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숙식으로 마을 어르신들 숙식 문제 해결

[공감신문=박범준 칼럼니스트] 며칠이 지난 후 전문가가 OO마을에 도착하였고, 저녁 늦게 임시마을총회가 개최되었다. 마을총회를 통해서 ‘OO어른신의 백골이 된 사연’에 대해서 마을주민 모두가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고, 근본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란다는 것을 확인한 전문가는 “우선 큰 것부터 해결 합시다. 그리고 나서 어려운 문제들을 하나하나 해결합시다”고 제안을 한다.

계속해서 “마을회관을 활용하여 우리가 돌봐야할 주민들에게 공동숙식을 제공하면 좋겠다. 방 하나는 남자 어르신들이 묵을 곳으로, 다른 방 하나는 여자 어르신들이 묵을 곳으로 정하면 되겠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합니까?”

마을지도자들은 “실은 우리도 거기까지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만”

“그래요 그럼 무엇이 문제입니까?”

“자는 거야 있는 마을회관을 이용하는 것이니 문제가 될 게 없지만, 먹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하루 이틀도 아니고?”

“혹시 부녀회에서 조금 신경을 써주면 안될까요? 예를들어 마을회관의 주방시설을 활용해서, 밥을 넉넉하게 해 놓고, 김치 몇 종류와 장아찌며 밑반찬 몇 개를 해 놓으면, 노인들이 때가 됐을 때 뷔페식으로 드시게 하면 안될까요? 그리고 부녀회에서 2인 1조로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당번을 정하면 어떻겠습니까?”

노인회에서 노인회장님과 나이가 많으신 여자 노인분이 “여력이 있는 노인들이 거들겠다”고 하신다.

이에 부녀회장님과 부녀회 총무님이 “한 번 생각해 보고, 부녀회에서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말을 한다.

이제 마을회관을 활용해서 공동 숙식을 하기로 하고, 나름 건강한 노인분들과 부녀회가 책임을 갖고, 일을 추진하기로 결정하였다.

근데 아주 중요한 한 가지 문제가 제기되었다.

마을대표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거동이 불편한 분들에게 공동숙식을 제공하는 것은 참으로 좋은 일이지만, 하루이틀도 아니고 하게되면 주욱 해야할 텐데, 마을 주민들이 십시일반 하는 것도 어느정도지, 과연 이를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 지? 그게 걱정입니다”

“결국 돈이 문제가 되겠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혹시 지금 마을기금은 어느정도가 있습니까?”

“마을기금이 조금 있기는 하지만, 공동숙식을 계속한다면 몇 달이 가지 않아 바닥이 날 것입니다.”

전문가는 “우선 지금까지 결정된 사항을 확인합시다. 첫째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이 마을회관을 활용해서 공동으로 기거한다. 둘째 마을 노인회와 부녀회가 나서서 노인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한다. 자 동의하시는 거죠?”

마을주민 다수는 “예 동의합니다”

“자 그럼 이제 남은 문제는 돈의 문제입니다. 우선 마을기금이 있으니, 마을기금으로 충당합시다”

“그러고 나면 어떻게 하지요? 전문가님?”

“마을에서 공동으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마을주민 다수가 참여하는 공동사업을 하면 됩니다”

“마을에서 공동사업을 한다구요?”

“예. 이렇게 마을 주민들이 화합하고 단결한다면, 마을에서 공동사업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조금 자세히 얘기해주시면 안될까요?”

“아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우리마을에서 생산되고 있는 농산물을 농산물로 팔지 말고, 가공해서 즉 김치로, 반찬으로, 장아찌로, 가공식품으로 팔면 소득이 많이 높아집니다. 농산물은 금방 시들기 때문에 가격이 헐해도 그때 그때 팔아야 하지만, 가공식품은 두고두고 높은 가격으로 팔 수가 있으니, 훨씬 낫지요”

“그게 쉬운 일은 아닐껏 같은데?”

“물론 혼자서는 매우 힘든 일이지만, OO마을처럼 마을 주민들이 단합이 잘되면 크게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혹시 우리가 참고할 만한 사례나 우수마을이 있나요? 거기가서 배우고 오게”

“있지요. 암! 있고 말고요. 전북 진안에 수몰지구의 OO마을이 있는데, 일명 농식품 가공마을이예요. 농토의 거의 80~90%가 물속에 잠겼고, 대다수 주민들이 마을을 떠났지만, 고향을 지키겠다고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방도로 깻잎말고 깻잎장아찌로, 고추 대신 고추장으로, 참깨, 들깨 대신 참기름, 들기름으로 그 동네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을 모두 가공해서 판다고 해서 일명 가공마을이 된 거지요. 아마도 농산물로 팔때보다 소득이 최소 3배에서 5배가 높다고 하던가?”

“아아 그런 마을이 있었군요?. 조만간에 우리마을에서 대표단을 꾸려서 거기를 한 번 다녀와야겠네요”

“그러세요. 참고로 거기 갔다오고나서 막상 일을 추진할려고 하면, 가공관련 시설들이 필요할 거예요”

“아마도 그러겠지요”

“정부의 지원사업중에 마을기업 혹은 농촌공동체사업 등이 있는데, 마을에서 주민 다수가 각각 얼마씩 돈을 내서 OO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OO마을영농조합법인이름으로 마을기업이나 농촌공동체 지원사업을 신청하세요. 그러면 장아찌며, 기름만드는 시설이며 가공식품 만드는 기본 기계 및 설비를 갖출 수가 있을 테니”

“아아! 잘 알겠습니다”

광주 서구 상무2동 마을반장이 추석을 앞두고 지역 홀몸노인에게 송편을 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을기금을 위한 공동 사업 - 공동가공과 마을기업

마을주민을 대표해서 마을 이장, 청년회장, 부녀회장 등 여러명이 일명 선진지 견학으로 전북 진안군 수몰지구의 가공마을을 방문하여 눈으로 확인을 하고,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지도자를 중심으로 마을의 공동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으로 OO마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고, 연중 마을에서 생산되는 농산물과 이러한 농산물을 활용하여 가공할 계획을 세운다. 이러한 계획을 토대로 하여 마을기업 신청서도 내고, 분주히 움직인다.

이러면서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추석 명절이 다가왔다.

외지로 나갔던 주민들의 자녀들이 흡사 ‘연어가 고향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 듯’ 하나 둘 OO마을로 찾아왔다.

고향을 찾은 자녀들 중, 특히나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둔 자녀들의 마음은 참으로 무겁다. ‘도시 생활이라는 것이 참으로 팍팍하고, 전화라도 드린다는 것이 차일피일 미루게 되고, 거동이 불편한 부모에게 뭐라도 해드리고 싶지만 마음뿐이고, 참으로 찹찹한 심정에서 마을에 들어섰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부모의 건강이 매우 좋아 보이고 활기가 넘친다.

“아아! 아버님! 혹은 어머님! 많이 좋아보이세요?”

“그러냐? 니가 보기에도 좋아보이냐?”
“그럼요. 전번에 찾아뵈었을 때하고 비교하면 엄청 좋아 보이세요. 그사이 무슨 일이 있으셨어요? 죄송해서 연락도 못드렸는데?”

“글쎄, 지난 여름에 우리마을 OO노인네가 죽고나서, 마을청년들하고 마을 부녀회에서 우리같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하루 세끼 꼬박고박 따슨 밥을 주고, 마을회관에서 노인들끼리 같이 자고, 이야기도 하고, 그러니까 아주 좋더라고, 혼자 우두커니 있을때는 깝깝하고 미칠 것 같더니. 소화도 잘되고, 밥이며 반찬이며 여럿이 같이 먹으니 맛도 좋고 소화도 잘되는 것 같고”

“아아 그런 일이 있었군요. 이핑계 저핑계로 바쁘다고 부모를 돌보지 못했는데, 자녀들을 대신해서 마을 주민들이 노인들을 돌본 거네요”

“혹시 니가 미안한 맘이 들거들랑. ‘이장님하고 부녀회장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이라도 해라”

“아버님! 어머님! 여부가 있습니까? 근데 몇 분이나 공동숙식을 하고 있나요?”

“아마 남자 여자 합해서 열 댓명 되지 아마. 그건 왜? 묻냐?”

“열 댓명이나 되면, 공동으로 식사를 제공하는 것도 큰일 일텐데요? 돈도 많이 들고?”

“그래서 일단은 마을기금에서 쌀이며 부식이며, 사서 조달하고 있고, 부녀회에서 당번제로 돌아가면서 도움을 주고 있지 그리고 마을기금을 만든다고, 우리마을에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고, 앞으로 가공을 해서 돈을 번다나? 뭐 어쨌다나? 암튼 우리 마을 이장하고 부녀회장, 청년회장 등이 고생이 많지”

 

마을주민과 출향민이 함께하는 마을축제!

거동이 불편한 부모를 둔 자녀들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모두 마을주민들과 마을 대표들에게 죄송스러움과 함께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되고 감동을 받는다. 그러면서 우선 자녀들끼리 회의를 해서 “자! 우리가 이러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지. 먹고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거야 다 아는 거지만, 그래도 부모에게 불효를 저질렀는데, 마을 주민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우리 부모님들을 저렇게 건강하게 모시고 돌보고 있으니, 무언가를 해야하지 않겠는가?”

“그럼 그렇고 말고, 사람이라면 염치가 있어야지. 일단 숙식에 들어가는 돈을 마을기금에서 쓰고 있다고 하니, 일단 있는 돈, 없는 돈 다 걷어보세”

이렇게 해서 3천만원이 모였고, 마을이장님하고 대표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출향민들하고 마을 대표들이 모여 회의를 하게 되었다.

마을대표는 “농촌마을 이란게 모두 한가족 인데, 전번에 OO노인네가 어이없게 돌아가시면서 우리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네. 우리마을에서 나고 자라고 평생 사신분들은 마땅히 마을에서 돌봐야하는데, 이렇게 큰 돈을 마을에 내놓으니 오히려 우리가 민망할 따름이네”

“이장님! 별말씀을요? 저희가 죄송스럽고 송구할 따름입니다. 차제에 마을에서 좋은 일을 하니까. 외지에 나간 저희들이 도울 일이 있으면 기탄없이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글쎄. 뭐가 있을까?”

출향민중에 몇 몇 사람이 이야기를 한다.

“우선 거동이 불편한 부모님을 걱정하는 자녀들은 각자 형편대로 월 얼마씩 마을에 보내도록 하세?”

“아아! 그거 좋은 생각이네. 어차피 부모님을 어디다 맡겨서 돌보게 할려고 해도 마땅한 데도 없고, 돈도 적지 않게 드는데, 마을에서 돌봐주니 안심이 되고, 부모님도 즐거워하시니, 형편껏 얼마씩 마을에 후원하는 명목으로 내면 되겠네”

“그리고 우리 마을에서 농산물을 가공해서 식품으로 만든다고 하니까, 고추장이며, 된장이며, 장아찌며 그런 걸 꾸준히 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네”

“그거 좋은 생각이네. 어차피 사서 먹어야 되면, 안심하고 사먹을 수 있는 고향께 최고지”

“아아! 그렇게 된다면야, 우리 마을도 좋은 일이지, 차제에 우리 마을에서 재배하는 모든 농산물은 친환경으로 바꿔야 하겠네”
“그러시겠어요? 그럼 저희들만 먹는 게 아니고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안심하고 소개시킬 수 있지요”

“그렇게만 되면 판로는 걱정이 없겠네. 허허허”

계속해서 이야기는 무르익어가고, 출향민 중에 누군가가 나름 좋은 생각이 있다고 이야기 한다.

“어차피 여름휴가철에 여기저기 다니는데, 앞으로 가능하면 고향으로 여름휴가를 가족과 함께 오면 어떻겠는가? 그러면서 부모님 얼굴도 뵙고, 이왕지사 돈을 쓸거면 우리 마을에다가 쓰게?”

“그렇고 보니 그거 참으로 좋은 생각일세”

“그럼 대충 언제로 날을 맞춰서, ‘뿌리 찾는 날’이라고 하여, 애들끼리도 사귀고, 고향에 대해서도 잘 알고, 가능하면 그 날짜에 맞춰서 여름휴가를 다녀가면 좋겠네 그려”
“혹시 그럼 마을주민들과 출향민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마을 축제라는 것을 해보면 어떨까?”

“마을축제?”

“그래! 요즘 잘나간다는 농촌마을마다 마을축제라는 것을 하는데, 막상 가보면, 별거 없어. 우리는 기냥 우리마을 주민들하고 출향민이 중심이 돼서, 즐겁게 흥겹게 서로서로를 아는 시간을 갖는다는 거지. 부담없이”

“그거 한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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