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신문] 김규정 칼럼리스트 = 가격 고점과 하락 우려를 주장하는 정부의 노력과 달리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국의 아파트 가격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7월 셋째주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이 주간 0.27% 올랐고, 전세는 0.2% 상승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0.36% 올라 지난 2012년 5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습니다. 전세도 올라 주간 상승률은 0.25%로 나타났습니다.

한국부동산원은 중저가 아파트와 재건축, 그리고 수도권 GTX 수혜지역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아파트값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까요?

장기간 지속된 아파트 가격 상승과 고점 구간이라는 진단에는 시장 참여자 모두 별다른 이견이 없을 겁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급증한 가계부채를 염두에 둔 금리인상 가능성을 무시하는 수요자도 많지 않습니다. 마음 한 켠에 고점 매수에 대한 불안과 집값 조정 우려를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주택 투자심리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시장의 분석입니다.

주택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첫번째 변수는 대선입니다. 정부의 정책 실패가 집값 불안을 야기했다는 평가와 함께 수요자들의 불만이 커진 상황에서 막이 오른 대선 레이스 중에 주택 부동산 정책이 이슈가 될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후보자들은 기존 주택 부동산 정책의 조정이나 보완을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수요자들에게 곧 규제 완화로 인식될 것입니다.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 세금과 대출 규제를 완화할 가능성이 있고 재건축 등의 규제 손질도 예상됩니다. 교통망 개선과 상권 개발 등 전통적인 부동산 개발 호재도 제시될 수 있습니다.

하반기 대선 과정에서 부동산 정책과 공약이 투자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번째 변수는 수도권 청약시장을 꼽습니다. 하반기부터 내년 초까지 서울 강남권 유망분양으로 꼽히는 민간 재건축 단지들의 일반분양이 다수 예정돼 있습니다. 소위 로또청약으로 불리는 곳들인데, 주택금융 정책상 중도금 대출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금 부자들의 청약 관심이 예상됩니다. 청약열기가 높을수록 아파트 시장 전반으로 투자심리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3기신도시 등 수도권 중소택지에서 공급되는 분양가 상한제 물량도 하반기 청약 과정에서 주택 수요자들의 투자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공분양이지만 입지가 우수한 택지가 많은데 청약경쟁률이 높을 경우 낙첨자를 중심으로 기존 재고시장의 매수 관심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신혼희망타운과 특별공급 분양물량 비중이 절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상대적인 역차별을 주장하는 40대 이상 무주택 수요자들도 수도권 중저가 아파트 투자에 나설 수 있습니다.

주택시장 안정과 내집마련을 위한 공급 확대이지만, 하반기 단기적으로는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또다른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요시장의 반응과 대응을 잘 살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세번째 변수는 바로 전세시장입니다. 계약갱신을 통한 세입자들의 주거안정 강화라는 정부 정책에 대한 자체 평가가 무색하게 전국적으로 아파트 신규 전세계약 가격은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계약 가격과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아파트 전세시장을 중심으로 신규 전세매물 수급이 불안정한데, 서울 강남권에서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따른 이주가 진행되고 있고, 서울 수도권의 새아파트 입주물량은 내년 말까지 따져봐도 예년 평균치를 밑도는 상황입니다.

민간 정보업체들의 통계를 보면 하반기부터 내년 말까지 입주예정으로 조사된 서울시 민간아파트 신규 입주량은 3만 5천여 호 안팎입니다. 주택 대출과 양도세 정책상 실거주 의무가 강화돼 새아파트 입주 때 다수 출시되던 싼 전세매물을 기대하기도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급등하는 아파트값에 비해서 비교적 안정세를 유지하던 전세가격은 임대차 3법 시행 여파와 높아진 매매가격이 반영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파트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갭투자로 이어져 다시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전세시장의 수급과 가격이 안정되지 않으면 무주택 세입자들의 주택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내집마련을 위한 거래와 청약과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하반기에 가장 중요한 변수는 ‘전세시장’ 입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적어도 올 하반기는 아닐 것으로 보이는, 당장 시기를 가늠하기는 아직 어려운 집값의 조정 구간이 언젠간 도래할 텐데, 조정기에 타격을 입는 건 결국 추격 매수에 나설 수밖에 없는 실수요자가 될 우려가 큽니다. 가격 조정에 대한 경고만 할 것이 아니라 전세시장의 수급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하는 데 집중해야 할 것입니다.

김규정 /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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