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
김형철 전 연세대 철학과 교수

[공감신문] 김형철 칼럼리스트 = 옛날 옛적에 9천명이나 되는 도둑들이 떼로 모여 살고 있었다. 어느 날 "두목,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라고 부하가 묻는다. "뭐냐?"라고 두목 도척이 말한다. "말씀 드리기 좀 그런 데, 우리 같은 도둑들한테도 ()라는 게 있습니까?" "그 걸 말이라고 하냐? 물론 있지." "좀 설명을 자세히 해 주실 수 있나요? 두목 나으리." "어느 집이 털 만한 집인지를 알아 보는 것을 ()이라고 한다. 그 집에 들어 갈 때 제일 먼저 들어가는 것은 ()에 해당한다. 집안에서 값이 나가는 물건을 알아보는 것이 (). 집을 빠져 나올 때 제일 마지막에 나오는 사람은 ()로운 것이다. 훔친 물건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이 바로 ()이다. 이 다섯 가지 덕목, ,,,,인이 바로 도둑이 지켜야 할 도다." "두목,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요?" "인이다." 분배가 공평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두목은 잘 아는 것이다. 2500년전 중국의 철학자 장자에 나오는 도척 이야기다.

사자, 당나귀, 그리고 여우가 합동 사냥에 나섰다. 멧돼지를 잡는 데 성공한다. ", 이제 어떻게 사냥감을 나누는 게 좋겠니?"라도 사자가 말한다. 그 말이 끝나자 마자, 갓똑똑이 당나귀가 나선다. "우리 셋 다 열심히 일했다고 생각해. 각자 1/3씩 가져 가면 제일 공평하지 않을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사자가 당나귀를 한 방 후려쳐서 뻗게 만든다. 사자가 이 번에는 여우에게 묻는다. "넌 어떻게 나눌 건 데?" 여우 왈 "나는 그냥 뒷다리 하나만 가지면 돼. 나머지는 다 니가 가져 가." "~아 너 정말 말 한 번 잘한다. 너 그런 거 어디서 배웠냐?" "조금 전에!" 서양의 속담에 나오는 lion's share(사자의 몫) 이야기다. 사자처럼 인이 부족해서야 과연 앞으로도 합동사냥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도척에게 인을 배워라.

민간기업 강연에 나가서 비즈니스맨들에게 묻는다. "회사의 목적은 이익 창출이 맞습니까?" 그러면 너무나 뻔한 질문을 하는 강사가 "혹시 무슨 함정을 깔아 놓은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면서도 일단 고개들을 끄덕거린다. 어떤 분은 아예 영어로 말하는 사람도 있다. "The business of business is business(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시카고 경제학파의 대가인 밀튼 프리드만 교수의 말이다. 기업인들은 회사에서 늘 분기별 수익목표를 수립하고, 확인하고, 평가하는 데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이 들은 목적과 목표를 혼동하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수익창출이 아니다. 만약 기업의 목적이 수익창출이라면 어떻게 될까? "돈 되는 거라면 뭐든지 다 한다."는 마피아가 되는 것이다. 수익창출은 목표다. 목적은 고객행복이다.

"얘야, 넌 왜 그렇게 힘든 아르바이트를 마다 하지 않고 하고 있니?"라고 물었더니 돌아 오는 답변은 이랬다. ", 저는 이 달 말까지 5만원을 모아야 해요." "그 돈은 무엇에 쓸려고?" "엄마는 식당에서 일을 하세요. 저희들 학비를 대느라고 밤 낮으로 쉬지 않고 일하세요. 설거지를 늘 하셔야 해서 습진으로 고생하고 계시거든요. 습진약이 5만원이래요. 생일 선물로 사드리려고요." 이 소녀는 자신이 알바하는 이유를 뚜렷하게 가지고 있다. 5만원을 모으는 것은 목표다. 목적은 엄마를 습진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목적과 목표의 차이에 대해서 이 소녀에게서 배워라.

이제 대선 레이스가 본격적으로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그런데 각 정당의 후보들이 하는 행태를 보면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서로 자기가 잘 났다고 말한다. 상대방 후보가 당선되면 지구가 멸망할 것처럼 말한다. 도덕성이 없단다. 무능력하단다. 물론 차별화를 하자니 서로 헐뜯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 정치인들이 도척만도 못하다는 데 있다. 권력을 독차지 하려고 호시탐탐 노린다. 정당의 목적이 무엇인가? 권력쟁취가 목적이 될 수 없다. 그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필요한 목표일뿐이다. 정당의 목적은 당연히 국민행복이다. 정당은 도척과 같은 도둑집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도척은 은 있을지 몰라도, 잘못된 목적을 가진 도둑집단이다. 목표는 성취해야 할 대상이다. 목적은 존재가치이자, 존재이유이다. 목적이 잘 못 되었거나, 아예 없으면 그 조직은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목적이 목표에 우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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