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일본에선 자연스런 교육현장…흥미위주, 모방식 프로그램 지양해야

[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스트] 프랑스에서 ‘교육농장’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국내로 돌아온 정윤정 교육학 박사는 “우리나라의 입시위주의 교육, 출세주의와 성공주의의 교육으로는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최소한의 품성과 자질을 갖추게하는데 분명 한계가 있다. 교육의 목적중의 하나가 미래사회를 책임질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고, 인재란 단순히 특정분야에서의 전문성 만을 갖추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는 인성, 즉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책임성, 남에대한 존중과 배려심, 생명의 중요성, 더불어 살아감에 있어서 갖추어야할 기본적인 자세와 태도를 갖추고, 거기에 자신이 지닌 장점을 살리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면서 “농촌과 농업은 교육현장에서 가리킬 수 없는 많은 것을 체험을 통해 깨닫게 해주는 살아있는 교육현장이며, 따라서 올바른 농부는 가장 위대한 교사가 될 수 있다. 농업인이 농촌과 농업이 위대한 스승이자 가장 훌륭한 교육 현장이라는 자각을 하게 되면, 스스로 위대한 교사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이러면 위기의 농업 농촌에 분명코 활력을 불어 넣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정윤정 박사는 우리나라 정부에서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그리고 전문가들이 주창하는 ‘농촌체험과 농촌관광’ 육성사업은 ‘교육농장 이론’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얘기한다.

“우리나라의 ‘농촌체험과 농촌관광’ 육성사업은 농업 농촌이 지니는 교육적 가치는 무시하고, 단지 농업의 위기를 모면할 방안으로서 돈벌이의 수단과 방법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유럽사회에서 일반화되어있는 교육농장은 별도의 체험 프로그램이 없다. 농가별로 각자의 농사 일을 자연스럽게 진행하고, 농가에 숙식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체험을 하며, 농업인과 하나가 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단순히 휴양을 목적으로 농가 민박을 하고, 그러면서 짬짬이 농장 주인의 일을 돕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농장에 머물면서, 아이들은 농장일을 도우면서 농사일을 체험하고, 아빠는 산책을 하거나 책을 보고나, 도시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한다. 엄마는 농장주인의 부인을 도와 농산물도 수확하고, 수확한 농산물을 이용해서 음식을 만들고, 나머지 시간은 자유롭게 산책도 하고 음악도 듣고, 마찬가지로 힐링을 한다. 흡사 농장주인과 가족처럼 지낸다. 그래서 도시의 어떤 가족은 시골의 어떤 농장과 각별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수시로 방문하여 가족처럼 생활한다. 흔히 명절 때 시골에 가면, 그때그때 농촌일을 도우면서, 제철 음식을 만들어 먹고, 도시로 돌아올때 자동차에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싣고 돌아오는 것 처럼, 그리고 답례로 돈 봉투를 건네는 것처럼 대단히 자연스럽다.

‘유럽사회의 일반화되어 있는 농촌체험과 농촌관광’과 비교하여 볼 때,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농촌체험과 농촌관광’은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한마디로 ‘자연스러움’과 ‘자연스럽지 않음’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사회에서 농촌체험과 농촌관광은 꾸밈이 없이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 체험하게 한다. 따라서 도시에서 온 아이들이 무언가 궁금해서 질문하면 농장 주인은 자상하고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언어로 이야기 한다.

“아저씨! 젖소의 젖을 짜서 왜 치즈로 만들어요?”

“아아! 그건 우유로 놔두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하기 때문에 치즈로 만들어 두면 보관하기도 좋고, 두고두고 오래 먹을 수 있기 때문이지. 그리고 치즈로 만들어 놓으면, 빵을 먹을 때나, 피자를 만들어 먹을 때나 긴요하게 쓸 수 있단다”

“아아! 그렇구나. 오늘 하나 배웠네요”

“그러니”

봄, 여름 가을 겨울 농장에는 크고 작은 일들이 있다. 이러한 크고 작은 일들 모두가 도시사람들에게는 특히나 어린 아이들에게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일이고 체험꺼리가 되고, 교육꺼리가 된다. 어른들에게는 몸과 마음을 달랠 수 있는 편안한 휴양공간이고.........

우리나라에서는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서 ‘농촌체험, 농촌관광’이 진행되다보니, 그럴듯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전문가에 돈을 주고 차별화된 체험 프로그램을 만든다.

만약 어느 마을에서 두부체험이 인기가 높으면, 이 마을도 저 마을도 두부체험이 기본이 된다. 이러다 보니 전국의 농촌체험을 하는 마을 치고 두부체험을 하지 않는 마을이 없을 정도가 된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아저씨? 그리고 아줌마? 이 마을은 언제부터 두부를 만들어 먹기 시작했어요?”라는 질문에, 그리고 “두부 원료가 콩이라고 하는데, 콩이 자라는 거를 볼 수 있어요?”라고 질문을 하면,

“우리 마을에서는 콩을 기르지 않는단다”

“그러면 콩이 없는데, 어떻게 두부를 만들어요?”

“아아! 콩은 시장에 가면 널려 있어. 돈을 주고 사오면 되는 거지. 그리고 너네들이 두부 만드는 거 좋아한다고 해서 작년부터 우리마을 체험꺼리로 ‘두부만들기 체험’을 한거니까, 두부 만들어 먹는 거는 오래되지 않았지”

‘농촌체험, 농촌관광’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되다 보니, 유치원이며, 초등학교, 중학교 및 OO회사의 단체 손님을 모시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뛴다. 농촌체험을 통해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규모의 인원이 필요하다. 체험을 희망하는 사람과 체험을 지도할 사람이 균형이 맞추어져야 하는데, 이런 경우가 거의 없다.

체험을 위한 체험이다보니 억지로 쨈 만들기, 쿠키 만들기,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 체험 등등 흥미위주의 프로그램만 진행된다. 흡사 롯데월드 놀이공원처럼.

만약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가 “아저씨? 아줌마! 이거 왜 하는데요? 이 마을에서는 언제부터 이런 거 하게 됐어요? 역사적인 유래를 알고 싶어요?”라는 질문을 하게 될 때, 체험을 주도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어라고 대답할 것인가? 없는 말을 지어낼 것인가?

아니면 “얘는 쓸데없는 것에 관심이 많구나. 그건 알아서 뭐하게?. 그거 시험에 나오니?” 라고 할 것인가? 아니면 “실은 니네 보깨트의 돈을 먹을려고 이번에 전문가에게 부탁해서 만든 체험프로그램이란다”라고 할 것인가?

실제로 우리나라 농촌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인공 조미료’처럼 너무나 부자연스럽고, 프로그램 하나하나에 농업 농촌이 지니는 교육적 가치를 담아낸 것이 별루 없는 반면, 유럽의 농촌 체험과 농촌관광이 ‘천연 조미료’처럼 입맛을 강하게 자극하지는 않아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고, 실제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교육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체험과 농촌관광 육성사업이란 것이 ‘농업 농촌이 지닌 위대한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기 보다 오히려 교육적 가치를 훼손하면서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다.

22일 전북 부안 우리밀마을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부와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주최 `해피버스데이(HappyBusday)’행사에서 참가자들이 농촌체험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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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겨울 일본의 농촌체험 마을을 방문할 계기가 있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농촌체험 최우수 마을로 대통령상을 받은 농촌마을’이다. 즉 일본 천황상을 받은 ‘농촌체험으로는 최고의 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마을이다.

이 마을의 지도자에게 질문을 하였다.

“농촌체험으로 최우수 마을이 되었는데, 마을주민들의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농업 : 농산물가공 : 농촌체험 및 관광 이 각각 어떻게 됩니까?”

“정확하게는 안 다져 봤지만 대략 6 : 3 : 1 정도가 될 겁니다. 근데 왜 그런 질문을 하십니까?”

“한국에서는 ‘농촌체험만이 농업인이 살길이다’고 하면서 농촌체험에 너두나두 역점을 두고 있어서, ‘일본의 최고 농촌체험 마을에서는 어떤가?’하고 궁금해서”

“농업의 받침이 없이 어떻게 농산물 가공이 있을 수 있고, 농업이 없는데 어떻게 농촌 체험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농업인에게 농업은 가장 기본중에 기본이지요”

“혹시 마을 지도자님이 생각하실 때, 농업인의 소득비중의 황금비율은 어떻게 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현재의 ‘6 : 3 : 1’이, ‘5 : 3 : 2’로 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마을에서 주로하고 있는 체험프로그램에는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체험 프로그램이라니요? 별도의 체험프로그램이란 거는 없는데요“

“체험프로그램이 없는데, 어떻게 최우수 체험마을로 선정이 되었습니까?

“굳이 마을차원에서 뭔가 만들어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없고, 농가별로, 작은 공방이 있는데, 농가별로 민박을 하는 체험객들이 농가에 머무는 동안 농가 주인과 함께 농사일도 거들고, 작은 공방에서 곤약, 낫또 등등 가공식품이나, 광주리, 짚공예, 흙공예 등 문화상품을 취미로 만드는 등등 농가마다의 특색이 있는 제품을 만드는 일을 거들기도 하고, 사시사철 마다 그때그때 체험할 일들이야 널려 있지요. 인위적으로 프로그램을 일부러 만드는거는 별루 없는데요”

“혹시 그러면, 농가마다, 시기마다 체험할게 다 다르다는 말씀인것 같은데, 외지에서 이마을에 머물고 싶다고 하면 마을에서는 어떻게 합니까?”

“아아! 그거요! 마을에 센터가 있습니다. 도시민이 우리 마을에 묵고 싶다고 하면 상담을 받아서, 인원은 몇 명인지? 농가를 방문하려는 목적은 무엇인지? 단순히 휴양인지? 어른들은 휴양이고, 아이들은 체험인지?, 체험을 하고 싶다면 어떤 체험을 원하는지? 외부에서 단체로 우리마을을 견학하고 싶다면 견학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 등을 확인해서 우리마을을 방문하는 외부인과 농가를 연결하는 일을 하는 거지요”

“그럼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급료는 어떻게 지급 됩니까?”

“센터에서 농가에 연결을 시켜주면, 농가에서 얻는 소득의 일정비율 그러니까 10%에서 20%를 기금으로 조성하고, 그 기금에서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들의 급료가 나가는 거지요. 지방정부에서 조금 지원이 있기는 하지만요”

‘농촌체험 농촌관광’의 목적을 우리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농업인의 소득 안정화에 대한 기여, 그리고 농촌체험 농촌관광을 하는 고객에게 감동을 주어 지속적으로 찾아오게 만들고, 또다른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농촌체험 농촌관광’이 활성화 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려면, 최우선적으로 농업 농촌이 지니는 교육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농업 농촌이 지니는 교육적 가치를 실현하면서, 농업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살기 좋고 행복한 농촌 만들기를 실현하고 있는 선진유럽과 가까운 일본의 사례를 볼때, 우리나라 ‘농촌체험 농촌관광’을 주도했던 사람들이 곰곰이 무엇이 잘못되었었는지 생각해 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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