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들이 던진 돌팔매가 의사 신뢰를 무너뜨리고 스스로 불신을 살 것”

송영호 프리랜서

[공감신문=송영호 프리랜서] 할머니 한분이 계단을 내려가는데 빨리 가려던 젊은 친구가 밀쳐서 넘어지면서 다리가 골절되었다. 병원에 가서 기브스를 하고 누워서 지내다 보니 욕창이 생겼다. 몇 달 뒤 골절부위는 완치되었는데 누워만 있다 보니 기력이 더 쇠해서 일어서서 다니지도 못하고 더 누워 있게 되었다. 그 결과 욕창이 심해져서 몇 달 뒤 돌아가시고 말았다.

이 할머니의 사인은 젊은이가 밀친 외인사인가 아니면 욕창에 의한 병사인가? 또 외인사라면 젊은 친구는 살인죄로 기소될 것인가? 궁금해진다.....

 

다름과 틀림은 구분되어야 한다. 서로가 같지 않고 생각의 차이가 있을 때에는 ‘다르다’는 표현을 써야 한다. 이에 반해 틀리다는 것은 다분히 부정적이고 나쁜 것으로 생각되게 한다. 다름은 자신의 의견과 차이가 있을 뿐이지 타인의 의견이 틀렸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남대문을 안 가본 사람이 더 잘 안다는 속담이 있다.

최근의 故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 사태를 보면서 전문가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서울대병원은 故백남기씨 주치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하였지만 유가족이 주장하는 외압은 없었고, 특수한 경우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주치의는 ‘적절한 최선의 치료를 시행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사망을 하게 되었다면 사망진단서의 내용은 달랐을 것‘이라 했다.

백씨가 사망 6일 전부터 급성 심부전 증세를 보였지만, 유가족 측의 요청으로 적극적인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 주치의 권한으로 '병사'로 적었다고 밝혔다.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거의 일년여를 식물인간으로 지내다 사망하였기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을 외압에 의해 조작할 수 있다고 보지는 않는다.

서울대학병원에 설치된 고 백남기씨 빈소. /연합뉴스

수십년동안 신뢰와 신망을 쌓아온 분들이 의사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외압과 타협하였다고 보지는 않는다. 적어도 자신의 소신에 의한 소견이라 생각한다.

박종철군 고문치사 사건당시. 그 서슬 퍼렇던 5공 시절에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했던 의사들은, 故박종철군의 사인이 고문치사라고 밝혀 6.10항쟁 민주화를 이끄는 촉매가 됐다.

서울의대 재학생들과 졸업생.. 의협까지 나서서 틀리니 원론에 어긋나니 하는 것을 보면, 자신들이 던진 돌팔매가 의사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향후 자신들의 치료에서도 같은 불신을 사게 될 것이다.

일 년 간 주치의로서 곁에 있는 사람의 소견이 맞는 건지, 주치의의 소견을 뉴스를 통해 보고 판단하는 사람들의 의견이 맞는 지 궁금해진다.

주치의의 의견까지 무시되고 전문가의 권위와 신뢰까지 무너진 안타까운 모습에서, 타인을 인정하기 어려워하는 우리의 현실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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