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감사원 근무경험 바탕으로 선진감사문화 구축
‘보탬’과 ‘소통’으로 경영 컨설턴트 역할 충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는 자산규모 158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건설공기업으로 L(舊토공)과 H(舊 주공)의 통합을 통해 탄생한 기관이다. 외부적으로는 현 정부가 추진한 공기업 선진화정책의 우수사례로 꼽힐 만큼 ‘모범적’이라는 평가를 받은 LH지만 내부적으로는 통합되기 전 조직간의 문화차이에서 발생한 갈등과 10조원에 이르는 부채문제 등의 난제를 안고 있었다. 이 어지러운 시기에 김영진 상임감사위원이 한 줄기 빛처럼 등장했다.
지난 2011년 9월 취임한 그는 회사의 경영정상화와 직원간 결합을 최우선과제라 판단해 감사 목표를 보탬(경영정상화 지원)과 소통(신뢰구축)으로 정했다. 이를 위해 그는 감사의 역할을 기존의 통제와 감시에서 벗어나 불합리한 제도개선과 업무과정의 비효율적인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경영의 제언자 또는 컨설턴트로 넓혔다.
뿐만 아니라 그는 평소 감사철학을 토대로 ‘오감(五監)만족 감사’를 감사운영방향으로 설정했다. 이는 △통감(通監) 감사 △가감(加監) 감사 △예감(豫監) 감사△공감(共監) 감사 △체감(體監) 감사 등 총 5가지 요소를 포함하고 있다.
“통감 감사는 정부정책 집행을 뒷받침함과 동시에 정부와 LH, 국민이 소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모든 업무를 진행하는 방식이며, 가감 감사는 불필요한 사업 및 낭비요인은 제거하고 LH 체질에 꼭 맞는 업무체계를 유도해 경영정상화에 보탬이 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또 예감 감사는 ‘통제와 감시’로 이뤄진 기존의 감사 기능에서 탈피해 사전에 취약한 부분을 파악하고 미리 예방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방식이며, 공감 감사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공정사회 및 동반성장에 앞장서고자 하는 방식입니다. 마지막으로 체감 감사는 LH의 청렴도와 관련한 많은 제도적 장치를 통해 국민에게 신뢰를 주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오감만족 감사를 바탕으로 신뢰받는 청렴한 LH를 구현할 것입니다.”
이외에도 그는 직원들과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며 정서적 교감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아직도 사내에서 나를 보고 슬쩍 피해 지나가는 직원들이 있다”며 자조 섞인 농담을 하기도 했다.
 
 
 
감사실의 변화를 이끌다!
그러나 지난 1년간 그가 거둔 성과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가 취임할 당시 LH는 전임 감사의 비리사건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때문에 자연히 감사실 분위기도 침체돼있었다고 한다. 이 때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 바로 김 감사였다.
“먼저 상임감사에게 많은 권한이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회계 및 법률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3인의 감사위원회를 구성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도 객관적이고 공정한 감사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감사실 조직의 책임성 강화를 위해 1실장 4부장 체재를 구성했으며 업무분야별로 13개 파트장을 임명하는 감사파트제를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지역현장에 감사실 소속 감찰사무소를 설치하는 등 내부감사조직에 일대 쇄신을 단행했습니다.”
이밖에 그는 감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고자 감사실 직원들에게 연간 40시간 이상 교육을 받도록 하는 교육이수제를 도입했으며 내·외부 전문가 10인으로 구성된 감사자문단을 구성해 운용하기도 했다. 물론 LH의 청렴도 향상을 위한 노력도 빠질 수 없다.
“조직 전체에 청렴한 조직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한 한편 청탁문화 근절을 위해 공기업 최초로 ‘청탁등록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직원들의 윤리의식을 함양시키고자 ‘LH청렴아카데미’를 개설해 맞춤형 청렴교육도 진행했죠. 이렇게 꾸준히 노력한 결과 지난해 LH는 출범 이후 최초로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 평가에서 청렴우수기관으로 도약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더 나아가 올해에는 ‘청렴최우수기관’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감사 범위 강화로 부패행위건수 급감
LH가 청렴최우수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꼭 방지해야할 것이 있다. 바로 방만경영이다. 더욱이 연간 36조원에 달하는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인 만큼 LH는 부정부패로부터 한시도 안심할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LH는 전국 30개 지역본부 및 직할사업단과 140여개의 사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택지개발 및 아파트 건설, 주거복지 등 국민의 재산권과 밀접하게 관련된 사업을 수행하고 있어 방만경영 예방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부조리 발생 개연성이 높은 보상업무나 공사용역 발주업무에 대한 일상감사 범위를 대폭 강화했으며 특히 ‘실시간 감사정보시스템(RAS:Realtime Audit System)’을 구축해 실시간 감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했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활발히 시행하고 있어 LH의 부패행위건수는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언론을 통해 가끔 보도되는 직원들의 비리연루사건을 볼 때마다 그는 예방감사활동이 부족했다는 책임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저는 수시로 전국의 개별 현장을 찾아다니며 청렴교육을 실시해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의 비리사례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며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이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전파하고 있죠. 이를 통해 공기업 직원들은 모두 ‘국민의 공복(公僕)’이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눈높이에서 마음높이까지 맞춘 소통 이뤄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는 감사원에서 27여년간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어려운 일도 척척 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직원들과 소통이 부족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언제나 감사인의 시각에서 업무를 처리하다보니 지금껏 직원들과의 거리가 좁혀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게다가 취임 직후에는 흐트러진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느라 주위를 둘러볼 시간도 없었기 때문에 직원들과 함께 대화하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기회도 별로 없었습니다. 이에 올해는 제가 먼저 직원들에게 다가가고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사내메일로 직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으며 SNS를 통해서도 직원들의 고민을 청취 및 해결하고 있다.
“진정한 소통이란 눈높이는 물론이고 마음의 온도까지 맞을 때 비로소 가능하지 않을까요. 때문에 저는 권위적인 이미지를 불식시키고자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감사실 직원들에 대해서는 서로를 잘 알아야한다는 지론 아래 출신학교나 고향, 나이 등을 기입한 인사기록카드가 아닌 가족관계 및 친구관계, 취미 등을 포함한 인사카드를 만들라고 주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의 진짜 모습을 발견하고 있죠(웃음). 또 가끔은 번개 모임을 통해 막걸리 잔을 기울이곤 합니다. 등산이나 족구 등을 통해 함께 땀을 흘리기도 하고요. 이러한 모임을 가질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감사라는 직위를 벗어버리는 것입니다. 제가 ‘감사’로서 모임을 만들게 되면 그건 업무의 연장이 돼 오히려 불편한 자리가 되니까요. 업무에서 벗어났을 땐 선배나 친구 혹은 형처럼 편안한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리더십은 ‘청렴’과 ‘성실’에서 비롯된다!
공과 사를 확실히 구분하며 LH의 모든 직원들로부터 존경받고 있는 그는 인터뷰 말미 LH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LH는 국민 생활과 가장 밀접한 기업입니다. 전국방방곳곳에 LH 건설현장이 있을 정도로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그만큼 LH의 모든 직원들은 국민경제에 보탬이 되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기업으로 도약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저서 목민심서에 ‘청렴해야 위엄을 세울 수 있고 성실해야 백성으로부터 신뢰를 받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리더십은 ‘청렴’과 ‘성실’에서 비롯된다는 의미입니다. 저는 상임감사위원으로서 이 구절을 항상 염두에 두고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LH가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께서도 많은 성원과 관심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김영진 상임감사위원>
-1954년 11월 11일 출생
-대건고 졸업
-육군사관학교 토목과 학사
-독일 Karlsruhe대학 도시행정학 석사
-경남대 국제정치학 박사과정 수료
-국토해양부 감사관
-감사원 감사청구조사국 단장
-감사원 행정·안보감사국 국장
-現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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