽃의 향기를 좋아하지만 약간의 느끼함만은 거두어내고 싶어.’
당신에게 이런 디테일한 니즈(Needs)가 있다면, 그것을 해주는 프로그램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다(없으면 당신이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이게 돈을 가져다 줄지 모른다). 당신과 같은 무언가를 필요로 하는 누군가들이 전세계에 매우 많을 것이며, 비즈니스 맨들은 그런 수요를 놓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에게 필요한 우물물에 대한 명확한 느낌을 알고 있다면, 우린 얼마든지 최고의 향수! 최고의 음료수! 최고의 예술품을 만들 준비가 되었단 얘기다. AI가 진짜 잘 해내는 건 사실 이런 단순한 작업들 아니겠는가. 

우린 이제 뭐라도 될 수 있다. 내가 하고 있는 것들을 예로 들자면, DJ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장비가 좋아서 어느 정도를 익히면 누구나 기본적인 플레잉을 할 수 있다. (나는 해본 적이 없지만)턴테이블 하나로 음악을 틀었다던 이전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는 발전 아니겠나. 
예전에는 컴퓨터로 포토샵을 잘하는 사람만 사진을 보정했었다면, 이젠 어플만 있으면 사진을 자유롭게 보정할 수 있게 됐다. 음악도 그럴 것이다. 장비와 소프트웨어들은 더욱 간편해지며, 구현 가능한 것들이 더 더욱 풍부해질 거다. 

스킬을 스킬풀(skillful)하게 해내는 것만이, 더 이상 실력의 척도가 아닌 세상이다. ‘잘 하는 사람’은 자신의 편리한 도구들- 즉, 프로그램 응용력이 좋은 사람들이다. ‘예술가같이’해내는 사람들도 인기가 좋다. 이 말은 ‘사람’같이 하는 사람이고, 감정이 섞여서 하는 사람이다. 행동에 감정이 실려서 해내는 사람들이다. 그들에겐 그걸로 돈을 벌어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그 사람’인 것만으로, ‘궁금하게 하는’ 또는 ‘기대하는 하는’ 이들도 자격을 얻어간다. 사람들의 막연한 호기심은, 그를 어느 자리에라도 설 수 있게 한다. 그의 ‘세련된 취향’이 그 어떤 자격증보다 강력하기 때문이다. 

취향이 세련되었다는 건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이다. 하지만 다양한 취향의 홍수(?)에서도, 세부 장르마다 독보적인 이들이 존재하기 마련. 그들은 자신이 활동하고 있는 분야 외에 다른 것들에 도전할 기회를, 그 누구들보다 많이 얻어간다. 왜냐하면 다른 산업 분야에서 그의 독자적인 취향과 색깔을 빌려 쓰고자 하기 때문이다.

그는 어렵지 않게 다른 산업 분야에 도전할 수 있다. 감각적인 취향을 가진 그가 해야 할 것은 자신이 만들고자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써야할 우물물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이다. 그를 따르는 이들이 많다면, 그는 너무 쉽게 고퀼리티의 우물물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의 콜라주
필자의 콜라주

결국 이 시대에 생산자(producer)로서 진짜 필요한 자격은 자격증이 아닌 ‘취향’이다. 자격증을 가졌지만 ‘취향’이 없는 누군가들은, 어서 좋은 취향을 가진 누군가를 만나야 한다.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의 향수를 사랑하는 이들은,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의 SNS를 팔로우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후에 그들은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가 만든 옷과 신발, 음악을 구매하게 될 것이다. 그가 조향사라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그가 ‘장 밥티스트 그루누이’라는 예술가란 사실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관심과 많은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좋은 취향을 가지기위한 좋은 방법은 ‘취향이 생길만큼 충분히’ 감상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무언가를 충분히 경험하고 느껴보아야 한다. 
디스코 음악을 좋아한다면 디스코 음악을 충분히 들어보고, 디스코 풍으로 살아보는 거다. 패션이면 패션, 문학이면 문학, 음식이면 음식, 춤이면 춤, 인간관계라면 인간관계- 무엇이라도 말이다. 

이제 사람들은 ‘흉내만 내는 누군가’들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전반적으로 눈치가 빨라졌다. 흉내내지 않는 진짜 예술가들은 진정한 생산자(Producer)로서 환영받게 될 것이다. 자격증 취득이 아닌 진짜 취향을 취득하는 이들에겐, 이 수순이 매우 자연스럽고 순조롭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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