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계 흥전리 사지 발굴조사…‘대장경’ 글자, 당나라와 교류 증거

[공감신문 김대호 기자]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 절터에서 '대장경'(大藏經)이란 글자가 새겨진 통일신라 시대의 비석 조각이 출토됐다. 이곳에서는 지난 5월에 완전한 형태의 국보급 통일신라 청동정병(물병)이 발굴되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삼척시와 불교문화재연구소가 흥전리 사지(寺址)에서 발굴조사를 진행해 명문 비석 조각과 귀신 얼굴이 있는 기와인 귀면와, 가릉빈가(상상의 새)상 수막새 등 다양한 통일신라시대 유물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가릉빈가상 수막새. /문화재청
가릉빈가(迦陵頻伽)는 범어 갈라빈카(Kalavinka)를 한자로 번역한 것으로, ‘빈가조(頻伽鳥)’라 부르기도 한다. 이 새는 불경에 나타나는 상상의 새로 극락에 깃들여 산다고 한다. 형상은 사람 머리에 새의 몸을 한 인두조신상(人頭鳥身像)을 나타낸다. 이 신의 새(神鳥)는 “자태와 소리가 매우 아름답고 묘하다”하여 묘음조(妙音鳥)·호음조(好音鳥)·미음조(美音鳥)라고도 한다. “극락에 산다”고 해서 극락조(極樂鳥)라고도 부른다.

 

흥전리 사지 삼층석탑 주변에서 나온 비석 조각의 명문 중 일부는 '당조장대장경이지함'(唐朝將大藏經而至咸)으로, 이는 '당 왕조가 대장경을 받들어 함통(중국 당 의종의 연호·860∼874) 연간에 이르러'란 뜻으로 추정된다. 통일신라 비문에서 '대장경'이란 글자가 확인된 것은 전남 곡성 '대안사적인선사조륜청정탑비'에 이어 두 번째다.

불교문화재연구소측은 비석의 '대장경' 글자에 대해 “대장경은 구전돼 오던 부처의 말씀을 기록한 것"이라며 "통일신라 승려가 당시에는 선진 문물이었던 중국의 대장경을 직접 접촉해 배우고 연구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또 이번 조사에서 나온 귀면와와 가릉빈가상 수막새 등은 제작기법이 우수하고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점에서 경주 신라 왕경에서 삼척으로 파견된 장인이 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대장경' 명문 비석 조각. /문화재청

이와 함께 건물 유구(遺構, 건물의 자취)로는 동원(東院)의 건물지에서 판석으로 네모나게 만든 방곽 아궁이와 고래 시설(구들장 아래 불길의 통로)이 조사됐고, 서원(西院)에서는 석축 등을 이용해 경사진 땅을 평평하게 다진 지정시설이 발견됐다.

방곽 아궁이는 인근의 강릉 굴산사지에서도 출토된 바 있으나, 흥전리 사지 유적이 시기적으로 더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앞서 흥전리 사지에서는 2014년부터 발굴조사를 통해 신라시대에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승려 '국통'(國統)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비문 조각과 화려한 장식의 금동번(금동 깃발) 등이 나왔다.

불교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그간의 발굴 성과를 종합했을 때 흥전리 사지에 머물렀던 스님은 통일신라시대 신라 왕경의 명문 집안 출신으로 성은 김씨"라며 "이 스님은 당나라에 유학했고, 훗날 '국통'의 지위에 올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장에 방치된 석탑과 귀부(龜趺·거북 모양의 비석 받침돌), 석등 등에 대한 복원 연구를 추진하고, 내년에도 발굴조사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흥전리 사지는 산맥과 물길이 나뉘는 강원도 매봉산 자락에 있으며, 통일신라시대에 창건돼 고려시대 초기에 폐사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소는 25일 오후 1시 삼척시 흥전리 산92-1 번지 발굴 현장에서 설명회를 개최한다.

흥전리 사지에서 나온 방곽 아궁이. /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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