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기 칼럼니스트
김민기 칼럼니스트

[공감신문] 김민기 칼럼니스트 = 코로나로 많은 분들이 힘들어 한다. 코로나도 그렇지만, 코로나 블루라는 부작용도 여간 고통스러운 게 아니다. 이런 상황을 벗어나는 탈출구는 없을까. 가족이나 연인, 친구들과 물멍, 불멍, 숲멍 때리며 술잔과 담소를 나눌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야생화가 만발한 임도를 걷고, 밤이면 별보며 이야기 나눌 곳은 없을까. 

이 모든 갈증을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이 우리에게는 있다. 바로 휴양림이다. 우리나라의 휴양림은 울창한 숲, 1급수 맑은 계곡의 몇십 만평 부지에 숲속의 집, 산림문화휴양관 등 숙박시설과 야영장, 공연장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추고 숲해설, 목공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산책 데크길과 건강숲길, 임도가 몇 킬로미터씩 조성되어 있다. 

이용요금도 정말 저렴하다. 휴양림을 검색해보면 #휴식 #체험 #관광 #자연탐구 #등산 #수영장 #호수 #개울 #나홀로여행 #가족여행 #연인여행 #장기체류치유프로그램 등의 해쉬태그가 뜬다. 이 모든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최고의 힐링 성지가 휴양림인 것이다. 

필자와 휴양림의 인연은 그렇게 오랜 것이 아니었다. 진주 경상대 교수로 있던 친구가 주선해, 1998년 초등 친구들이 남해편백자연휴양림에 모였다. 그 후 여러 곳을 다니다보니, 이렇게 좋은 곳을 안 다니는 사람은 바보라는 깨달음이 왔다. 그러다 2011년, 본격적으로 휴양림을 탐방하는 계기를 만났다. 전국의 모든 국립자연휴양림을, 자기 이름으로 예약해 숙박하면 <명예휴양림인>으로 인정해준다는 거였다. 명예도 명예지만, 3년간 숙소 쿠폰 제공, 동반자 무료입장 등 혜택도 좋았다.  

“빨리 가려거든 혼자 가고, 멀리 가려거든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는데, 필자는 이 말을 이렇게 해석했다. "빨리 가려거든 부부가 가라. 멀리 가려거든 친구와 가라"고. 그래서 친구들과 삼봉자연휴양림에서 ‘휴사모(휴양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를 만들었다. 당시 37곳 있던 국립자연휴양림을 모두 도는데 3년이 걸렸다. 2015년 1월 1일자로 드디어 <명예휴양림인> 인증을 받았는데, 24호였다. 

전국 각지의 휴양림을 평균 한 달에 한 곳씩 다녀온 것만해도 빠른 것 아닌가 싶어 관계자에게 물으니 "부산에 사는 부부중 남편이 1년만에 다 돌아 1호 인증을 받으셨고, 1년 후에 그 부인이 또 받으셔서 우리도 놀랐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에는 3년쯤 지나야 1호 나올 것이고 10년쯤 되어야 목표인원 48호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았는데요, 지금 예약 속도를 보면 4년차인 금년 중으로 마감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했다. 열심히 사는 분들이 정말 많음을 실감했다. 

우리 휴사모는 지금도 휴양림을 다니고 있다. 8월에도 초순에 순창 회문산, 중순에 남원 흥부골, 진안 운장산을 다녀왔다. 롱런의 비결은, 간단하다. 테니스, 등산, 골프는 나이 들면 힘들어진다. 반면 휴사모는 임도를 걷는 것이기에, 부담이 적다. 몇 년 전, 집사람과 제주도 붉은오름의 상잣성 숲길을 걷다가, “앞으로 20년만 더 이런 숲길을 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그게 엄청나게 철이 없는 야망일 수도 있고, 실현 가능한 꿈일 수도 있다. 

우리의 일정은 대개, 열한시반 전후에 목적지 휴양림 근처에 도착하여 장을 본다. 그리고 마트 아주머니들에게 맛집을 알아본다. 그 분들이 가르쳐주는 곳은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진짜 숨은 맛집들이라, 만족도가 높다. 

휴양림의 숲속의집 등 숙소 입장 시간은 오후 3시이고 퇴실시간은 오전 11시이다. 조금 일찍 도착하면 임도부터 걷고 다섯시반쯤부터는 친구들이 요리솜씨 경연을 벌인다. 필자는 만년 설거지 당번을 하다가 몇달전 간신히 보조요리사로 승격했다. 아홉시쯤 별을 헤는 밤마실에 나선다. 

우리나라의 휴양림은, 1988년 처음으로 대관령자연휴양림이 조성된 이래 전국 각지에 국립 43개소, 공립(도립, 시립, 군립) 111개소, 사립 10개소 등 164곳이 만들어져 있다. 국력에 감사한다. 지인들이 “어느 휴양림이 가장 좋으냐”고 가끔 묻는데 인제 방태산, 원주 백운산, 횡성 청태산 등은 언제 가도 좋고, 요즘은 군산 신시도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코로나 기간에 일부 낡은 시설은 공사중인데, 전국의 모든 휴양림을 한 곳에서 예약할 수 있는 홈페이지인 숲나들e가 정말 유용하다. 필자는 갈 수 있는 날짜에 맞춰 전국 휴양림의 월별현황조회 중 예약가능한 곳을 찾아 행선지를 결정한다.   

주위가 어지럽고 생활이 가열한 요즘, 보다 많은 분들이 휴양림에서 힐링하며 삶을 즐기시기 바란다.

김민기 칼럼니스트는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로 은퇴하고 광고자율심의기구 회장, 케이블TV시청자협의회 위원장, 서울브랜드위원회 위원, 국립수목원 홍보위원회 전문위원, 광주시 정책자문관, 서산시 자문위원 등 필요하다고 부르는 곳에서 자원봉사·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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