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정부때 美 공화당 정부와 틈이 생긴 전례, 눈여겨 보아야

[공감신문 시론]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가 부상하고 있다. 그가 선거과정에서 내뱉은 공약 중 한국과 관련한 내용이 주목받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주한미군 비용 부담과 한미 FTA 협상 수정이다. 이 두 이슈는 큰 문제는 아닐 것으로 본다. 트럼프 당선자의 주장을 원액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추가로 물어야 할 돈이 연간 1조원 정도다. 연간 예산 400조원 규모에서 1조원 정도는 추가로 부담해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볼수는 없다. FTA도 수정하더라도 우리 무역이 큰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걱정되는 것은 미국에서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뀐 상태에서, 한국에서 진보 세력이 정권을 잡을 경우, 한미 간에 순탄한 관계가 이어질 것인지 하는 점이다.

그 대표적인 것이 김대중 정부(1998년 2월~2003년 2월)때다. 김대중 정부 초기 3년간은 민주당의 빌 클린턴 행정부와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IMF외환위기를 맞아 나라 경제가 거덜났을 때 미국 재무부가 힘써 구제금융을 주었고, 수백억 달러의 단기 외채를 채권화하면서 만기를 연장하도록 도와줬다. 그덕분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IMF 채무를 졸업하는 나라가 됐다. 미국은 김대중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하고, 클린턴 행정부 말기에 북미 간에 수교협상이 진전되는 단계에 있었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당시 국무장관이 평양을 방문하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도 예정돼 있었다.

그러나 2000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당선됐다.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정권이 바뀌면서 북미 관계는 냉각되고, 클린턴 대통령의 방북계획도 취소됐다. 남북 관계는 다시 냉각기로 돌아섰다. 김대중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호칭하자 부시 대통령은 위원장(chairman)이라는 호칭 자체를 싫어할 정도였다. 한국과 미국 관계는 껄끄러워졌고, 김대중 정부의 레임덕이 조기에 가시화됐다.

노무현 정부와 부시 행정부 사이도 껄끄웠다. 부시 정부의 핵심을 차지한 네오콘이라는 강경보수파들은 노무현이라는 인물과 그 주변의 이른바 386그룹에 대해 의문을 품었다. 2001년 9·11 사태가 터지면서 미국은 북한을 ‘악의축(axis of devil)’으로 규정했고,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됐다. 북한이 핵 개발을 서둘렀고, 미국에선 ‘제한적인 북폭’(surgical attack)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북아 균형자 역할론에 대해 미국은 사시의 눈으로 바라봤다. 네오콘들은 한국이 중국으로 기우려는게 아닌가 의구심을 가졌다.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this man’, ‘this guy’라는 표현을 쓴 것은 우연의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제45대 대통령 당선인. /연합뉴스

이제 미국은 8년간의 민주당 정권을 끝내고 공화당 정권을 선택했다. 대통령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상하 양원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다수당도 유지했다. 이제 미국에선 보수세력이 행정부와 의회를 장악했고, 그들의 시각으로 한반도를 바라보게 됐다.

우리나라도 권력 교체기를 맞이하고 있다. 정상적으로는 내년에 대선을 치르고, 2018년 2월에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한국 정치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전화 통화를 하면서 첫 대화를 했다. 트럼프는 한미 공조를 굳건히 하는데 동의하고, 협력할 것을 약속했다. 트럼프는 한국 제품이 좋다고도 하며 친근감을 보였다.

문제는 트럼프 정권에 참여할 외교라인과 군방라인이 앞으로 대북 관계를 어떻게 구상할지 여부다. 트럼프는 북한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김정은과 대화할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것으로, 미국 우선주의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영준 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의 외교안보 자문단 가운데 핵심인물로 레바논 이민자 출신의 정치학자 왈리드 파레스(Walid Fares)와 제프리 세션스(Feffrey Sessions) 상원의원이다. 주로 중동 전문가들이다. 특히 세션스 상원의원은 중동문제에 관한한 강경파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의 한반도 정책은 외교, 안보, 국방 라인이 구성되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조지 부시 대통령때 네오콘들이 주축을 이룰지는 지켜보아야 할 것이지만,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 행정부보다는 강경라인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 행정무는 지난 8년간 이란과 핵합의, 쿠바 외교정상화를 이루는등 외교적으로 많은 성과를 거뒀지만, 한반도 안보상황에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 사이에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등으로 한반도 안보를 위협했다. 그 과제가 트럼프 정권에 넘어가게 됐다.

한국의 차기 정권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여부는 트럼프의 미국과 관계에 중대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조지 부시 행정부와 김대중 정부 말기, 노무현 정부 사이에 껄끄러음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다. 최순실 사태로 여당인 새누리당이 힘을 못쓰는 가운데, 야당이 정권을 잡을 때 미국의 공화당 정부와 관계 설정에 상당한 곤란함이 발생할수도 있다.

미국은 대선이 치러지면서 내년초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레임덕 시기에 접어들었다. 박근혜 정부도 무기력한 상태다. 이 시기에 북한이 도발을 할 경우, 한반도는 또다른 안보공백의 상태에 빠질 것이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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