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최근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또 따뜻하게 만들어준 뉴스가 있었다.

지난 10일, 인천시의 한 마트에서 부자(父子)가 사과 여섯 알과 우유를 훔쳤다. 마트 측은 이들을 경찰에 신고했지만, 사정을 들은 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아버지는 몇 달 전까지만 하더라도 택시를 운전하며 성실히 살아왔으나 병으로 생계를 꾸릴 수 없게 되자 배고픔에 시달리다 식료품을 훔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사연을 들은 담당 경찰관은 이들을 식당으로 데려가 배부터 채우게 했다.

이 때 한 시민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부자에게 현금 2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유유히 사라졌다.

이 아버지의 행동이 결코 잘한 일이라고는 볼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일은 국민들에게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특히 말없이 인출해온 현금을 두고 간 시민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각박한 현실 속에서도 누군가는 자신의 돈과 시간을, 타인을 위해 내어놓고 있다. 치열하게 ‘내 것’을 챙기기도 바쁜 이 때, 조건 없는 ‘나눔’ 사례들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오늘 교양공감에서는 시린 겨울에 온기를 불어넣어 줄 ‘나눔’에 대해 다뤄본다.

‘기부 선진국’을 향한 발걸음

기부는 자선사업이나 공공을 돕기 위해 자산이나 물건 등을 대가없이 내놓는 행위를 뜻한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소득에 비해 기부가 활발히 이뤄지는 편은 아니었다. 하지만 근래 점차 개인기부가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과 개인의 늘어난 기부 덕에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은 물론 공공사업 역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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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함께 일구는 ‘복지 국가’

‘복지국가’가 되는 것은 정부의 몫 아니냐고? 일부는 맞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다같이 잘 사는 사회’는 구성원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자원봉사 및 기부는 복지제도의 불완전성을 보완하는 순기능을 한다.

‘현대판 장발장’ 부자를 식당으로 인도했던 경찰관은, ‘요즘 세상에 밥 굶는 사람이 어디있느냐’며 울먹였다.

그렇다. 우리나라에서 ‘밥 굶는 일’은 이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하지만 개인들의 기대나 예상과는 달리, 사회의 꽤 많은 곳에선 도움을 필요로 한다. 정부가 100% 충족시키기 힘든 부분을, 개인은 더 잘 살필 수 있다.

‘나눔’의 영향력

기부와 나눔, 봉사는 그 행위 자체만으로도 향기가 난다. 유명인의 안타까운 죽음이 사회 전역에 우울한 기운을 끼칠 수 있듯, 긍정적인 사건 역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 경찰관과 시민의 선행에서도 이 같은 부분을 느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선행은, 그 행위를 직접적으로 받지 않은 우리들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훈훈한 분위기는 이어지고 이어져, 또 다른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풀 용기를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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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나눔

기부자들이 대가 없이 선행을 하는 이유에는 ‘자기 만족감’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행은 ‘누군가를 돕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를 가진 나’를 확인할 수 있는 행위다.

많은 나눔 봉사자 및 기부자들은, 나누는 행위를 통해 만족감이나 자부심과 같은 긍정적인 심리 효과를 얻고 있다.

우리 아이에게 몸소 가르치는 ‘이타주의 정신’

이타주의는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선을 목적으로 헌신하는 마음이다.

나눔이나 봉사, 기부행위를 통해 우리는 머리로만 이해하던 이타주의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한 ‘나눔’은 이타주의가 크게 배양되게 하는 자양분이 될 수 있다. 학교나 단체를 통한 경험은 물론, 선생님이나 부모님 등 주변 어른이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역시 교육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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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여가로써의 ‘봉사’

요즘은 ‘함께 하는’ 여가 활동을 찾기가 쉽지 않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룹 여가활동’에 끼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봉사활동’을 취미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

‘주기적으로 여가활동을 하는지 아닌지’는 현대인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친다. 봉사활동은 나의 ‘재능’, ‘실력’ 같은 것들과 관계 없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뿐더러 타인과 함께 할 수 있어 공동의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남을 돕고자 하는 우리의 ‘자유의지’

자원봉사(volunteer)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뜻하는 라틴어의 ‘Voluntas’에서 유래됐다.

현대사회에서 자원봉사라는 말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자발적으로 지원하는 지원병을 가리키며 사용하게 됐다. 타인을 위해, 또한 공공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고자 하는 마음은 오래 전부터 우리 내부 깊숙이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현재, 우리는 자신의 시간과 재산을 타인에게 나누는 것에 인색한 경향이 있다. 혹은 간접적으로나마 누군가에게 그렇게 교육받은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을 돕고자 하는 이타주의는 사회적 동물인 우리의 본능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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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사회를 위한다면

좋은 사회는 시민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노력이 있어야 만들 수 있다. 진정한 복지국가는 시민 전체의 따뜻한 관심이 전제될 때 가능해진다.

사회는 꼭 우리의 신체와 같다. 몸에 좋은 보약을 한번에 털어 마시는 것보다, 영양균형이 잘 잡힌 식사와 운동을 지속적으로 해주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하지만 건강해야 할 사회는 발전할수록 온갖 혐오가 부패 속에 병들어 가고 있다. 인터넷에선 서로를 공격하는 말들이 자유로이 활보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서로에 대한 ‘나눔’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다.

올 연말, 특별하고 따뜻한 추억을 남기고 싶다면 자원봉사 또는 기부를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분명 나누어준 것보다 더 큰 행복이 돌아와 마음을 채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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