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은 우리사회에 일반화된 제도…제밥그릇 지키기라는 비판 직시해야

송영호 프리랜서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지난주 오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회비가 입금이 안 됐다는 것이다.

그럴 리가? 알고 보니 자동 이체 설정 기간이 만료가 되어 자동이체가 안됐던 것이다. 다시 신청하러 은행에 갔다. 분위기가 묘했다. 무슨 일이 터질 것 같은 긴장감이 흘렀다.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한다는 것이다.

 

달구지를 끌고 주로 라디오를 들으며 전국을 다니는 것이 주 업(業)으로 살며,

시간 날 때 마다 미식축구 감독과 심판을 하는 내가 큰 은행 볼일이 있을 리 없다.주로 하는 은행 업무가 아주 단순한 현금 입출금일뿐... 그마저도 스마트폰이 생겨 아주 쉽게 입출금을 확인하고 송금하면서, 은행 창구를 이용하지 않아도 되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나도 편해졌지만 컴퓨터와 통신의 발전으로 마감업무가 많이 줄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나이기에 은행이 파업한다는 이유가 궁금했다. 아니 무슨 연유로 파업을 했지? 달리 뚜렷한 이유와 명분이 있나? 우리나라에 대표적인 고소득 업종인 금융업인데? 사원 후생복지도 웬만한 대기업보다 더 나을텐데?

 

그 이유를 듣고 너무 실망스러웠다.

성과연봉제 때문이란다. 성과연봉제(成果年俸制)가 어떤 것인지 알기에 진행과정이 대충 짐작이 갔다.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기업들은 기본 급여가 호봉제라는 기본 틀에서 운영되며 성과급이라는 명분으로 능력에 따른 차이를 둔다. 사회 전반에서 기본 호봉제의 비중을 줄이고 성과급을 높여가는 중이다.

금융권에서 우리 나라 금융산업의 수익성이 계속 낮아지게 되자 금융사의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도 높이는 차원에서 현행 관리자 연봉격차 30%, 직원 연봉격차 20%에서 앞으로는 40% 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은행도 기업인데... 기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당연한 말이다. 일 잘 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연봉을 줌으로써 연봉총액은 그냥 둔 상태로 직원들에게는 동기부여를, 회사입장에서는 효율을 높여 이익확대를 노리는 양수겸장의 수다.

 

은행원들은 ‘주당 56시간에서 60시간을 일하고 있으며, 많은 일을 하는데 비해 받는 월급은 생각만큼 많지 않다.’며 자신들은 고소득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최저임금 시급인 6,030원을 받는 젊은 세대들에게는 이런 얘기들은 이해하기 힘들다. 시중은행의 평균연봉이 거의 1억에 육박하는 금융권이 고연봉이 아니라면 누가 고액 연봉자란 말인가? 애초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기본취지 자체가 일 잘하는 사람을 대우하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함이었는데... 그런데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몇 년 전 교육계에 성과급을 실시하겠다고 했을 때 교육계에서는 난리가 났다.

교육의 성과를 계량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어떻게 선생님의 신성한 교육을 수치화 할 수 있냐고.... 교사들은 성과급을 지급하게 되면 그 평가기준이 진학과 학습능력평가에 치우칠 것이고, 그러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휘둘리게 되어 진정한 전인교육을 할 수 없다고 극렬히 반대했었다. 그러나 도입과정에서 다소 무리가 있었더라도 교원능력평가를 통해서 그 취지를 잘 살려 운영되고 있다. 통계학의 발전은 애매모호한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수치화시킴으로 계량화가 가능하게 되어, 가장 보수적이랄 수 있는 교육계마저도 차별 성과급을 받아들인 것이다.

 

금융노조는 이런 사회의 변화에 같이 동참해야 한다.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성과급제는 일반화되었다. 차별성과급의 제도는 능력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고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게 됨은 당연이다. 이번 파업이 고연봉을 받는 노조원들의 제 밥그릇 지키기라는 따거운 비판을 직시해야 한다. 노조는 날로 수익성이 악화되는 우리 나라 금융산업의 현실을 직시하고 국가경쟁력을 키우는데 더 많이 노력해야 할 것이다.

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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