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신촌 상인에 위로 건넸다가 화살로 돌아와
한국당 등 야당과 일부 여론 '상인 조롱 아니냐' 지적

정세균 국무총리가 2월 13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의 한 카페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2월 13일 서울 신촌 명물거리의 한 카페를 방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위축에 따른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공감신문] 전지선 기자=정세균 국무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손님이 줄어든 상인에게 ‘위로’차원으로 건넨 말이 ‘상인 조롱’ 취지로 보여 논란이 되고 있다.

정세균 총리는 지난 13일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유동인구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기 위해 신촌 명물거리의 상점들을 방문했다.

기자는 정세균 총리의 ‘어떤’ 위로가 상인들과 국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에 대해 분석해봤다.

정 총리는 안경원을 방문해 "여기가 유명한 집이라면서요. 외국 손님도 많이 있느냐"고 물었고, 안경사는 "원래 많은 편이긴 한데 코로나 때문에 아무래도..."라고 대답했다.

정 총리는 "요새는 좀 줄었죠? 금방 괜찮아질 것"이라며 "원래 무슨 일이 있으면 확 줄었다가 조금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 그간에 돈 많이 벌어놓은 것 갖고 버티셔야죠. 버틸만해요? 어때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정 총리는 ‘조금 지나면 다시 회복되니’에 초점을 맞췄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손님의 급감으로 생계에 타격을 입은 상인 입장에서는 예민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자칫 생계에 지장을 주는 현 상황을 ‘가볍게’ 보고 있는 것으로 느낄 수도 있겠다.

분명 위로였을테지만, 역시 ‘말’이라는 것은 순간의 상황과 표정, 분위기 등에서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힘든 사람에게 힘드냐고 되묻는 것과 버티라는 말은 도움도, 위로도 되지 않는다. 

정 총리는 이어 음식점을 방문한 자리에서 "요새는 (손님이) 적으시니까 좀 (일하기) 편하시겠네"라고 말했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총리는 웃으며 "마음이 더 안 좋은 거죠. 아마 조만간 다시 바빠질 것이니 편하게 좀 지내시는 게 좋아요"라고 했다.

다시 상인의 입장으로 돌아와보자.

내 가게에 손님이 많은 것이 식당 주인의 입장으로 가장 좋은 상황이 아닐까. 손님이 없어서 몸은 편할지 몰라도, 마음은 그렇지 않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식당 주인 역시 생계와 가게 운영에 타격을 받았을 것이다.

한편, 정 총리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상인들을 조롱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등 야당들은 이날 논평을 통해 '무개념 발언', '달나라 총리', '민생 막장쇼' 등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정 총리의 이같은 발언의 의도는 정말 ‘조롱’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

정 총리는 논란에 대해 "지금 조금 장사가 되지 않더라도 곧 바빠질 테니까 걱정 말고 편하게 생각하시라는 뜻에서 농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편하시겠네'라는 말을 건넨 식당 관계자에 대해 "국회의원 되기 전에 회사 다닐 때부터 알았다. 친밀감을 표해 나도 반가워서 편하게 해드리려는 뜻에서 농담했다"고 설명했다.

식당 관계자와 이 전부터 알고지낸 사이라면, 분위기를 전환할 겸 정말 ‘농담’일 수도 있겠다. 

중요한 점은, 정 총리는 국무총리라는 직책을 갖고있고, 그의 행보를 수많은 국민이 보고 있다는 점이다.

식당 관계자와 정 총리의 관계는 둘 사이만 아는 관계라도, 이를 몰랐던 이들은 이같은 상황에 대해 불편하게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정 총리의 이날 신촌 상점 방문은 개인적인 ‘친분’ 보다는 코로나19로 고통을 받는 상인들의 감정에 더욱 이입해야 했다. 그의 신촌 상점을 방문한 선행이 결국 화살이 돼 돌아온 셈이다.

그의 신촌 상점 방문 자체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다만, 위로를 건네기 전에 어떤 부분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는 부분에서 경솔했던 것으로 판단된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