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부 공업지대의 반란…보호무역 지지하며 한·미 FTA 공격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오하이오, 미시건, 펜실베이니아, 인디애나, 웨스트버지니아, 위스콘신…
미국의 전형적인 공장지대다. 아울러 전통적으로 민주당을 지지해왔던 지역이다. 이들 주가 8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이 지역을 ‘러스트 벨트’(rust belt. 녹슨 공업단지)라고 부른다. 미국의 러스트벨트는 뉴욕주 북부에서 오대호 사이의 낙후한 공업지대를 말한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것은 강한 제조업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일대의 공장에서 전투기와 탱크, 대포, 실탄을 대량생산해 미군과 연합군에 제공했기 때문에 인류 최대의 전쟁에서 승리하고 세계 패권을 쥐었다. 하지만 한때 세계 최대였던 공업벨트는 1980년대에 쇠락하기 시작했고, 21세기 들어 황폐화했다.
자동차 공업도시인 디트로이트의 인구는 2000년에서 2015년까지 15년 사이에 인구가 30% 가까이 감소했다. 21세기 들어 15년간(2000~2015년) 러스트벨트 인구는 급감했다. 이 기간 인구감소율을 보면 ▲디트로이트(미시건) 28.8% ▲개리(인디에나) 24.9% ▲플린트(미시건) 21.3% ▲영스타운(오하이오) 21.2% ▲사기노(미시건) 20.1% ▲클리블랜드(오하이오) 18.8% ▲데이튼(오하이오) 15.4% ▲나이애가라폴스(뉴욕) -12.2% ▲버팔로(뉴욕) -11.9%….
미국 대선에서 반란을 일으킨 곳이 러스트 벨트 지역이다.
러스트벨트 지역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영토였다.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노동운동을 약화시켜 제조업을 회생시키려고 했고, 민주당은 가난한 노동자의 대변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지만, 미국 제조업은 더 힘을 잃었다. 믿었던 민주당 대통령들이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바람에 외국산 제품이 밀려들어왔고, 노동자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는 트럼프의 주장이 먹혀들어갔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세력이 백인, 노동자, 고졸 이하 학력이라는 사실은 미국 제조업의 반란을 의미한다.
미국 옵서버 폴리틱스라는 매체는 “왜 민주당 지지지역인 러스트 벨트가 트럼프에게 넘어갈 것인가”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펜실베이니아주 앰브리지라는 도시의 분위기를 보도한 적이 있다. 그 곳은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왔다. 노조는 민주당과 커넥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던 이 곳에 트럼프 깃발로 뒤덮였다.
트럼프는 소득세 미납과 음담패설이 폭로되고 2차 TV 토론을 벌인후 이 곳을 찾아왔다. 트럼프는 여론이 그를 등졌지만 러스트벨트 지역인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를 이기면 승산이 있다고 믿었다.
철교 생산공장이 폐쇠된 이후 영락한 앰브리지는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 그들은 트럼프가 그들에게 일자리와 산업 재건이라는 답을 줄 것이라고 믿고 있다. 트럼프는 앰브리지 주민들에게 미국 제조업의 퇴조는 민주당의 자유무역주의, 곧 FTA 체결에 있다고 주장했고, 이들 조약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가 성희롱 발언과 여성 스캔들로 비난받아도 앰브리지의 유권자들은 이런 이슈엔 별 관심이 없다. 그냥 TV 코미디쇼 정도로 치부한다. 중요한 건 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그 약속을 지켜줄 것으로 믿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는 미국 언론이 그의 추문을 보도하면 할수록, 러스트 벨트에 매달렸다. 그는 하루가 멀다 하고 한미 FTA를 비판하고 있다. 지난 8일 디트로이트에서 "힐러리는 이 도시와 이 나라의 일자리와 부를 빼앗아간 무역협정들을 지지했다"면서 "그녀는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서명한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지지했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지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힐러리는 일자리를 죽이는 한국과의 무역협정(한미FTA)을 지지했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도 지지했다"고 지적했다.
러스트벨트에서 트럼프가 한국을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가 러스트벨트의 지지를 얻어 대통령이 된다면, 한미 FTA를 시범적으로 뜯어고치겠다고 나설 것이 분명하다.
쇠락한 미국 공업지역에서 힐러리보다 트럼프 지지로 돌아섰다. 경제 불평등과 일자리 감소 등 열악한 경제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정치개혁 열망이 겹친 결과다.
평소 자유무역 지지론자인 힐러리도 러스트벨트가 넘어가면 트럼프가 당선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국무장관 시절 찬성했던 TPP에 '반대'로 돌아서는 등 보호무역 발언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