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비박 의견대로 조정해줘야"…탄핵 '9일'로 연기될 듯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3차 대국민담화를 통해 “여야 정치권이 논의해 정권 이양방안을 만들어 주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해자, 국회 탄핵 표결에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새누리당 비박계가 흔들렸다. 속도감이 흐르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전선에 예기치 못한 변수가 돌출한 것이다.

이날 박 대통령의 담화로 탄핵 가결의 '캐스팅 보트' 역할인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선(先) 여야 협상-불발시 탄핵'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이에 야당이 당초 내달 2일로 잡았던 탄핵안 표결 디데이(D-day)가 9일로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9일까지는 협상을 해보자는게 새누리당 비주류측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의 담화 이후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은 박 대통령의 '임기단축' 등 퇴진 문제를 국회에서 결정해달라는 제안을 마냥 무시할 수 없다는 흐름이 생겨났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위한 여야 간의 협상을 일단 촉구하기로 한 것이다.

새누리당 비주류로 구성된 비상시국위 대변인격인 황영철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다음달 2일까지는 시간이 너무 짧다"며 "적어도 다음달 9일 전에는 최대한 합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찬성 입장에 가까운 새누리당 나경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기한을 정해서 한 번쯤 퇴진 일시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게 중요하다"면서 "여야 대표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김용태 의원은 기자회견을 갖고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새누리당 의원들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박 대통령의 제안과 관계없이 다음 달 9일까지 박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권 대권후보인 유승민 의원도 "대통령 담화에 진정성이 없다. 탄핵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새누리당 비박계 의원들의 지원이 없으면 탄핵안은 부결된다. 야당은 탄핵 소추안의 의결정족수(200명)를 채우려면 새누리당 비주류의 찬성표가 안정적으로 40표 정도가 필요하다는 판단 아래 여당 비주류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여왔다.

당장 야 3당이 자체 마련한 탄핵소추안 단일안을 새누리당 '탄핵파' 의원들과 공유하기로 했던 계획이 보류됐다. 야당은 이번 담화를 탄핵을 피하기 위한 '꼼수'이자 '교란책'으로 규정했지만, 여당 비주류 의원들 사이에서 일정한 동요 조짐이 나타나자 야당도 일정을 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야권은 새누리당 비주류측이 입장을 전환함에 따라 현실적으로 내달 2일 탄핵안 처리는 힘들게 됐다. 야 3당도 일주일뒤인 내달 9일쪽으로 탄핵 D-데이를 조정하는 흐름이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의총에서 "비박계 몇 분과 통화를 했는데, 아직 탄핵에 대한 낙관이 어두워졌다"면서 "오후 4시 새누리당 (비주류) 2명의 의원과 국민의당 김관영·민주당 이춘석 의원이 만나 탄핵소추안에 대해 합의키로 했다가 상황이 바뀌어서 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탄핵표결 시일도 9일로 연기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날짜를 조정해 줘야 한다"면서 "탄핵의 주도권은 비박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야 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탄핵 의결날짜의 조정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박완주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탄핵 시일을 정하는 데 하루를 더 지켜봐야 한다. 탄핵소추안 단일안을 오늘까지 만들고 준비 상황을 본 뒤 발의할 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의총에서도 여당 비주류 의원들의 설득을 위해 9일로 연기하는 게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 소속 의원들이 29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를 지켜본 뒤 긴급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의 오늘 담화는 자신의 거취를 국회에 백지위임한 것으로, 사실상의 하야 선언"이라고 평가했다.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박 대통령의 제3차 대국민 담화 직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국회가 결정해주는 모든 것을 따르겠다는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광장의 함성, 광장의 요구는 국민적 요구다. 국민적 요구는 대통령 퇴진에 있었다"며 "(박 대통령이) 자신의 퇴진 요구에 대한 답을 주셨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는 "어차피 탄핵 부분에 대해선 비주류 의원들이 결정력을 발휘하는 게 현실 아니냐"며 "탄핵에 대한 논의가 계속 유효하게 진행돼야 하는지. 아니면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지 야당하고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대통령 담화에 대한 야당의 입장, 국민적 여론을 살피면서 속도를 내 야당과 논의를 개시하겠다"며 당분간 매일 의총을 열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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