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계류 중인 ‘해인이법’과 ‘한음이법’, ‘태호·유찬이법’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너를 못보는 아픔에서 평생 헤어나올 수 없겠지만, 너의 이름으로 된 법으로 다른 아이들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일을 막아줄 수 있을 거야"           - 2019.12.10. 故김민식 군 부모

지난 10일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인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두 법안은 각각 사고 발생 2개월, 2년 만에 의결됐다.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 의무화 등을 다루는 민식이법과 경사진 주차장에 미끄럼 방지를 위한 고임목 등을 설치하도록 한 주차장법 개정안인 하준이법으로 어린이들이 안전사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어린이 안전관련 법안과 관련, 2016년 8월 발의된 ‘해인이법’과 ‘한음이법’, 2019년 발의된 ‘태호·유찬이법’은 아직 보류중이다.

故 최하준 군의 어머니인 고유미씨는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의결된 전날, 기자들에게 “해인이법과 태호·유찬이법, 한음이법은 아직 그대로 남아있다. 국회는 민생법안을 처리했다고 얘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오늘 공감신문 시사공감에서는 민식이법, 하준이법과 아직 국회에서 보류중인 어린이 안전 관련 법안을 소개하려 한다.

스쿨존 차량 제한 속도는 30km다.
스쿨존 차량 제한 속도는 30km다.

■ 민식이법-하준이법 소개

지난 9월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김민식 군(당시 9세)이 차량에 치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가해 차량은 제한속도(30km)를 지켰지만, 보행자 사각지대에서 일시 멈춤을 가지 않고 가다가, 차량을 보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던 민식 군과 사고가 났다.

민식이법은 이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지난 10월 14일 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낸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식이법이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향후 스쿨존 내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할 경우, 가해자에게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며 음주운전이나 중앙선 침범 등 ‘12대 중과실’ 원인으로 사고가 발생할 시,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2017년 10월 최하준 군(당시 4살)이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육안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경사도로에서 굴러 내려온 차량에 치여 숨졌다. 해당 차량은 드라이브 기어를 한 상태였다.

사고를 계기로, 비탈진 곳 등에 주차장을 마련할 때, 차량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 및 미끄럼 주의 안내표지를 갖추도록 한 하준이법이 발의됐다.

하준이법은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며, 주차장이 이미 비탈진 곳에 설치된 경우 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안에 고임목 설치 등의 조처를 하도록 한다.

한편,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행정안전부는 11일 내년도 예산에 스쿨존 내 시설 개선 사업비에 약 1034억원을 추가 배정하도록 했다.

행안부는 향후 3년간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무인단속카메라 8800대, 신호등 1만1260대를 설치하고 단속카메라 설치가 부적합한 지역은 과속방지턱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되도록 했다.

■ 해인이법-한음이법-태호·유찬이법소개

민식이법과 하준이법 외에도 발의된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법안들이 아직 남아있는 상태다.

해인이법은 2016년 어린이집 앞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뒤 응급조치가 늦어져서 숨진 ‘해인 양 사건’을 계기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같은해 8월 대표 발의한 법안이다.

해인이법은 어린이 이용시설 관리 주체나 종사자가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에게 위급 상태가 발생할 경우, 바로 병원 등 응급의료기관 등에 신고하도록 하는 ‘어린이안전기본법’으로 발의됐다.

또한, 어린이 안전사고 때 방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게하는 조항도 의무화했다.

이 법안은 발의 후 3년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었다가, 지난 8월 보완돼 ‘어린이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재발의됐다.

한음이법은 어린이 통학버스 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등의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 ‘특수교육법 일부개정안’ 등 3건의 법안내용을 담았다.

2016년 특수학교에 다니던 박한음(당시 8살) 군은 동행 교사의 방치로 통학차량에서 고개를 떨구고 입술이 파래진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68일째 되던 날 숨졌다.

3건의 법안 가운데 어린이통학버스에 아이를 하차시키지 않고 방치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같은해 8월 22일 발의된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3개월 뒤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나머지 2건의 법안은 국회 삼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2건의 법안은 어린이통학버스 안에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의무적으로 장착하고, 안전교육을 받지 않은 운영자·운전자에 대한 처벌을 벌금형에서 징역형으로 강화하는 고로쇼통법 개정안과 특수학교·특수학급에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고 기록된 영상정보를 최소 60일 이상 보관하도록 하는 특수교육법 개정안이다.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법안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따온 점이다. / 픽사베이 제공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법안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따온 점이다. / 픽사베이 제공

태호·유찬이법은 지난 5월 인천 송도 축구클럽 차량사고를 계기로 발의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안' 4건과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 일부개정안'이다.

사고 당시, 축구클럽의 차량이 과속으로 운행 중 교차로에서 신호를 위반해 다른 차량과 충돌해 어린이 2명이 숨지고 6명이 다쳤다.

태호·유찬이법은 어린이가 탑승하는 모든 차량을 어린이통학버스 신고대상에 포함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어린이 안전사고 관련 법안들의 공통점이 있다. 모두 희생된 아이들의 이름을 따온 점이다. 희생된 아이들의 부모는, 가슴이 찢어지는 슬픔에도 더 이상의 희생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법안을 통과할 때는 다양한 경우의 수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중립적이고 재발방지가 확실한 법안인지 수정·보완을 거치는 '검토'가 필수다.

기자의 한 가지 간절한 바람이 있다면, 예방될 수 있었던 환경에서, 더 이상의 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다.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을 계기로, 아직 처리되지 않은 법안의 처리 역시 신속하게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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