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사재기 가장 큰 피해자는 '아티스트'

[공감신문] 지난 4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조작된 세계-음원 사재기인가 바이럴 마케팅인가?'라는 부제의 방송을 내보냈다. 작년 말부터 한 가수의 폭로에 의해 '음원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음원사재기란, 브로커 등에게 돈을 지불해 특정 가수의 특정 음원을 대량 구매하는 행위다. 음원 플랫폼 사이트에서의 실시간 스트리밍 순위, 인기 순위 등을 조작하기 위해서다. 대중들이 음원 차트 최상위에 있는 곡들을 인기곡으로 듣게 되는 특성을 부당하게 이용한 것이다. 

음원 사재기, 과연 가요계에서만 끝날 논란일까? 이번 사태를 통해 국내 대중문화계의 아킬레스 건은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자. 

HOW TO '사재기'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 출연한 제보자는 음원 사재기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심지어 매우 간단했다. 우리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매크로'를 이용한 방식이다. 

사이트에 아이디와 비번 생성기를 작동시켜 매크로를 돌리는 식이다. 컴퓨터 한 대에서 몇 만개의 아이디로 재생이 가능해진다. 실제 방송에서 제보자는 이러한 방식을 시연해보였으며, 매우 간단하게 매크로 생성에 의한 계정에서의 재생이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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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 플랫폼들의 입장은

일단 이용자들을 가장 섬뜩하게 만든 것은 누군가가 내 아이디로 접속해 나도 모르는 아티스트의 노래를 수 천번씩이나 듣고 갔다는 사실이다. 실제 노래를 들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재기 브로커의 컴퓨터 혼자 수 천번 그 노래를 재생시켰을 뿐이다. 어느 이용자의 아이디로 말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음원 플랫폼 사이트들은 '유료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들이다. 이들에겐 유/무료의 여부를 떠나 회원들의 정보 보호를 위해 기본적인 보안 시스템을 구축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렇게 쉽게, '뚫릴 일인가!' 

지금의 사태에 대해 음원 플랫폼 관계자들은 어떤 입장일까?  

현재 이들은 매크로 등과 같은 불법 시도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논란에 실제 피해를 겪은 이용자들은 '비겁한 변명'이라 말한다. 

일단 많은 음원 사이트들이 새벽 시간대에 실제로 정기적인 서비스 점검 시간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음원 재생에 관한 기술적인 서비스 향상 외에 회원 보안에는 허술하지 않았는가. 이렇게 쉽게 메크로 등에 의해 '사재기'가 이루어진 걸 보면 말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사재기' 논란이 지금처럼 장기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굴지의 음원 사이트들은 소극적인 태도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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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사재기의 피해자는 누구?

일단 가장 큰 피해자는 정당한 방법으로 콘텐츠를 시장에 내놓은 아티스트들이다. '사재기를 하지 않는 것이 손해', 즉 정의롭지 않은 것이 '바보'가 되는 시장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건 비단 가요계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의 여러 곳에서 비슷한 장면들을 목격해오곤 했다. 

정계, 재계, 스포츠, 입시.... '걸리지만 않으면' 이라는 식으로 반칙이 난무했었다. 심지어는 그 잘못을 인정할 기회를 주었을 때에도 '왜 나만 가지고 그래?'라는 식으로 억울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도 상당했다. 늘- 여기서 가장 힘이 빠지는 것은 상식적으로, 정당하게 경쟁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과연 이러한 시장에서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어떠한 시장이든 부당한 산업구조는 결국 노동자를 떠나게 만들기 마련이다. 

결국 이러한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 것은 대중 문화를 누리고 음악을 사랑하는 일반 시민들일 것이다. 더 좋은, 더 다양한, 더 많은 음악을 들을 내일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

사재기하기 딱 좋은 음악값

위에서 사재기가 얼마나 간단하게 이루어지는 지 언급했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요인에는 사재기를 가능하게 하는 음원 가격도 있다. 

국내 음원 사이트들은 월정액 상품을 통해 한달에 만원이 채 안 되는 금액으로 무제한 음악 스트리밍을 서비스한다. 매우 낮은 가격의 음원 이용료가 사재기를 가능하게 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은, 일반 대중들 역시 공감할만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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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재기, 값싸도 너무 값싼 처벌

정당한 경쟁을 방해하고 시장을 교란 시키는 이러한 사재기는 물론 '불법'이다. 정확히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해 금지된다. 

음반제작자, 온라인음악서비스제공업자, 음반 등의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는 그들이 제작하는 음반은 물론, 수입이나 유통하는 음반 역시 판매량 증가를 목적으로 이를 부당하게 구입하는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어 있다. 이를 도운 이들 역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법으로 이러한 행위가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사재기를 시도했던 건, 사재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처벌에 비해 컸기 때문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그들은 리스크를 감당해볼 만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 법률이 얼마나  솜방망이 처벌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사재기 했데?"

일단 장기화(?)된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사재기로  처벌을 받은 피의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제보자의 제보는 매우 구체적이나 수사 과정 및 입증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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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차트가 문제다

음원 시장에서 사재기가 등장하게 된 가장 근본적인 배경은, 인기곡 위주로 음악을 즐기는 이용자들의 특성이 아닐까. 

이때문에 일부에서는 음원 사이트의 차트 제도, 특히 이번 사재기 논란의 중심인 '실시간 차트' 제도를 폐지 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물론, 해외 음원 플랫폼 역시도 재생이나 다운로드 수에 의한 차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내의 플랫폼처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곳은 드물다. 실시간 차트는 경쟁을 부추길 뿐만 아니라 한편으론 대중들로 하여금 본인들 스스로 좋아하는 음악을 고르고 찾을 기회를 잃게 한다고 볼 수도 있다. 

최근, 정부가 음원 플랫폼의 데이터를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하는 법안이 발의되었다. 하지만 정부의 개입이 음악 산업계를 위축시킬 것이라며 이 법안을 반대하는 의견 역시 거세다.

지금 당신이 듣고 있는 음악을 사랑한다면, 당신에게 울림을 준 아티스트가 있다면, 그로 인해 삶에 희망을 얻었다면- 그 창작자들의 삶도 응원해야 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이번 음원 사재기 논란이 잘 해결되어 우리 사회 곳곳에서 '정당한 시장질서'가 확립되는 건강한 분위기가 만연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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