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자령 노무라종합연구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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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 최자령 칼럼리스트 = 최근 정말 매일같이 ESG 관련 기사와 관련 제도,활동에 대한 내용이 끊임없이 발표되고, 만나는 사람마다 ESG 얘기를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얼마 전에 만난 미국에서 일하는 친구에게 한국에서 왜 만나는 사람마다 ESG 얘기를 한다고, 이유가 뭐냐고 무슨 붐 같다며 다른 나라보다 그 감도나 반응이 큰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동감한다. ESG가 중요한 사회적, 기업의 경영 이슈는 맞지만, 지금의 상황은 자칫 Tech/스타트업 버블과 같이 ESG 버블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어떻게든 ESG, 탄소배출 절감 관련 아이디어를 찾아야 하고, 돈이 더 들고 경제적 효용이 없어도 플라스틱 배출을 줄이고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보고해야 한다. 플라스틱을 줄이고 종이로 대체하면 ESG일까? 에너지 효율이 낮고 비용이 더 드는데 환경과 미래를 위해 태양광 패널을 붙이고 EV차를 타는 게 ESG 일까? 근본적인 ESG 대응에 대한 의구심이 생긴다. 최근 모 기업 부회장님이 ESG가 없었던 개념도 아니고 지금의 현상도 어쩜 하나의 트렌드나 패션으로 몇 년이었다 끝나는 게 아닐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ESG를 잘 하면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고 매출이 오르고 수익이 좋아질까? 정확히 포인트를 찌르는 질문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카페의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로 바뀌면서 커피 마실 때 맛이 달라져 해당 브랜드를 가는 회수가 줄었다. 동시에 컵 홀더를 안 쓰고 빨대를 안 쓰는 습관도 생겼다. 뒤집어 생각해보면 환경이나 편의성이냐 라는 선택에서 소비자는 과연 최종적으로 무엇을 선택할까? 택배 기사의 근로환경이나 노동 이슈로 떠들썩하던 소비자는 초반에 해당 기업에 반응을 하지만 결국 얼마 안되 다시 되돌아갔다. 환경을 고려한 제품이고 환경을 고려해서 포장을 줄이고 플라스틱 용기를 종이 용기로 바꾸면서 제품의 원가는 올라가고 제품 가격을 올릴지 않으면 안되면 얼마만큼의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선택할까? 개인적으로 기업의 가시화된 실적이나 수익 등의 재무적인 효과보다는 비재무적인 기업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얘기는 하지만 지금과 같은 국내 기업의 움직임은 조금은 우려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다.

당초 ESG는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환경, 사회, 거버넌스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이 사업 및 경영 리스크가 적고 관련 기업 퍼포먼스가 좋다는 취지 하에 투자자들이 투자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닌가, 사회나 소비자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내부 기업 경영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대응해야 하는, 그로 인해 투자자와 소비자에게 좀 더 많은 안정적인 밸류를 제공하고 좋은 기업으로 인정받아 투자자들로부터 안정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취지이다. 이렇게 얘기하면 자칫 ESG가 중요하지 않다고 오해를 살 수도 있지만 아니다. 오히려 사업=ESG에 대한 중요성을 더욱 강하게 느껴야 한다는 얘기이다. 보여주기식, 비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는 ESG 적 사고를 바꿔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

관련하여 몇 가지 성공 사례를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사례는 무인양품(MUJI)이다. 무인양품은 안심할 수 있는 좋은 상품 제공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 과도한 포장이 아닌 간소한 포장에 무라벨 정책을 초기 브랜드 이미지로 잡았고 좋은 소재와 원료를 사용하고 공정 프로세스의 재검토를 통해 생산의 효율을 높이면서 고객에게 심플하면서도 좋은 소재의 상품이라는 브랜드 구축을 통해 성공한 사례이다. 무인양품의 경우, 지금의 ESG 차원의 대응이 아닌 본래 기업 및 브랜드 자체를 전략으로 상표가 없어도 좋은 상품이라는 이미지로 소비자에게 사랑 받는 기업으로 성장한 사례이다.

이외 일본에서 CSR 시점부터 지금의 ESG까지 선도적 대응을 하고 있는 기업은 아지노모토이다. 아지노모토는 과거 MSG를 활용한 조미료를 만드는 식품회사이다. 해당 기업은 MSG에 대한 소비자의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확대되고 매출이 줄면서 새로이 기업 비젼과 전략을 재 수립했다. 2013Ajinomoto Shared Value, ASV를 표방하면서 Ajinomoto는 현대 사회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사회 구성원의 만성 질환 발생에 따른 질병 발생 및 건강 악화에 대한 사회적 이슈를 해결하고 새로운 식습관을 개선하고 건강 과제 해결 기업으로서의 건강을 해치는 식문화를 개선하는데 일조하는 비젼을 중장기 전략의 일환으로 수립했다. 주요 활동은 MSG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먼저 MSG가 만들어지는 과정 및 원료를 공개하고 MSG의 주성분이 아미노산을 활용한 제품을 통해 인식의 전환을 도모하였다. MSG를 만드는 데 필요한 아미노산에 주목하여 세계 최고의 아미노산 배합 기술을 활용해 아미노산 프라임 믹스 소재 개발을 통해 근력, 근량, 면역력 및 피로감, 위 운동 개선 등에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하였다. 또한 염분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식습관 개선을 위해 제품의 염도를 낮춘 제품을 출시하고 MSG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한 포럼 등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였다. “Eat Well, Live Well”이란 기업 슬로건에 맞춰 맛있게 영양을 섭취함으로써 건강한 사회에 공헌하고 100년 뒤에도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의 구현을 통해 사회가치의 실현을 통한 기업의 경영 가치를 창조를 도모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2030년까지 10억명의 건강 수명을 연장시키고 사업을 성장시키면서 환경 부하를 50% 삭감하겠다는 기업 비젼을 수립하고 이를 위한 ValueASV를 표방하고 있다. 아지노모토의 기업 가치는 이후 약 3배 정도의 성장을 이뤄낸 ESG 성공사례로 볼 수 있다.

그 외 유통 관련 기업으로는 이온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이온은 온라인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경쟁력이 침체되는 가운데 일본의 다른 리테일 기업보다 먼저 ESG 관련 활동에 주력하였다. AEON은 환경/사회 측면의 6개 항목을 핵심 과제로 선정, Initiative별 장기 프로젝트를 수립해 효과성 있는 ESG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관련 활동으로 이온 탈탄소 비젼 2050을 발표, 사업장의 직접 배출량을 감소시키고 이후 밸류체인, 지역사회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이온은 2030 년까지 일본 내 매장에서 사용하는 연간 약 71 kWh (2020 ) 50 %를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해당 목표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5도 미만으로 낮추는 목표와도 부합한다. 다만, 여기서 단순히 탄소를 줄이는 것에 한정한 것이 아니라 전력 소매 사업을 통해 소비자 가정의 전략 소매 거래를 통한 사업 확장과 연계하고 있다. 이외 자원순환 촉진 사업의 일환으로 폐기물 감축 사업을 통해 식품 폐기물의 Recycle Loop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점포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재활용을 통해 비료 생산 및 공급, 관련 비료를 활용해 농작물을 재배하고 재배된 농작물을 매장에서 다시 판매하는 선순환 체계 구축을 도모하고 있다. 이외 이온의 경우, 관련 PB 상품을 중심으로 폐지를 활용해 휴지를 생산하거나 리사이클 의류를 판매하는 등의 상품과 연계한 활동 및 관련 파트너 협력사와의 협업을 통해 원재료 조달 및 프로세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 기업 이외에도 미국 이나 선진국들의 대응 사례에도 사업과 연계한 ESG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이케아의 경우에도 지속 가능한 제품의 판매를 통해 소비를 통한 환경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있다. 이케아 제품의 경우, 가성비 있는 제품으로 쉽게 사서 쉽게 버리는 제품에 대한 이미지가 강하다. 이러한 개념을 전환하여 더 오래 가는 가구를 선택하고 기존 가구를 버리지 않고 재활용하거나 사용 방법의 전환을 통해 사용 기한을 연장하는 방법, 집에서 에너지 절약을 통해 지구를 지키는 방법 등을 제시하면서 단열 겸용 블라인드 판매를 같이 판매하거나 보다 지속 가능한 소재를 선택하고 더 건강한 집을 집을 가꾸거나 물을 절약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 지속 가능한 메뉴를 먹는 방법 등 소비자들이 집에서 동참할 수 있는 방법 제시와 동시에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스마트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개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ESG를 위한 활동이 아닌 기업과 사업의 본질 및 이슈를 사회적 이슈와 연계시키면서 사업 전략의 일환으로 ESG 활동을 접근했다는 점이다. ESG를 목표가 아닌 기업과 사업, 사회의 이슈에 어떻게 대응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가 성공적인 ESG 추진을 위한 시작점 일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해외에 소개할 수 있는 많은 성공 기업의 사례가 확대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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