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 전망 확산…내수·수출 부진 장기화, 채산성 악화, 보호무역 강화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한국경제를 둘러싼 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수출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고, 내수도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외부적으로도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경제의 향방이 불투명하다.

가뜩이나 최순실 게이트로 국내 정국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채 꼬여가면서 경제의 컨트롤타워마저 실종된 상황이다.

6일 국내주요 경제연구소들은 한국 경제가 모두 암담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는 내수과 내수 둔화가 지속되고 당분간 반등할 전망이 어둡다고 평가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 취약산업의 위기가 확산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LG경제연구원도 미국 대선 이후 세계 경제에 보호주의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KDI "수출부진에 내수도 둔화"…단기간 반등 난망 시사

KDI는 수출과 내수를 짓누르는 부정적 요인이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이에 경기 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11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이 지속하는 가운데 내수 증가세도 둔화하면서 경기 회복세가 약화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KDI는 내수에 대해 "소매판매와 서비스업 증가세가 축소되면서 경기 전반이 점차 둔화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고 한층 어두운 진단을 내놨다. 9월 소매판매는 1년 전보다 0.5% '찔끔' 증가했다. 9월(6.1%)보다 증가세가 대폭 축소된 것이다.

자동차, 휴대전화 등 내구재가 3.0% 감소한 영향이 컸다. 의복 등 준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는 각각 1.9%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전월 대비로 보면 소매판매는 -4.5%로 5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뒷걸음질 쳤다.

KDI는 소매판매 부진이 더욱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했다. 10월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101.7)과 유사한 101.9를 기록했지만 앞으로 대내 불확실성이 커지며 비교적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경제를 지탱하는 또 다른 축인 수출도 '마이너스'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다. 10월 수출은 3.2% 줄어 전월(-5.9%)에 이어 내리막길을 걸었다. KDI는 세계 경제 성장세는 여전히 미약한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갤럭시노트7은 단종되는 사태까지 빚어졌음을 지적하며, "이러한 부정적 요인은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경제지표 중에선 그나마 건설기성(이미 이뤄진 실적)만이 1년 전보다 9.4% 증가하며 양호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KDI는 "지난 2∼3년간 주택을 중심으로 건설수주가 높았던 점을 고려하면 건설투자의 증가세가 단기간에 빠르게 둔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현대경제硏 "내년 산업경기 키워드는 '산업 빙벽'"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산업경기의 8대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도 산업경기의 8가지 특징을 선정했다.

보고서가 선정한 8가지 특징은 ①국제교역(International trade) 회복 ②산업 경쟁력(Competitiveness) 강화 논의 확대 ③수출산업(Export industry) 간 경기 디커플링 ④위기(Crisis) 확산과 한계기업 증가 ⑤새로운 주력산업(Leading sector)의 신기루 ⑥산업 내(Intra-industry) 구조조정 확산 ⑦해외생산(Foreign production) 급증 ⑧4차 산업혁명(Fourth Industrial Revolution)의 가속이다.

연구원은 이 8가지 특징의 영문 앞글자를 조합해 산업 빙벽(ICE CLIFF)을 내년 산업경기의 키워드로 꼽았다.

보고서는 우선 내년에는 국제교역이 올해보다 회복될 것으로 봤다. 세계 경제가 미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침체 국면을 탈출하고 원자재 가격이 회복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호무역주의 역시 확산되고 있어 비관세 무역 장벽의 강화로 수출 경기 회복은 제한적일 것으로 봤다.

교역 회복으로 내년에는 수출산업간 경기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 시장 수요가 내수 시장 수요보다 상대적으로 좋아 수출산업 경기가 양호할 전망이지만, 석유화학이나 기계 등 상대적으로 중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업종은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위기 확산과 한계기업 증가도 산업계의 특징으로 꼽았다. 취약산업들의 위기가 본격화되면서 이들 산업의 과잉생산에 대한 강제 조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취약산업의 위기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면서 한계기업 비중이 올라갈 것으로 우려했다.

이로 인해 산업 내 한계기업의 퇴출과 기업 내 저(低)부가가치 사업 부문을 정리하는 구조조정이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이런 구조조정은 산업 내에서 머물고, 주력산업 재편을 의미하는 산업간 구조조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봤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성장 전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산업 간 구조조정 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력산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새로운 주력산업을 찾으려는 노력도 커질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 떠오르는 신기술 분야가 아직 구체화하는 산업단계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보여 이를 대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는 국내 정치의 불확실성 확대와 반기업 정서 확산, 생산요소 비용 증가, 노사 갈등 심화 등으로 기업의 국내 생산 비중이 감소하고 해외생산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주 실장은 "기업 친화적 분위기 조성과 시장규제 완화 등을 통해 투자의 해외유출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트럼프 현상 등 반세계화, 큰 충격"

LG경제연구원의 신민영 수석연구위원과 정성태 책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선진국의 반(反)세계화 움직임이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보고서는 최근 반세계화 흐름의 대표적 사례로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의 '트럼프 현상', 유럽에서 심화한 정치적 우경화를 꼽았다.

지난 6월 브렉시트 결정에는 저임금의 EU 노동자들이 일자리를 빼앗고 복지를 누린다는 영국인들의 반감이 작용했으며 보호무역주의를 표방한 도널드 트럼프는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당선됐다. 프랑스 등 유럽에서는 세계화를 반대하는 정당의 지지율이 높아졌다.

미국과 유럽의 반세계화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성장, 높은 실업률 등 경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로 촉발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로 크게 확대된 선진국의 소득불평등도 반세계화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최근 반세계화는 일시적 흐름이 아니라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 우리 경제와 기업활동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기업활동에 새로운 형태의 규제와 리스크(위험)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통상마찰 등 주요국 간 갈등 심화와 환율의 변동성 확대가 국제교역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며 "특히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매우 큰 충격을 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세계적인 교역 감소는 4분의 1이 보호무역주의 흐름에서 비롯됐고 나머지는 경기 부진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 반세계화 흐름이 강화되면 보호무역주의 등 세계 경제 질서의 변화로 경제에서 교역비중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한국경제의 체질을 강화할 필요성이 커졌다며 "서비스산업을 중심으로 내수부문을 확충함으로써 중국의 성장 둔화와 같은 외부변수 악화에 경제가 흔들리지 않게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대기업의 성장이 국민경제 발전으로 연결된다는 낙수효과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며 "기업은 공정경쟁을 통한 혁신으로 사회와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