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이미 주가 반영… 저가 매수 기회일 수도”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공포의 8월이다. 

“반도체 겨울이 오고 있다”는 모건스탠리의 한 마디에 대한민국 증시가 휘청거리고 있다. 여기에 연내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가능성을 시사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까지 공개되면서 증시는 더 큰 타격을 입었다. 외국인들이 셀코리아(Sell Korea)에 나섰고, 이로 인해 이번주(17~20일) 코스피는 7개월만에, 코스닥은 무려 11개월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많은 ‘주린이’(주식+어린이의 합성어)들은 고민할 수밖에 없다. 손실을 최소화 하기 위해 ‘손절’(손해를 보더라도 파는 것) 해야 할지, 아니면 ‘존버’(이익을 낼 때까지 버티는 것) 해야 할지 양자택일의 문제를 앞에 두고서 말이다.

이에 공감신문은 20일 서울 여의도 이베스트투자증권 본사에서 ‘염블리’ 염승환 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염 이사는 손절보다는 버티기를 권유했다. 손절 하고 빠질 경우 손실을 만회할 기회마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시 들어가야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 타이밍을 잡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만 염 이사는 보유 중인 종목을 다시 한 번 점검해볼 것을 제안했다. 내가 투자 중인 기업이 앞으로 좋아질 여력이 있는 곳인지 분석해보라는 의미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 번째로 공부, 두 번째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염승환 이사와의 일문일답이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 사진 이건 기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 사진 이건 기자

 

Q. 친절한 설명으로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굉장하다. ‘염블리’라는 애칭도 얻었다. 

너무 감사하다.(웃음) 회사에서 주로 했던 업무가 고객 상담이다. 처음에 상담을 할 때는 전문용어를 쓰면서 설명했는데, 대부분 이해하기 힘들어하셨다. 그분들이 이해를 해야 상담도 의미 있는 게 아닌가. 그래서 주식을 모르는 사람도 들으면 이해할 수 있게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을 했다. 그걸 10년 정도 하니 자연스럽게 몸에 베었던 것 같다. 유튜브나 방송을 보고 고맙다는 피드백도 많이 주시고, ‘염블리’라는 애칭도 붙여주셨다.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Q. 개인투자자들의 배고픔을 적절하게 잘 채워준 것이 인기의 비결이 아닌가 싶다. 바쁜 가운데서도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방송이나 유튜브를 하면서 느낀 게, 준비가 안 된 투자자가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이었다. 주식 투자를 하려면 적어도 용어는 알고 있어야 하는데 모르는 분들이 많다. 수학 문제도 기본적인 공식을 알아야 그걸 응용해서 풀 수 있는 건데 말이다. 그래서 공부를 시켜드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렇게 만든 게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다. 10년 넘게 영업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질문을 77개 추려서 담았다. 책을 출간하는 타이밍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필독서처럼 인식됐다. 운이 좋았던 것 같다.

Q. 그럼 이제 시장 이야기를 하겠다. 최근 급락장이 연출되고 있는 이유는.

일단 많이 올랐다. 숨 고르기 할 타이밍이 됐다. 8개월간 오르다가 7월에 한 번 빠지고 8월까지 2개월 연속 하락인데, 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빌미가 됐다. ‘반도체 겨울이 온다’는 모건스탠리의 보고서가 촉매제로 작용했다. ‘8만 전자’가 7만 초반대까지 하락하니 증시가 안 빠질 수 없었다. 

여기에 후속타로 테이퍼링 쇼크까지 왔다. 사실 몰랐던 이슈는 아니다. 그런데 우리 체력이 약해진 상태라는 게 문제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은 환자에게 갑자기 퇴원하라고 하는 느낌인거다. 경기가 좋을 때 테어퍼링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경기가 꺾이는 상황에서 긴축을 하는 건 최악의 조합이다. 그래서 아시아 증시가 떼로 울어버렸다.

Q. 지금은 코스피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국면인가.

아직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테이퍼링은 어차피 해야 했던 거고, 단지 그게 빨리 오는 것뿐이다. 그리고 과거 사례를 볼 때, 연준이 신흥국 상황을 무시하고 테이퍼링을 밀어붙이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연준은 과거 2013년과 2015년 그리고 2018년에 테이퍼링 또는 금리 인상을 추진하려다가 일정을 연기했던 경험이 있다. 신흥국이 발작을 일으키면서다. 물론 연준이 밀어붙여서 11월에 (테이퍼링을) 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시장에 반영돼 있으니 크게 상관은 없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경기는 결국 좋아지게 돼 있다. 중국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졌고, 우리나라도 ‘위드 코로나’(코로나19를 예방하며 일상생활을 해야 하는 시기)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셧다운이 아니라 백신을 맞으면서 경제를 정상화한다는 의미다. 그럼 시간의 문제일 뿐, 경기는 언젠가 회복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대세하락장으로는 가지 않을 것이란 판단이다.

마지막으로 시장이 지금 가장 무서워하는 게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이다. 시장에서는 내년 연말을 많이 이야기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2023년 2분기 인상 가능성을 높게 본다. 연준이 금리 인상 조건으로 내세운 게 완전고용과 물가다. 일단 최근 중고차 가격지수가 많이 빠지면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상승) 우려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완전고용의 경우 고임금 일자리는 크게 늘어난 반면, 저임금 근로자의 취업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터진 이후로 고용이 회복되는 데는 최소 3년이 걸렸다. 종합해보면 우리 생각보다 연준이 금리를 더 늦게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테이퍼링 이슈만 잘 넘기면 금리 인상 전까지 증시가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은 충분하다.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 사진 이건 기자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 사진 이건 기자

 

Q. 지금이 오히려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는 의미인가.

이런 (급락)장이 오면 대부분 무서우니까 ‘손절’ 생각만 할 것이다. 그건 각자 판단의 몫이다. 대세 하락장이라고 생각된다면 팔아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3000선이 깨져도 주식을 팔아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보통 손절하는 분들은 ‘2900선까지 내려가면 사야지’ 하는데, 2900선이 돼도 절대 못산다. 한 번 손실을 확정한 경험이 있으면 더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2900선은 험악하게 올 거다.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공포심이 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주가는 어느 날 예고 없이 급등한다. 내가 고민만 하고 있는 사이에 3100선까지 오를 수 있다. 

고객 중에는 작년 3월 급락장에서 손절한 분도 있고, 버틴 분도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버틴 분의 수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어설프게 ‘손절 하고 밑에서 잡겠다’ 이런 것만큼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대신 명심해야 할 게 있다. 보유하고 있는 종목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좋아질 기업인지 보는 거다. 물론 판단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건 공부해야 한다.

단순한 예로 삼성전자의 비전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도 있겠지만, 반대로 생각할 수도 있다. 일단 호재가 많다. 이재용 부회장이 가석방됐고, 인수합병(M&A)도 할 것이다. 특히 비메모리 투자를 굉장히 많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나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가 앞으로 잘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TSMC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그렇다. TSMC는 대만 공장에서 90%가량을 생산한다. 근데 대만 옆에 중국이 있지 않나. 미국 정부가 볼 때 이건 너무 큰 리스크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터질 때 수혜가 기대되는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다.

이런 것들은 아직 주가에 반영이 안 돼 있다. 이런 식으로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업의 1~2년 후를 한 번 생각해보는 거다.

Q. 미래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사님만의 비결을 알려주신다면.

예측은 약간의 상상력을 더하는 것이다. 우선, 매일 증권사 보고서를 읽고 뉴스도 반복해서 본다. 그러면서 앞으로 뭐가 좋아질까, 어떤 변화가 생길 때 뭐가 유리할까를 생각해보는 거다.

예를 들어 축산업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럼 나는 축산업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과정에서 어느 기업(또는 업종)이 수혜를 받을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본다. 그 과정에서 ‘대체육’이라는 소재를 알게 됐다. 설사 틀리더라도 굉장히 합리적인 예측인 거다. 이런 식으로 추론을 해보면 도움이 된다.

Q. 앞서 삼성전자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반도체 시장 전체로 보면 전망이 어떤가.

모건스탠리나 일부 기관들은 4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내년 1~2분기까지 안 좋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PC 현물가격이 급락하면서 고정거래가 밑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현물가가 고정거래가 밑으로 내려가면 몇 달 후 반도체 고정거래가도 영향을 받는다. 2018년 이 같은 이유로 슈퍼 사이클이 온 사례가 있다 보니 시장이 크게 놀랐다.

그런데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게, 그때와 지금은 진폭이 다르다. 2018년에 에베르스트까지 다녀왔다면 지금은 한라산 정도의 높이다. 산이 높지 않으니 (반도체 고정거래)가격이 빠져도 완만하게 빠질 수 있다. 

아울러 내년 수요 모멘텀이 충분하다. 내년에 ‘DDR5’라는 새 반도체가 나오고, ‘사파이어 래피즈’라는 인텔의 새 중앙처리장치(CPU)도 나온다. 미국 국방부의 클라우드 프로젝트도 내년에 예정돼 있다. 수요 모멘텀들이 대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너무 나쁘게만 보지 않길 바란다. 안 좋은 것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내년에 기대할 건 많다. 그렇다면 오히려 과감하게 들어갈 기회일 수 있는 것이다.
 

염승환(오른쪽)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염승환(오른쪽)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 사진 이건 기자

 

Q. 시기의 문제일 뿐 가파른 하락장은 언제든 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비하게 위해서는 결국 실력을 키우는 게 답이라는 생각이다. 투자 실력을 키우기 위한 방법을 조언해주신다면.

시장에 머물러 있으면서 경험을 쌓아야 한다. 주식이 어려운 이유는 ‘1+1=2’가 아니기 때문이다. 마이너스(-)3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플러스(+)5가 될 수도 있다. 오랜 시간 머물면서 대폭락장도 경험하고 엄청난 급등장도 봐야 한다. 그게 쌓이면 내공이 된다. 그래서 (현재의 급락장이) 무섭더라도 버티라고 조언한 것이다.

그리고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선주가 빠졌다. 그럼 공부한 사람들은 후판 가격 인상 때문인걸 알고, 후판 가격이 안정화 되면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말만 듣고 매수한 분들은 무서움이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종목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 무슨 일이 발생하고 있는지 체크하고, 공부해야 한다. 내공이 별다른 게 아니다. 주식 경험이 아무리 많아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똑같다. 경험치를 쌓되, 정보를 업데이트 해나가야 한다. 내 아이와 관계를 쌓는 것처럼 말이다.

Q. 개인적으로도 증권사 입사 전에 주식으로 전 재산을 잃은 경험이 있으시다. 그때 경험에 비춰 개인투자자들에게 ‘하면 안 되는 것’과 ‘꼭 해야 하는 것’을 한 가지씩 말씀해주신다면. 

많은 분들이 공통된 경험이 있으실 거다. 처음이니까 잘 모른다. 그렇다 보니 본인이 주가 아니라, 남의 말만 듣고 투자를 한다. 나는 상장폐지를 두 번 경험했다. 남의 말만 듣고 시작했는데 너무 잘 맞는 거다. 믿음이 생겨서 마지막에 크게 지른 게 상폐로 이어졌다.

그때 공부하자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나만의 루틴을 만들었다. 매일 아침에 증권사 리포트를 보고 다양한 경제신문을 읽는다. 중요한 내용은 별도로 스크랩 한다. 그렇게 매일 하면서 머릿속에 정보를 넣는 거다. 당연히 유튜브에서 좋은 영상을 찾아보고 책도 읽는다.

‘슈퍼개미’들의 루틴도 비슷하다. 공통점은 지겹다고 생각 안 하고 꾸준하게 매일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안 맞는 분도 계실 수 있다. 하지만 최소 1~2년은 이렇게 해보길 추천한다. 안 맞으면 어쩔 수 없지만, 충분히 투자 실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마음 맞는 분들끼리 스터디 모임을 해보라는 것이다. 모임을 직접 만들어도 좋고, 발품 팔아서 알아보는 것도 좋다. 스터디 모임을 해보면 내가 놓치고 있던 내용을 알게 될 수 있고, 내가 아는 걸 설명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업그레이드되는 걸 느낄 수 있다.

이런 루틴을 만든다고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데이터를 머릿속에 계속해서 쌓다 보면 어느 순간 기업의 변화가 보일 거다. 그럼 그때 남들보다 빨리 행동(매수 또는 매도)을 할 수 있다. 반대로 공부를 안 하면 변화의 순간에서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 = 염보라 기자
사진 = 이건 기자

※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 기사는 총 2회로 나눠 보도합니다.

염승환 이사 프로필

- 이베스트투자증권 디지털사업부 이사
- <투자의 신세계> <주린이가 가장 알고 싶은 최다질문 TOP 77> <미스터 마켓 2021> 등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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