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 찬바람…경기회복 도움 안되고, 사회양극화만 심화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주택시장 과열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값이 10월 현재까지 각각 9.87%, 8.79%, 7.2% 오르면서 지난해 전체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서울 강동구(8.21%)와 양천구(9.43%)도 지난해 상승률을 넘어섰다.

시중의 여유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경제활성화를 위해 통화완화 정책을 채택하면서 시중엔 돈이 풀려났다. 이 돈이 기업 현장으로 들어가지 않고 부동산에 집중된 것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뜯어보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지역만 오버슈팅되고 있을뿐 지방 주택시장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전국적인 부동산 과열이라고 보기 어렵다. 국지적 과열에 불과할 뿐이다.

돈은 영민하게 움직인다. 돈은 이익이 나는 곳에 집중하고, 이익이 나지 않으면 급하게 빠져나간다. 풀려난 돈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서울 재건축이 밀집해 있는 강남이다.

결국 풀려난 돈이 경기회복에 사용되지 않고 서울 강남등 부유층이 사는 곳에만 흘러들어 사회양극화만 심화시킨다는 지적이다.

 

① 강남 재건축에서 강북, 수도권으로 상승세 확산

지난 9월 서울 아파트값은 1.21% 오르며 연중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8월(0.67%)보다 높고, 전국 상승률(0.59%)과 비교해서 2배 가까운 수치다.

상반기에 주택시장 과열의 진앙지였던 개포동 등 일부 단지들이 최근 상승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개포동 N공인 대표는 "개포주공 1단지는 상반기에 평균 2억∼3억원씩 올랐는데 추석 이후 가격이 더 오르지는 않고 거래량도 상반기보다는 떨어졌다"며 "매수자들도 오른 가격이 부담스러운 분위기라 연말까지는 이대로 가거나 조금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3억∼4억원가량 오른 강남구 압구정동 구현대는 재건축 지구단위계획이 나온 이후 추석 전보다 평균 3천만∼5천만원 더 올랐다. 압구정동 J공인 대표는 "지구단위계획이 호재도 아닌데 계획 발표 후 4가구가 팔려나간 날도 있다. 매물로 나와 있던 대형 평형은 최근에 다 팔렸고 지금 나오는 매물은 1억∼2억원씩 더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는 최근 거래가 뒷받침되면서 당분간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H공인 대표는 "잠실주공 5단지는 상반기보다 평균 7천만원 올랐는데 최근 저금리에 여윳돈이 갈 곳이 없어서인지 꾸준히 거래가 이어진다"며 "최근들어 상승폭은 줄었지만 연말까지는 강보합세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재건축 단지의 인기에 힘입어 인근 일반 아파트값도 덩달아 상승세다. 송파구 잠실동 엘스나 리센츠 전용면적 59.99㎡의 경우 추석 전보다 평균 8천만∼9천만원 올라 현재 9억2천만∼9억8천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들의 설명이다.

서초구 잠원동도 마찬가지다. 잠원동 Y공인 대표는 "3.3㎡당 4천300만원 선에 분양한 잠원동 아크로리버뷰 등 재건축 분양의 경쟁률이 높게 나오면서 일반아파트 가격이 2천만∼5천만원까지 올랐다"며 "매물도 부족해 호가를 1천만∼2천만원 높게 불러도 바로 거래된다"고 말했다.

강남권 아파트의 상승세는 이달 들어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폭이 낮았던 강북으로 확산하는 분위기다. 노원구 상계동 P공인 대표는 "매물이 별로 없지만 매수 문의는 꾸준하고 일단 (매물이) 나오면 거래가 된다"며 "인근 주공8단지 재건축 이주도 예정돼 연말까지 아파트값이 5% 정도 더 오르면 올랐지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도시도 지난달 이후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일산신도시의 경우 아파트값이 지난달 0.50% 상승하며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이달에도 2주간 벌써 0.40% 상승했다. 분당신도시 역시 지난달 0.33% 올랐고, 이달 들어서도 0.29% 더 올랐다.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H공인 관계자는 "추석 전보다 가격이 조금 더 올랐다. 삼성한신이나 한양아파트는 중대형을 기준으로 3% 이상 올랐고 매물도 별로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0.69% 올랐던 과천시는 재건축 호재로 이달에는 2주 만에 1.14% 상승했다. 경기도 과천시 별양동 G공인 관계자는 "과천주공4단지 전용면적 60.83㎡의 경우 최근 6억2천500만원에 거래됐다"며 "추석 이후 아파트값이 평균 2천만원 정도 올랐는데 오름폭이 크지는 않더라도 연말까지는 조금 더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잠실주공5단지아파트 /연합뉴스
②지방 아파트는 부산 이외엔 찬바람

지방 아파트 시장은 부산을 중심으로 강세를 보일 뿐 나머지는 약보합세가 이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부산은 올해 들어 이달 14일 현재까지 아파트값이 7.26% 올라 서울의 아파트값 상승률을 뛰어넘었고 해운대구는 13.28%, 수영구는 11.18% 오르는 등 부산 전역에서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지난 7일 기준으로 부산은 이미 아파트값이 전고점인 3.3㎡당 평균 836만원을 뛰어넘어 3.3㎡당 891만원까지 올랐다.

강원 2.18%, 제주 2.09%, 세종 1.21% 등 지방 타지역 아파트값도 지난해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대구(-2.7%), 경북(-1.7%), 충남(-1.21%), 충북(-0.54%), 경남(-0.11%) 등은 작년보다 아파트값이 떨어졌다.

특히 대구 달서구는 작년보다 4.25% 떨어지는 등 대구 전역의 아파트값이 하락세다. 대구 수성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추석 전까지 하락세가 확연했고 연휴 이후 잠깐 보합 상태인데 이 동네는 학군이 좋은 편이라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급매물 위주로 조금씩 거래는 되고 있다"며 "동구나 달서구, 북구 등에서는 가격도 많이 내렸고 거래도 상당히 저조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국 지역별 부동산 시장의 현재 상황이 연말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은 분양시장 위주로 강세고 재고주택 시장에서는 서울, 그중에서도 강남 재건축과 수도권 택지지구 등이 강세다. 지방에서는 부산을 비롯한 몇 개 지역만 잘 되는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다"며 "정부 규제 등의 변수만 없다면 이 분위기가 바뀌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③ 언제까지 강세를 보일까

전문가들은 정부의 규제가 없을 경우 강남권 재건축을 중심으로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투자금융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반포와 개포동에는 아직 저층 아파트 재건축 단지가 남아 있고 압구정 현대나 대치 은마아파트 등 시장에 영향을 줄 만한 강남권 우량 재건축 사업들이 아직 남아 있다"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당분간 가격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달부터 중도금 대출 규제를 시행했지만 당첨만 되면 수천만원의 단기 차익을 올릴 수 있는 곳은 청약시장뿐"이라며 "비인기지역은 외면받겠지만 인기지역의 청약 과열현상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지 여부는 미지수다. 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지금은 재건축과 일부 청약시장의 열기가 전체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것과 같은 착시현상에 빠져 있다"며 "지방은 이미 공급과잉이 가시화하면서 부산 등 일부 재건축 투자수요가 몰리는 곳을 제외하곤 약세로 돌아섰고 재건축 일부 단지도 상승세가 주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유예기간이 내년 말로 종료되기 때문에 현재 재건축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압구정 현대나 대치 은마, 여의도·목동 등지의 아파트들은 2018년부터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받는다"며 "상승세가 길게 가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내년 이후 경기도를 비롯해 서울을 제외하고는 전국적으로 입주 물량이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동산114 집계 결과 내년부터 2018년까지 2년간 입주 아파트는 70만 가구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년 단기 물량으로는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가 조성된 1990년대 이후 가장 많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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