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IBK기업은행 본점 전경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IBK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이 또다시 무산되면서 노조와 당정청의 내홍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노조는 당정청에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이행 의지를 재천명할 것을 요청하는 한편, 윤종원 기업은행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무산의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노조가 화살을 잘못 겨눴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명권이 없는 기업은행에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업은행 노조는 노조추천이사제 불발과 관련해 윤종원 기업은행장에 대한 출근 저지 집회를 계획 중이다.

앞서 금융위는 김정훈 단국대 행정복지대학원 겸임교수와 정소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임기 3년의 기업은행 사외이사로 임명했다. 모두 사측 추천 인사다.

지난 2019년 3월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는 기업은행 노조는 올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밀어부쳤으나 결국 금융당국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조는 공개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표 대선 공약 중 하나였다. 노조 측 표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여러차례 ‘약속’을 했다. 노조가 “명백한 계약 파기”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한국노총과 더불어민주당의 계약이다. 특히 IBK(기업은행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은 2020년 한국노총위원장, 금융노조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기업은행장, 금융위원장이 한자리에 모여 얼굴을 맞대고 합의한 사안“이라며 ”집권여당이 한국노총과의 신뢰관계를 무시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은 전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태는 명백한 합의 파기이자 10만 금융노동자에 대한 기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특히 금융위가 4·7 재·보궐선거 다음날 기업은행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불발을 발표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선거를 지배하는 정권 심판 정서에도 불구하고 금융노조는 가장 앞장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를 선언했다. 그런 금융노동자를 배려하기는커녕 정부는 오히려 금융노동자를 괴롭게 하고 있다”며 “이대로라면 내년 대선에서 금융노동자의 민심은 싸늘히 돌아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조가 요구하는 사항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청와대와 여당의 노조추천이사제 도입 이행 의지 재천명이고, 두 번째는 윤 행장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에 대한 즉각 해임이다.

노조의 연이은 고강도 발언에 금융권은 언급을 자제하며 분위기를 살피고 있다. 다만 윤 행장의 해임 요구에 대해서는 "무리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기업은행에서는 이미 노조가 추천한 후보자 3명 중 1명을 금융위에 제청했다"며 "할 도리는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종원 행장의 해임 요구와 출근 저지 집회는 다수의 공감대를 얻긴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은행 측은 말을 아끼고 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사외이사 선임과 관련해 노조 등 다양한 경로로 역량있는 후보를 추천받아 금융위에 복수로 제청했다”면서 “금융위 선임 결정에 대해 별도 입장은 없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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