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예산 증액해야…화석연료 1.5배, 원전 2.6배 배정

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공감신문=신동한 에너지전환연구소장] 온 나라가 제 역할을 못하는 지도자 문제로 떠들썩하고 그가 수반으로 있는 행정부가 복지부동의 기본자세만으로 움직이고 있는 시국이지만, 행정부의 돈줄인 내년도 예산안의 처리 시한이 오늘(2일)로 다가왔다.

정부는 400조7.00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과, 614조6.723억원의 기금 총액 중 239조5413억원을 실 지출하는 기금운용계획안을 지난 9월 국회에 제출하였다. 국회는 각 소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와 예결특위의 심사를 거쳐 오늘 중으로 본회의에 상정해야 한다.

지난 9월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서울환경운동연합과 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이 주관한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및 재생에너지정책에 대한 심도 있는 국정감사를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예산과 기금으로 이루어진 국가 재정이 어떻게 배분되는가는 당시 정권의 정책과 의회 권력의 구조에 달려 있다. 올해는 지난 봄 총선에서 야권이 과반 의석을 넘김으로써 예산 배정에도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기대를 모았다. 화석연료와 원전에 기대고 있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에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라는 신호를 보낼 수 있을 것인가?

 

적지 않은 규모의 내년도 국가 재정에서 에너지와 관련한 재정 규모는 모두 15조6.344억원으로 이 중 5조1,246억원을 실제로 사용할 계획이다. 지출은 예산에서 3조620억원, 기금에서 2조626억원이 소요된다. (김경수·추혜선 의원실의 자료 협조로 에너지전환연구소가 집계)

지출 예산을 에너지원별로 나누어 보면 화석연료에 1조201억원, 원자력발전에 1조8,390억원, 재생가능에너지엔 7,064억원이 배정되었다. 재생가능에너지에 비해 화석연료는 약 1.5배, 원전은 2.6배의 재정을 더 가져간다. 이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임위의 예비 심사나 예결위에서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태양광발전사업자연합회, 전국시민발전협동조합연합회, 녹색당 등이 지난해 12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정부의 에너지정책을 규탄하며 소규모 재생에너지사업자를 위한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전 분야 예산에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원자력홍보 예산이란 게 있다. 그러나 재생가능에너지 홍보 예산이란 건 물론 없다. 이 원자력홍보 예산은 산자부가 원자력문화재단에 민간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원전에 대한 국민의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세워진 단체로 전액 정부의 예산 지원을 받아 TV 광고, 협찬 등을 통해 원전을 홍보한다. 이 예산 덕에 온 국민은 매일 저녁 공중파에서 원전이 값싸고 안전한 에너지원이라는 환상을 무심결에 접하게 된다.

유사한 단체가 미국과 일본에도 있다. 그런데 미국은 전액 원전 사업자들의 출연으로 운영하며, 일본도 원전 사업자들의 출연으로 운영하되 정부로부터 사업별 예산을 지원받기도 한다.

이런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정부도 예산 대비 홍보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원자력문화재단을 폐지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하고 80억원에 육박하던 예산을 줄여오던 중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6월 입장을 바꿔 원자력문화재단을 존치하되 조직과 인력을 효율화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럼에도 내년도 예산에서는 올해보다 3억원이 늘어난 53억원을 요구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해 시급히 확대해야 할 재생가능에너지에는 한 푼의 홍보 예산도 쓰지 않는 정부가 원전 홍보에만 53억원이나 지원한다는 건 그 동안 형성되어온 원전 마피아의 기득권이 얼마나 강고한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사례에 다름 아니다.

 

그 동안 에너지와 환경운동 단체에서는 화석연료와 원전에 집중하는 재정 운용을 재생가능에너지 중심으로 바꿀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원전 예산은 안전과 폐로 분야를 제외한 모든 예산을 줄여야 하며, 우선 원전 예산과 재생가능에너지 예산을 같은 수준에서 편성함으로써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여소야대의 국회에서도 첫 예산 심의는 별반 다르지 않았다. 화석연료와 원전 중심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입장을 넘어서지 못했다. 내년 대선 후보들이 내세울 에너지 분야 정책이 기다려지는 이유이다.

 

신동한은
서울대학교 기상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 도시행정학과에서 공부했다. 기후변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기저에 깔린 에너지 문제에 천착하게 되었고, 그런 관심의 일환으로 에너지전환연구소라는 개인 연구소를 열었다. 에너지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에도 관심이 있어 부천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참여해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왜 에너지일까?」-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전환 시대의 논리 (출판:생각비행)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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