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공장 생산비율 30%대…고용시장 악화, 미래 세대 일자리 불안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현대자동차가 국내에 공장을 짓지 않은지 오래다. 해외에만 공장을 짓는다. 국내 노동력이 고임금이고,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경영진의 관점에서는 비용 절감 측면이 있고, 현지 판매를 확대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공장을 건설한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만큼 일자리가 줄어든다. 대기업들의 해외공장 건설은 국내 고용시장을 악화시키는 이유중 하나다.

현대차 울산공장 전경 /연합뉴스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공장의 생산비율이 30%대로 떨어졌다. 2010년부터 국내 공장의 생산이 해외공장에서의 생산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2010년 현대차의 총 생산량 362만6,151대 가운데 국내 생산이 174만3,378대, 해외 생산 188만2,773대로 각각 집계됐다. 국내 공장 생산비율이 48.1%로 처음 50% 아래로 하락했다.

이후 국내 공장 생산비율은 2011년 46.4%, 2012년 43.3%로 2년간 40%를 유지하다가, 2013년에는 38.8%로 30%대로 떨어졌다. 2014년과 2015년에도 각각 37.9%와 37.6%로 계속 낮아졌다. 2016년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30%대 수준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국내 공장의 생산비율이 낮아지는 것은 국내 공장의 고임금 저생산성 구조에서 비롯된 경쟁력 저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기준 국내 공장(울산·전주·아산)의 HPV(차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총 시간·Hour Per Vehicle)는 26.8시간으로 해외공장 7곳과 비교해 가장 높다.

2005년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14.7시간에 비해 국내 공장이 2배 가까이 높다. 체코 노소비체 공장(2009년 준공)은 15.3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2010년 준공) 16.2시간, 중국 베이징 공장(1공장 2002년, 2공장 2008년, 3공장 2012년 준공) 17.7시간이다. 또 브라질 상파울루 공장(2012년 준공) 20시간, 인도 첸나이 공장(1공장 1998년, 2공장 2008년 준공) 20.7시간, 터키 이즈미트 공장(1997년 준공) 25시간으로 각각 집계됐다.

HPV는 생산의 질에 대한 측정지표로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의 생산설비, 관리효율, 노동생산성 등 제조 경쟁력을 평가하는 지표다. HPV가 낮을수록 생산성이 우수하다.

회사가 해외 공장을 짓는 것은 강성노조에 시달리기보다는 노조가 없는 해외가 속 편한데다 현지 시장을 개척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이유가 맞물려 있다.

현대차는 올해와 내년에도 중국 4공장 창저우 공장(30만대 생산 규모)과 중국 5공장 충칭 공장(30만대 규모)을 새로 지어 각각 가동한다. 국내 공장 생산비율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공장 대비해 국내공장은 생상성과 임금경쟁력 측면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게다가 해마다 되풀이되는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와 노조파업은 생산과 임금경쟁력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노조는 "자동차 제조사마다 사정이 다른데 단순비교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도 국내 공장의 생산비율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임단협 때 '국내 공장 신·증설 검토'를 사측에 요구했다. 노조는 당시 "무분별한 해외공장 신설은 노조의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킨다"며 "값싼 노동력만 찾아 해외로 진출하면 국내 발전은 저하되고, 결국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권혁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업과 노조 모두 사회적 책임을 생각해야할 시점"이라며 "생산성을 높이겠다고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를 계속 외국에 넘길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이어 "그러자면 노사간에 신뢰와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은 고용 안정성을 보장하되 생산성 향상에 노력하겠다는 상호 약속과 믿음"이라며 "노사간 이기심과 불신은 양측의 손해에 머물지 않고, 미래 세대의 일자리까지 고갈시킨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현대차그룹의 중국 공장 운영 현황.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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