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난골 파산위기 처하며 1조원의 드릴십 건조비 허공에 뜰 우려

[공감신문 김인영 기자] 소난골(Sonangol Group)은 앙골라 최대 국영석유회사다. 아프리카 서부의 앙골라가 1975년 포르투갈로부터 독립하기 훨씬 이전인 1953년 설립됐다.

앙골라는 아프리카에서 두 번째 석유수출국이다. 앙골라의 수출대금중 90%가 석유에서 나온다. 따라서 소난골은 앙골라 경제 그 자체라고 할수 있다. 좌우 내전 기간에도 버텨왔고, 역대 정권의 자금줄이었다.

소난골은 1979년 취임해 37년간 장기집권하고 있는 조제 에두아르두 두스 산투스 대통령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소난골의 회계 투명성은 늘 지적돼 왔다. 2011년 한 인권단체는 소난골과 관련된 자금 320억 달러가 실종됐으며, 정부에 이를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그해 국제통화기금(IMF)은 2007년에서 2010년까지 320억 달러가 절적할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에 의해 유용됐다고 밝혔다. 국제유가가 치솟을 때 소난골은 돈을 엄청 벌었고, 그 돈이 산투스 대통령의 집권 유지에 사용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이후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소난골은 위기에 처했다. 번 돈은 정부가 다 빼가고 국제유가가 하락하자 소난골은 껍데기만 남게 된 것이다. 지난해 6월 소난골의 프란시스코 데 레모스 전 CEO는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했다는 보고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파산 위기의 주요 이유는 소난골과 정부 관리들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허위계약을 대량으로 체결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보고서가 유출되자, 레모스는 황급히 해명했지만, 물러나야 했다.

그 자리를 차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산투스 대통령의 장녀 아자벨 두스 산투스다. 앙골라의 반체제 인사들은 "대통령이 권좌를 떠나기 전에 왕조를 구축하려한다"며 비난했다.

소난골이 파산 위기에 봉착한데다 주 수출품인 석유 가걱이 급락하면서 앙골라의 GDP는 2014년 1,260억 달러에서 2016년 810억 달러로 급감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가 붕괴조짐을 보이자 앙골라는 지난 4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앙골라 소난골 본사

이 회사는 석유호황 때에 각종 원유 시추 장비를 대량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했다. 소난골은 1997년 이후 선박 15척과 해양플랜트 17기 등 총 136억 달러 이상을 대우조선에 발주한 최대 고객이다.

문제는 지난 2013년 대우조선이 소난골과 계약한 두 척의 드릴십 건조 프로젝트다. 총사업규모는 12억 달러로, 대단히 큰 사업이다. 문제는 계약 조건. 대우조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헤비테일’(heavy tail) 방식이 적용됐다. 계약금의 20%를 선지급하고, 나머지 80%를 인도시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남은 10억 달러는 우리돈으로 1조원에 해당하는 큰 돈으로, 대우조선 사활에 치명적인 금액이다. 인도시 소난골이 파산하면 대우조선은 큰 손해를 보게 된다. 대우조선이 어떻게 이런 불리한 계약을 체결했을까. 그 업보를 지금 당하고 있다.

당초 드릴십 인도 시기는 1호기는 6월말, 2호기 7월말이다. 하지만 인도 시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소난골은 배를 가져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 돈을 조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신에 지난 6월 소난골 회장으로 취임한 산투스 대통령의 딸 이자벨이 급히 한국을 찾아 대우조선 간부들을 만나고 갔을 뿐이다.

소난골은 대우조선에 발주한 두척의 배를 가져가기 위해 국제시장에서 펀딩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소난골을 도와주겠다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이 나서지 않고 있다. 채권-채무 관계에서 채권자는 을의 입장이 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소난골과의 계약이 대우조선에 일방적으로 불리하다. 소난골은 드릴십 인도에 필요한돈 10억 달러중 2억 달러는 주식으로 가져가고, 나머지 8억 달러만 받으라고 요구했다. 대우조선 이사회는 이 요구를 받아들였다. 파산 위기에 있는 소난골의 페이퍼컴퍼니(SPV)의 주식을 가져가면 자칫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2억 달러가 떼이더라도 남은 8억 달러를 받자는 것인데, 이 마저 쉽지가 않다.

소난골은 국제시장에서 돈을 조달하려면 보증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노르웨이 수출보증공사는 3억7,000만 달러의 보증을 서기로 약속했다가 포기했다. 그러자 한국의 무역보증보험공사가 나머지 대금을 보증하는 방안이 제시되고 있다. 무역보증보험공사는 당초 6억2,000만 달러를 보증하기로 했지만, 노르웨이 보험사가 포기한 부분까지 떠맡아야 하는지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설사 무보가 보증해 소난골이 8억 달러를 빌려온다고 해도 문제가 생긴다. 대우조선은 남은 8억 달러를 받게 되지만, 소난골이 파산하면 무보가 보증한 돈을 떠 않아야 한다. 결국 국책은행이 나서서 대우조선을 지원하는 셈이다.

76세의 산투스 앙골라 대통령은 내년에 대통령 직에서 물러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소난골은 잘나갈 때 앙골라 재정수입의 80%를 떠맡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푼도 정부에 주지 못하고 있다고 산투스 대통령은 밝혔다. 국가 파산과 기업 파산을 목전에 둔 정경유착의 나라, 앙골라. 대우조선이 이런 나라의 기업과 계약을 제대로 했더라면 지금의 수난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앙골라와 소난골만 탓할 일은 아니다.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체결한 대우조선이 스스로 무덤을 판 결과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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