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비중 축소, 달러 예금 확대, 하락장 베팅하는 인버스 ETF 등 헤지 수단 마련해야"

[공감신문] 염보라 기자= "원/달러 환율 상승은 내년 연말까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 환율책> 저자인 임노중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4일 공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전망했다.

환율 상승을 이끄는 요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빨라진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시계와 중국의 헝다 사태 그리고 국내 가계부채 문제를 지목했다. 

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원/달러 환율이 1250원 선을 넘을 수도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그보다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면서 "이로 인해 증시 변동성도 심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을 권고했다. 주식 비중을 조금씩 줄이면서 달러 예금을 늘리고,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형태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등 헷지(위험 회피)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다음은 임 이코노미스트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임노중 이코노미스트 / 사진 이건 기자
임노중 이코노미스트 / 사진 이건 기자

 

Q. 주린이를 대상으로 한 환율책을 펴낸 이유는.

- 세미나나 강연을 하면서 환율이 대한 기초지식 없이 무분별하게 투자를 해서 손실을 입는 개인 투자자들을 많이 접했다. 알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Q. 환율은 쉬우면서도 어렵게 느껴지는 영역이기도 하다. 환율에 대해 쉽게 설명해달라.

- 모든 제품에는 가격이 있다. 환율은 돈의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이라는 건 1달러를 사기 위해 1000원을 내야 한다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이면 1달러를 사기 위해 1500원을 지불해야 한다. 조금 더 어렵게 말하면 두 나라 통화의 교환비로 설명할 수 있다.

Q. 원/달러 환율이 추세적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금처럼 수출 지표가 좋을 때는 원화 가치가 높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인가.

- 환율에는 상당히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한다. 일단 미 연준의 테이퍼링 가능성이 글로벌 시장에서 달러 강세를 견인하고 있다.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가 2%인데,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5.4%로 5개월 연속 5%대 높은 물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테이퍼링을 앞당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올해 안에 (테이퍼링을) 시작할 것으로 본다. 

그리고 국내 쪽을 보면 주식 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계속해서 빠져 나가고 있다. 이건 직접적으로 달러의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국내·외 양쪽에서 달러 강세 요인이 있다 보니, 환율이 계속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진 거다.

Q. 원/달러 환율이 얼마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가. 과거 사례를 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모두 원/달러 환율이 1250원을 넘어서면서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서는 1250원을 '위기의 경계선'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 1250원 수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 보다 훨씬 더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1250원 수준이면 위기로 간다?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그럼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환율이 1265원까지 갔을 때 위기가 왔어야 했다.

그렇지만 환율 급변동은 경제 불안을 높이는 요인이다. 특히 수출입기업들에게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 미 연준이 올해 말 테이퍼링을 시작해 내년에 금리 인상을 본격화 하면 달러는 더욱 강세를 나타낼 것이다. 예의주시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임노중 이코노미스트 / 사진 이건 기자
임노중 이코노미스트 / 사진 이건 기자

 

Q.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BIS조사 43개국 중 6위에 자리해 있다. 이는 BIS가 권고하는 적정 가계부채 비율(85%)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가계부채 문제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 부채 증가는 소비를 증가시켜 경제 성장에 도움을 준다. 하지만 부채 규모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오히려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을 하게 된다.

지금 한국의 부채는 충분히 부담이 되는 수준에 와 있다. 가계·기업부채를 합친 민간신용은 작년 말 기준으로 5000조원이 넘는다. 경상 GDP 대비 대략 250% 비중이다. 부채가 부채를 낳는 악순환 구조로 접어들었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막을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고 본다. 이로 인해 경제 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이미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수준까지 차올랐기 때문에 충분히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Q. 중국 헝다 사태에 전력난까지 더해지면서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역시 환율 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을 텐데.

- 경제가 어느 수준에 오르면 그때는 국가 주도 성장이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국가 주도의 계획 경제로,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게다가 헝다 사태는 중국 경제 발전의 3개 축인 부동산 투자, 수출, 소비 중 가장 큰 부분이었던 부동산 투자 축이 무너진 거다.

GDP 세계 2위인 중국의 경기 불안은 곧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대중국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32%를 차지한다. 중국이 위험하면 바로 직격탄을 입는다. 우리가 미국의 통화 정책과 함께 중국의 위협에 대해서도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Q. 환율이 상승하면서 제2의 IMF 외환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외환보유고 수준은 어떤가. 

- 9월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4639억 달러로 세계 8위 수준이다. 충분하냐 아니냐를 놓고 논란이 상당히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는 부족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물론 4639억 달러 모두 가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IMF 특별인출권(SDR) 같은 경우에는 위기 시 당장 현금화가 어렵다. 하지만 대부분은 미국 국채로 구성됐다. 국채는 즉각 팔아서 현금화가 가능하다.

반면 1997년 IMF 외환위기 당시에는 외환보유고가 300억 달러 수준이었다. 게다가 금융기관들에게 대여를 해주면서 당장의 현금화가 불가능 했다. 

특히 IMF 외환위기 때는 단기로 차입해 장기상품에 투자함으로써 '만기불일치(미스매칭'이 심각했다. 그러나 현재는 해외채무 중 단기 채무 비중이 29.5%, 단기 채권 비중이 61.4%로 만기불일치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낮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부채(국내 주식·채권시장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자금도 포함)와 자산을 모두 계산해봐도 500억 달러 이상 순자산이 있는 것으로 나온다. IMF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굉장히 건실한 구조로 바뀐 것이다.

다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이 해외 쪽에서 어떤 충격이 오면 외국인 자금이 대거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 원화가 해외 결제 통화도, 안전자산도 아니기 때문이다.

임노중(오른쪽) 이코노미스트와 전규열 공감신문 대표이사 겸 발행인이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이건 기자

 

Q. 그래프만 보면 환율과 주가는 역의 상관관계를 보인다. 원/달러 환율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주식 투자자들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

- 중간중간 변동성은 있겠지만 추세적으로는 내년 하반기까지는 환율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통상적으로 주가 약세를 의미하기도 한다. 그럼 주식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 한다. 주가가 올라갈 수록 (주식) 비중을 줄이고, 하락장에 베팅하는 인버스 형태의 ETF에 일부 투자하면 어느 정도 (주가 하락의) 헤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달러 강세가 예상되는 만큼, 달러화 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Q. 개인 투자자들이 쉽게 도전해볼 수 있는 달러화 자산으로는 어떤 것이 있나.

- 달러 자산에 투자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달러 예금을 개설하는 거다. 보통 사고 팔 대 1.75% 수수료가 드는데, 주거래 은행을 이용하면 90%정도 수수료를 깎을 수 있다. 달러 예금의 장점은 양도세가 없다는 것이다. 또 예금이기 때문에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도 받을 수 있다.

Q. 책에서 달러뿐 아니라 위안화, 엔화 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특히 호주달러의 투자 매력이 높다고 평가했는데, 그 이유는.

- 만약 미국 주식에 투자를 한다고 가정하면,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익과 투자수익을 봐야 한다. 지금은 달러 강세다.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주식 시장이 굉장히 고평가 돼 있다. 환차익은 기껏해야 5~10% 정도 기대할 수 있는데, 주가는 한 번 빠지면 20~30%씩 빠질 수 있다. 환차익을 얻더라도 투자수익이 급속도로 떨어져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호주를 보면 철강, 석탄 등 1차 산업의 비중이 높다. 지금 중국의 전력난도 호주의 석탄 수입이 중단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지금 원자재 가격이 치솟고 있는데, 이는 호주 경제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 투자처로서 충분한 매력이 있다는 판단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현재 가계부채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급선무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동시에 한국은행은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려 대출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상황인데 금리를 올리면 어떻게 하냐고 지적한다. 하지만 지금 부채 문제를 잡지 못하면 앞으로 올 위기는 감당 불가능한 수준이 될 것이다. 

과거 2002년 신용카드 버블 붕괴 사태 때 카드사들의 판매신용(신용카드 사용액+현금 서비스) 규모가 64조원 가량이었는데, 이를 30조원까지 줄이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신용불량자가 발생했다. 지금은 자영업자 대출이 831조원 규모다. 가계대출은 훨씬 많다. 기업 부실까지 터지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리고 개인들에게는 앞서 말했듯 주식 투자에 신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지금은 작년처럼 돈만 넣으면 누구나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모든 시스템이 위기 쪽으로 한 발 한 발 가깝게 다가가는 상황이다. 좀 더 보수적으로 투자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대담 = 전규열 대표이사 겸 발행인
정리 = 염보라 기자
사진 = 이건 기자

※ 인터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방연 수칙을 준수하며 진행됐습니다.

임노중 이코노미스트 프로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원
-교보증권 
-한화증권
-아이엠투자증권
- <주린이도 술술 읽는 친절한환율책> 등 다수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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