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세계서 가장 위험한 은행"…영업 부진, 막대한 벌금 납부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독일 최대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주가가 26일 7% 이상 폭락하면서 유럽 금융주와 유럽증시의 급락세를 견인했다.

도이체방크 주가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7.2% 급락해 10.53유로까지 떨어지면서 1983년 이후 33년만에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에 따라 영국의 바클레이즈, 스페인의 산탄테르 등 유럽 금융주들이 줄줄이 동반 폭락했다.

이날 도이체방크 주식 폭락을 촉발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최근 경영이 크게 악화한 이 은행에 정부의 자금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독일 주간지 포쿠스의 보도였다. 이 보도가 나가면서 그동안 도이체방크에 숏(매도) 포지션을 걸었던 헤지펀드들이 일제히 매도에 나섰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도이체방크에 숏을 건 헤지펀드는 영국의 마샬 웨이스, 미국의 하이필드 캐피털 매니지먼트, 디스커버리, 소로스 펀드 등이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는 도이체방크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리스크가 높은 은행”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신용평가기관인 피치사는 “사상 초유의 저금리와 규제 강화, 경쟁 심화, 경영 실패, 벌금 부과등으로 도이체방크를 비롯해 독일 은행들이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도이체방크의 주가는 이날 장초반 하락으로 연초대비 50% 하락했으며,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78위로 주저 앉았다

도이체방크는 사상 최저금리인 마이너스 금리로 최근 심각한 경영악화를 겪어왔다. 이 은행의 2분기 순이익은 2,000만 유로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98% 추락했다. 도이체방크의 순익이 급감한 배경에는 취약한 시장환경과 브렉시트와 같은 거시 경제적 불확실성, 저금리 지속, 구조조정 이행에 따른 비용 등이 있다고 은행 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자산운용사업 상각비용 2억8,500만 유로, 구조조정과 해고 등에 따른 비용 2억700만 유로, 추가 소송 대비 충당금 1억2,000만 유로 등을 반영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도이체방크는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막대한 벌금을 물게됐다. 이 은행은 미국에서 부실한 주택 모지기담보증권을 판매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일조한 탓에 미국 법무부에 140억 달러를 내야 하는 처지다. 이는 충당금으로 쌓아뒀던 62억 달러의 2배 이상이다.

미국 법무부는 주택저당채권 담보부증권(MBS)을 대량으로 유통한 도이체방크에 벌금으로 140억 달러(약 16조원)를 내라고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도이체방크는 보증이 제대로 되지 않은 MBS를 묶어 이를 안전한 증권인 것처럼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00년대 초중반 미국 대형은행들이 이처럼 MBS를 마구잡이로 팔면서 주택시장 버블이 형성됐고, 이는 2008년 갑작스러운 시장 붕괴현상으로 이어졌다.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제시한 금액은 미국 정부와 기업 사이에 발표된 역대 합의금 가운데 최고액에 육박한다.

도이체방크는 또 환율 조작 등의 다른 법적 문제도 걸려 있다. 도이체방크가 지난해부터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경영악화를 저지하지는 못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도이체방크가 추가로 자산을 매각하든지, 비용절감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도이체방크 본사 건물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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