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스트] “무슨 일이든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잖아요?”

“그거야 당연한 얘기지”

“아까 어느 어르신이 동네에서 정월대보름날 척사대회도 하고, 단오날에는 멱도 감고, 음식도 만들어 먹고, 또 한창 무더운 복날에는 옹기종기 냇가에 가서 개도 잡아묵고, 닭도 삶아 묵고, ‘그런게 다 마을축제 아니겄냐?”라고 하셨잖아요?“

“그랬지”

“바로 그거예요. 마을축제를 어렵게 생각하니까, 그런거지, 우리 농촌마을은 일상적으로 마을축제 경험이 있어요. 그걸 잘 살리면 되는 거지요”

“어떻게요?”

“마을주민들 끼리끼리 어울렸던 것을 마을 주민 대다수가 같이 참여해서 하면 마을축제가 되는 거지요”

“좀 더 자세히 얘기해주면 안될까요?”

“예를들어 무더운 여름 복날, 지친 몸에 영양분을 넉넉히 줘서 잘 이기자고 냇가에가서 멱도 감고 개도 잡아먹고, 개를 싫어하시는 분들은 닭을 삶아서 드시잖아요”

“그렇지”
“근데, 대부분 마을주민들 중에 서로서로 마음이 맞는 분들끼리 어울리잖아요?”

“대부분 그렇지”

“그러니까. 복날 전에 마을주민들이 ‘복날에 마을 주민 단합겸 복날 행사를 마을차원에서 하면 어떻겠는가?’라고 말씀 하셔서, 대다수가 동의하면 ‘복날 동네 잔치’를 벌리는 거지요. 이게 마을축제가 되는 겁니다”

“그거야 별루 어려울 것도 없지. 그냥 하면 되겠네”

“마을사람들이 모두 참여하려면, 솥단지도 몇 개 필요하고, 그릇이며, 숟가락 젓가락이 몇 개 필요할 것이고, 그늘막을 쳐야하니 텐트도 몇 개 필요하고, 김치며 밑반찬도 필요하고, 준비할 게 꽤나 많을 겁니다”

“그거야 동네에서 상을 당하던가, 칠순 팔순 잔치하면 늘상 해오던 거니까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지”

“그럼 됐구요. 잔치 준비가 잘 되면, 마을 주민 장기자랑도 좋구요. 가을 일에 대해서 미리미리 의논하는 것도 좋구요”

“먹고 마시는데, 무슨 의논을 한다고? 의논 잘못하면 또 쌈박질 할라”

“아아 그럼! 의논은 하지 마시구요. 장기자랑만 하시지요”

“그거야. 우리가 늘상 하는거 잖아. 노래도 부르고”

“그러니까 생각해 보시자구요. 그냥 노래만 하지 말고, 남 흉내내기도 좋고, 개소리나 닭소리, 짐승 울음소리도 좋고, 나름 각자의 장기자랑을 하면서, 상품을 내거는 것도 좋겠지요?”

“상품을 건다고?”

“아무것도 없으면, 사람들이 이리 빼고, 저리 빼지만, 화장지 한 묶음, 라면 한 상자라도 상품으로 걸리면, 기를 쓰고 할 것 아니겠어요?”

“허기사, 농업인의 날 행사 때, 경품이 걸리니까, 너두나두 시키지 않아도 마구 나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아무튼 되게 재미있데 그거”

“그래 나도, 전번에 보니까, OO마을 영감탱이가 창을 멋들어지게 불러서 자전거를 타가지고, ‘설때 손주가 오면 줄란다’고 하면서 되게 좋아하데”

“마을잔치 할때도 형편 껏 이것저것 경품으로 걸면 없는 것 보다는 좋겠네 그려”

“즐겁고 행복한 마을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몇가지만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게 뭡니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마을주민들의 생업에 지장을 주면 안되는 거지요. 그러니까 농번기는 피해야 되나는 말씀이지요”

“그거야 당연한 얘기지만, 요즘 농사라는게, 겨울 빼면 농한기가 따로 있나?”

“그래도 농사일이 조금 한가한 날에 하는게 좋겠지요”

“그거야 당연한 얘기고”

“두번째는 마을주민들이 대다수 참여해야 하구요?”

“그것도 당연한 얘기 같구먼”

“근데요. 마을주민은 아니지만 마을주민과 진배 없는 사람들이 있지요?”

“글세, 마을주민과 진배없는 사람이라니?”

“그러니까, 명절 때나 한식 때, 꼬박꼬박 마을을 찾는 출향민들이 있잖아요? 마을일이라면, 도시에 살면서도 적극적으로 도우려는 사람들?”

“있지. 있구말고. 서울에 사는 OO댁 큰아들이 마을사람이 연락하면, 그렇게 잘해주잖아. 밥도 사고, 술도 사고, 버스표도 끊어주고,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백방으로 이리뛰고 저리뛰고 해서 도움을 주잖아”

“OO댁 큰아들도 있지만, □□댁 둘째 딸 있잖아? 갸도 공부를 잘해서 대기업에 취직을 했는데, 전번에도 회사 기념품으로 쓴다고, 산나물을 많이 주문해서 팔아줬잖아?”

“그러고 보니까. 바깥에 나가 있지만, 우리 마을 일이라면 물불 안가리고 도와주는 사람이 꽤나 있네 그려”

“그러니까. 잔치상에 숫가락, 젓가락 하나 둘 더 놓는다는 생각으로, 마을일에 물불 안가리고 도와주는 출향민들에게도 연락을 해서 참석을 하면 좋고, 아니명 하 수 없구요”

“그거야. 마을잔치라고 해야 하나? 마을축제라고 해야하나? 날짜만 잘 잡으면, 예를들어 금요일에서 토요일, 아님 토요일에서 일요일 이나 공휴일을 끼워서 잡으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그러게”

“마을축제니까,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 보다는요? 마를주민들이 화합하고 단합하고 즐거우면 되니까. 일년에 한 번 만 할 필요는 없는 거지요?”

“일년에 란 번 만 할 필요는 없다고?”

“예! 마을사람들과 마을에 관심을 갖는 출향민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날짜면, 예를들어 추석 명절 때, 설날 명절 때도 조촐하지만 마을 축제를 할 수 있겠지요? 어렵게만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거야, 명절 때면 어차피 갑계를 치르지 않는가?“

“명절때 마을잔치이자 마을축제를 하고나면, 출향민들과 의논해서, 단합만 되면, 여름휴가 날짜를 맞춰서, 마을을 찾는 날로 정하고, 이때 여름축제를 기획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요”

“물놀이도 하고, 고기도 잡고, 우너두막을 몇 개 만들어서 원두막에서 수박도 깨먹고, 큰 양푼에다가 보리밥을 비벼서 나눠 먹기도 하고, 애들은 애들끼리 놀도록하고, 어른들은 어른들끼리 개도 잡아묵고, 쉬기도 하고, 근처 해수욕장이나, 산에 다녀오기도 하고”

“그것도 생각해 볼만한 일이네. 그렇잖아도 전번참에 OO네 작은 아들이 이거랑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었네”

“뭐라고?”

“그러니까. 이왕 휴가를 갈 바에는 동네에 와서 먹고 자고 하면, 자기들도 편하고, 동네에도 조금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으니, 이리저리 연락을 해서 휴가날짜를 한 번 맞춰보면 어떻겠느냐고?”

“아아 나도 들은 적이 있네 그려”
“바깥에 나가 있는 애들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 같은데 마을에서 도통 관심이 없으니 흐지부지 되는 것 같네”

“그럼 이번 명절때, 진지하게 한 번 의논해 보세”

“그게 좋겠네”

지난 9월 29일 경기도 부천시 강남시장 일대에서 열린 ‘2013 강남시장 마을축제’ 행사에서 참가자들이 각 나라 음식을 맛보고 있다. /연합뉴스

“마을축제가 어렵고 복잡하게 여겨지는 이유는 마을주민이 우선이 아니라 ‘남들에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라고 생각하는데서 부터 발생합니다. 마을주민과 마을발전을 생각하는 출향민 입장에서 생각하면 하등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그렇겠네. 생각해보니”

“마을주민과 출향민이 어울리면, 참가하는 모두가 축제의 주인이 되고 손님이 됩니다. 서로서로 거들고, 웃고 떠들고. 이게 바로 마을축제인 겁니다”

“그래도 앞서 얘기했지만, 마을사업을 받으려고 하면, 마을축제를 널리 알려야 한다고 하던데?”

“아아! 그건 때가 있습니다. ‘모내기하고 바로 콤바인 집어넣으면 모가 작살나는 것’ 처럼 ‘마을축제’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때가 무르익어야 합니다”

“어떻게요?”

“마을주민과 출향민이 합심해서 마을축제(행사)를 여러번 치르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익숙해지고, 마을 주민들간에 손발도 척척 맞아 떨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히 주변에 소문이 나게 됩니다. 출향민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나서, 다음 번에는 자기도 꼭 참석하겠노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늘어나게 되고, 읍면 소재지와 마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조금씩 나게 됩니다”

“그럴 수 있겠지요”

“여기저기서 여락이 오고 마을축제에 참석하겠다고 하면, 이때가 중요합니다”

“뭐가 중요합니까?”

“흔히 개때같이 몰려오면, 축제가 아니라 난장판이 되잖아요?”

“그거야 이미 경험을 했잖수! 말도 하지 마슈”

“그러니까. 축제 참가 인원을 제한해야 한다는 거지요”

“축제 참가인원을 제한한다고?”

“예~에! 참가인원을 제한해야하지요”

“어떻게?”

“결혼식에 아무나 참석하지 않잖아요?”

“그거야 그렇지요”

“마을축제도 참석하겠다는 사람이 많으면, 초청장을 발송하는 거지요. 휴대폰 문자도 좋고, 만약 적정 인원이 마을주민 빼고 2백명이다고 하면, 출향민과 그 가족, 우리 마을 발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전문가와 도움을 줄 전문가, 행정, 그리고 앞으로 마을발전을 위해 네트워크가 꼭 필요한 사람들, 신문사, 방송사 등등을 섭외하여 참석토록 하는 거지요”

“그게 가능할까?”
“충분히 가능하지요. 마을축제 때, 마을 입구에서 초청장이나 참석인원대장을 확인해서, 명단에 없는 사람들은 마을 출입을 허가하지 않으면 되는 거지요”

“어느 전문가는 사람이 많이 모이면 모일수록 마을축제는 성공한 것이고, 다른 마을사업을 따낼때도 매우 유리하다고 하던데?”

“다시 말씀드리지만, 결정은 마을주민들이 하시는 겁니다. 전문가 이야기는 참고로 들으세요. 100명의 전문가를 만나면 100가지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중에 여러분들에게 가장 맞겠다 싶은 것을 선택해서 참고로 하여 여러분 스스로 결정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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