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회의 폐막…성명서에서 감축 언급 빠져, 한중일 이해관계 달라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세계 주요 조선업체 최고경영자(CEO)들이 현재 시장 상황을 어둡게 전망하며 조선산업의 과잉공급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인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20일 경북 현대호텔경주에서 열린 '제25회 세계조선소대표자회의(JECKU)' 기조연설에서 "세계 경제 저성장은 조선 시황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합의에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유가는 해양 발주 수요를 견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JECKU는 일본, 유럽, 중국, 한국, 미국 5개 지역의 조선업체 CEO 등이 모여 조선 시황을 논의하며 친목을 다지는 연례행사로 올해에는 한국에서 열렸다.

박 사장은 "올해 1~9월 발주량은 866만CGT로 과거 5년 평균 대비 약 70% 이상 감소했고 신조선가도 15%가량 하락했다"면서 "미국 등 많은 국가의 대선, 보호무역주의 확산, 파리기후협약, 황배출 규제, 선박평형수 처리협약 등 환경 관련 국제규정은 시장의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표자들은 이틀간 진행된 회의를 마치고 의장 성명서를 채택했지만, 성명서에는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은 제시하지 못했다.

대표자들은 성명서에서 "최근 몇 년 선박 과잉공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동시에 수요도 줄었다"며 "조선업이 완전히 회복하고 수요와 공급의 격차가 줄어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또 "현재 신규 발주 감소로 대부분 업체가 어려운 가운데 상황이 조만간 나아질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며 "조선업체들은 건전한 시장 회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공통된 시각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각국 조선소 CEO들은 각국에서 진행 중인 구조조정 노력을 설명하면서 전 세계 조선업체들이 생산능력 감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본조선협회장인 무라야마 시게루 가와사키 중공업 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최근 몇 년간 해양운송 물량 증가량보다 훨씬 많은 선박이 건조됐으며 이런 과잉공급은 시장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아직도 선박 수요보다 공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완전한 시장 회복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라야마 대표는 "일본도 과거 두 차례 구조조정을 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면서 "우리는 구조조정 이후 수요가 회복단계에 접어들었을 때도 제한된 인력과 시설을 유지하며 조선소를 효율적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능력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각 조선업체가 결정할 사안"이라면서도 "전 세계 조선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각 조선업체 대표가 수요와 공급 전망을 합리적으로 분석해 적절한 규모의 사업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궈다청 중국선박공업행업협회장은 "선박 발주 감소와 가격 하락, 선주사의 발주 취소 등의 영향으로 전 세계 조선산업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며 "세계 경제 회복이 여전히 더뎌서 시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중국 조선업은 이미 생산능력을 많이 줄였지만, 여전히 저가 제품 중심의 사업구조와 부족한 연구개발 능력과 기술력, 빠르게 증가하는 인건비 등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과잉공급을 해결하고 연구개발 능력을 키워 고가 제품으로 전환하는 게 가장 큰 현안"이라고 밝혔다.

 

경쟁관계에 있는 각국 조선소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생산능력 감축 필요성을 공감하는데는 합의점에 도달했지만, 누구도 자기 회사 설비를 줄이겠다고 선뜻 나선 곳은 없었다.

현대중공업 강환구 대표이사 사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석유 생산량 합의가 안 되는 것과 같다"라며 "(과잉공급 문제를) 알고는 있지만 각자 입장이 다르다. 특별히 더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가삼현 사장도 일본의 생산능력 감축 촉구와 관련 "전 세계 조선업계 경쟁사가 모여 앉았는데 솔직한 내용이 나오겠느냐"며 "일본은 이미 두 번에 걸쳐 많이 줄였는데 다른데도 줄이라는 취지"라고 말했다.

다음 회의는 내년 11월 15~16일 미국에서 열린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