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이후 캘리포니아인 실망감 커…실현은 어려울 듯

[공감신문 김송현 기자]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는 주의 면적도 넓고 경제력에서도 강대국 수준이다. 단일국가라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며, 프랑스보다 경제력이 크다. 인구는 폴란드 규모에 이른다. 미국이 태평양 국가임을 강조하는 것도 캘리포니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이번 미국 대선에서 화가 많이 났다. 열성적으로 힐러리 클린턴을 찍었는데,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됐기 때문이다. 미국 전체로 힐러리의 득표율이 트럼프보다 높지만, 미국 선거제도 특성상 각 주별로 배정된 대의원수에 의해 선거결과가 결정되므로, 캘리포니아인들의 힐러리 지지표는 사표가 되어 버렸다.

트럼프가 당선되자 민주당 텃밭인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독립, 이른바 '칼렉시트'(Calexit) 움직임이 다시 점화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과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트럼프가 승리한 직후 소셜미디어에는 '칼렉시트'를 촉구하는 일부 캘리포니아 주민들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칼렉시트'는 '캘리포니아'(California)와 '탈퇴'(Exit)를 합친 말로, 미국에서의 캘리포니아 분리독립을 뜻한다. 원래는 캘리포니아 독립을 목표로 2015년 창당한 '캘리포니아 국민당'이 추진한 비주류 정치운동이었으나,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브렉시트'(Brexit)를 결정한 국민투표를 계기로 가속화했다.

칼렉시트 운동을 주도하는 단체 '예스 캘리포니아 독립 캠페인‘(예스 캘리포니아)은 웹사이트에서 2019년 캘리포니아주의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를 실시하자고 주장한다. 이들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캘리포니아의 이익은 미 합중국(USA)과 여러 가지로 충돌해 왔다. 우리가 계속 미국의 주로 남으면 다른 주에 보조금을 주는 것에 불과하며, 이는 우리 세대 뿐 아나라 후대에도 피해를 준다. 학교 수준이 미국 평균에 비해 열악하고 홈리스(homeless)가 가장 많고, 빈곤율이 높다. 소득 불평등이 가속화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 49개 주보다는 세계 각국과 비교되어야 한다.”

캘리포니아 독립단체들은 지난 6월 브렉시트에 자극받았다. 이들은 “다른 주에 보조금을 주는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결권을 되찾는 것”이라며 “칼렉시트 국민투표는 캘리포니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주장한다.

이의 일환으로 ‘예스 캘리포니아’의 루이스 마리넬리 대표가 러시아에서 대표부 설립을 타진하고 있다고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보도했다. 마리넬리 대표는 지난 9월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현지 시민사회단체인 '러시아의 반(反)세계화 운동'(Antiglobalization Movement of Russia)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추진하고 있는 주러시아 캘리포니아 대표부는 외교 업무를 수행하는 게 아니라 '예스 캘리포니아'의 홍보 전위대 개념이라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전했다. 캘리포니아 주의 역사와 문화를 러시아 현지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러시아와의 무역과 관광 교류를 촉진하는 역할에 주력한다는 것이다.

대선 다음날 캘리포니아 주 LA에서 열린 `反 트럼프 시위' /AP=연합뉴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당선되자, 칼텍스 운동은 힘을 받고 있다. 캘리포니아는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61.5%가 클린턴을 지지했다. 하지만 선거결과 트럼프가 당선되고, 캘리포니아인들은 실망감에 빠진 것이다.

대선직후 트위터에는 "더이상 나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부르지 않을 것, 나는 캘리포니언이다' 등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차량공유서비스업체인 우버의 초기 투자가이기도 한 유명 벤처투자가 셔빈 피셔버는 선거 전 트위터에 "만약 트럼프가 이긴다면 나는 캘리포니아만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합법적 운동에 자금을 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이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애국적인 일"이라면서 "이 나라는 심각한 기로에 서 있다"고 말했다. 피셔버 외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 '패스' 공동창업자인 데이브 모린, 디자인Inc. 창업자 마크 헤미언 등 실리콘 밸리의 다른 사업가들도 트위터를 통해 지지를 보냈다.

'칼렉시트'를 주장하는 이들은 캘리포니아가 인구면에서 3.900만 명으로 미국 주 가운데 가장 많은 데다 국내총생산(GDP) 기준으로 볼 때 세계 6번째 경제국에 해당하는 규모이기 때문에 독립 국가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846년 캘리포니아 공화국기
현재의 캘리포니아 주기

 

캘리포니아는 1846년 25일간의 짧은 기간에 독립공화국을 세운 적이 있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멕시코령이었다.

당시 캘리포니아엔 미국 이주민들이 대량으로 밀려왔지만, 멕시코 당국은 미국인들이 집을 구매하거나 렌트하는 것을 금지했고, 당국의 허가 없이 이주할 경우 강제로 추방했다. 이런 불평등과 위협에 시달리던 미국인 이주민 일부가 1846년 무장봉기를 일으켰다. 폭동자들은 소노마(Sonoma)를 점거하고 멕시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였다. 그들은 곰을 깃발로 내세웠고, 그래서 이 폭동을 베어플래그 폭동(Bear Flag Revolt)이라고 한다. 폭동자들은 리더를 임명했지만, 행정조직은 만들지 못했다. 따라서 공식적으로 독립공화국이라고 하기 어렵다. 곧이어 그해 7월 9일 미국 해군이 캘리포니아 해변에 도착해 멕시코군을 물리치고 캘리포니아를 점령했다. 미국과 멕시코 사이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미 해군은 소노마 진지에서 캘리포니아 공화국의 깃발을 내리고, 이들을 접수했다. 캘리포니아 공화국은 멕시코에 대항하는 반란군의 임시조직이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2년후인 1848년 캘리포니아는 미국의 31번째 주로 편입됐다.

 

캘리포니아의 면적은 알래스카, 텍사스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넓은 주로, 한반도 면적의 3배, 남한 면적의 7배에 이른다. 1인당 국민소득은 미국 여러주 가운데 최상위권이다. 로스앤젤레스는 뉴욕 이어 2위 대도시다. 2014년 인구센서스로 3,880만명이 거주하는데, 이는 미국인의 10% 이상에 해당한다. 한국 교민 60만정도가 LA를 중심으로 캘리포니아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캘리포니아의 독립은 실현되기 어렵다. 캘리포니아인들이 트럼프를 지지하지는 않았지만, 미국에서 독립하자는 세력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투표 자체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비슷한 상황이 캘리포니아의 북쪽 오리건주에서도 나왔는데, 연방 탈퇴 청원을 주장하던 사람이 철회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리건 주 포틀랜드에 사는 크리스천 트레발과 제니퍼 롤린스는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이틀 후인 지난 10일 오리건 주 선거관리위원회에 2018년 주민투표에 상정할 청원서를 접수했다. 이들은 청원서에서 "오리건 주 주민들의 가치가 이제 더는 연방정부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연방 탈퇴 청원서 발의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이틀 뒤인 12일 연방 탈퇴 청원서를 철회했다. 이유는 연방 탈퇴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주변으로부터 위협이 쇄도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죽여버릴 것"이라는 협박도 있었다는 것. 이들의 연방 탈퇴 청원서 제출은 앞서 캘리포니아 주에서의 '칼렉시트' 움직임과 맞물려 지역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 불을 보듯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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