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로부터 받은 혜택 돌려줘야죠”
해외입양에 대한 사회적 반성 요구

  제16회 행정고시 출신으로 보건복지부 차관을 지낸 신언항 중앙입양원 원장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24만명의 아이들이 국내외로 입양됐으며,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입양돼 어울려 자라면서 많은 고통을 겪거나 적응을 못해 그 사회에서 일탈된 입양인들도 많다”고 밝혔다. 그는 이들에 대해 입양을 보낸 나라의 입장에서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우리나라가 입양을 시작한 지 60년이 지나서야 그들에게 관심을 보이고 사후관리를 한다는 게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나 조선시대 기록을 보면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고아가 된 아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일환으로 입양을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고아가 대규모로 생긴 것은 6·25전쟁 때인데, UN 한국원조위원회의 추산으로 당시 50여만명의 고아가 발생한 것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그들에게 의식주를 해결해줘야 하는데, 당시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혼혈아동을 포함한 전쟁고아의 국외입양이 추진된 것이죠. 시간이 지나 1970년대 들어서면서 미혼모나 혼외 자녀들이 해외로 입양되는 사례가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어려운 시대상황과 맞물려 시작된 것이 입양의 역사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입양상황
-입양에 대한 우리나라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아무리 잘살아도 부모에게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동은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그런 경우 우리사회가 아이들을 거둬서 길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가입 등 선진국 대열로 들어갔지만 우리나라 자체에서 잘 키우지 못하고 입양되는 현실이 자랑스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국외입양이 계속되는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민족적 가치관이라는 이유도 있는 것 같습니다. 혈통주의를 고수하는 유교적 전통으로 인한 입양에 대한 편견과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그리고 양육하기 힘든 사회적 환경 등의 문제 등이 산적해 있어 우리나라의 입양아들이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사설입양기관들의 현황은 어떠한가요?
  “오랜 역사를 가지고 많은 부분에 있어서 불우한 아이들을 위한 사회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기관들의 업적이 참 대단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입양 간 아이들이 한국에서 컸으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며 여러 희비가 교차하기도 합니다. 앞으로 입양은 많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우리사회가 아이를 많이 낳지 않는 추세이고, 원치 않은 임신을 한 경우라고 할지라도 기르려고 많이 애를 쓰고 있는 분위기이기 있기 때문입니다.”

-입양특례법에 대한 원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을 하려면 출생신고를 한 가족관계등록부가 제출돼야 합니다. 입양시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과정에서 반드시 입양대상 아동의 어머니가 누군지와 출생과정에 대해서도 알아야 합니다. 신분의 노출을 꺼리는 미혼모들은 입양을 꺼리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아동의 출생신고를 법률로서 의무화하는 이유는 아동의 인격권 보호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자신의 고유한 성명을 가질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출생배경에 대해 공신력 있는 국가기관에 등록될 권리가 있는 것입니다. 미혼모들이 신고기록의 공개로 인해 두려워하는 부분은 입양절차가 끝나면 출생 관계가 친생부모의 가족관계기록에서 삭제됩니다. 또 입양된 친자녀가 친부모를 찾을 경우 친부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이는 자녀의 출생등록을 부담스러워하는 미혼모들의 염려를 완화시켜 줄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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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이 키우면서 보람 커
-원장님 개인적으로도 아이를 입양했다고 들었습니다만.

  “저는 사회에서 많은 혜택을 받은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합니다. 조금은 보답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제가 혜택을 받은 부분의 3분의 1이라도 아이들을 위해 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한 생각에서 입양을 결심했는데, 입양은 아이를 새로 낳는 것과 똑같았습니다. 그 아이의 의식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우리 가족으로 생각하니 새로운 자녀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방법으로 얻었지만 제 친자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보람도 있고 많은 어려움도 있습니다. 오히려 아이가 잘할 때보다는 속을 썩일 때 입양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입양을 안했다면 우리 아이가 어떻게 됐을까 생각할 때 입양을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평소 구성원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오랜 기간 조직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은 리더의 생각과 조직의 목표가 조직원들에게 이해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대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원장으로서 입양인이나 입양가족들의 복지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서 노력한다는 진정성이 직원들에게 보일 때 직원들의 신뢰를 얻고 같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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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신다면.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민주화를 이룩하고 경제적으로 세계 10위권에 들어가는 저력을 보였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잘 사는 모습에 놀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선진국이냐?’는 질문에 자신 있게 맞다고 대답하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직도 해외에 많은 아동이 입양되고 있는 부분에서의 반성이 필요합니다. 모든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든 모두 소중한 자식이므로 우리사회가 책임을 지고 그들이 태어난 가정과 국가에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권익보호와 공동체 의식수준을 많이 높인다면 우리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 대열에 합류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신언항 원장>
-1946년 8월 4일
-동인천고 졸업
-성균관대 행정학 학사
-웨일즈대 경제사회학 석사
-연세대 보건학 박사
-제16회 행정고시 합격
-보건복지부 차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現 중앙입양원 원장
     한국실명예방재단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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