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몰이 식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아

강란희 칼럼니스트

시국이 어수선하다.

이 어수선한 틈을 타서 밴 업계의 불법 탈법을 조장하는 리베이트 제공의 극성으로 영세대리점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는 것은 물론이고 존립자체 마저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하소연 한다.

(힘에 겨운 목소리로) “정말 죽을 지경입니다. 웬 놈의 오더(정부나 금융당국이 시키는 일)가 이렇게 많아서 살 수가 없습니다.”

“(휴~) 사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뛰어서 먹고 살려고 발버둥 치고 있는데 ‘NOCVM 업그레이드 하라.’ ‘영세가맹점 IC단말기 전환 속도가 더디니 빨리 하라.’ ‘무조건 리스트에 준해서 설치하라.’ 등 독촉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요. 그렇다고 인력을 투입하는 대가를 주는 것도 아니고 또 설치 해놓고 나면 ‘이건 되고 이건 안 된다.’ 등 정말 미칠 지경입니다.”

“우리는 처음에는 속도를 내다가 가만히 보니 우리가 노예도 아니고 그렇다고 보상도 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맨땅에 헤딩하라고 하는데....견딜 수가 있어야죠? 그래서 그냥 천천히 하고 있어요. 서둘러 봐야 내 돈만 까지는 데요 뭐.”

광화문 촛불에서 만난 몇몇 밴 대리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다.

 

작금의 밴 대리점업자들의 원성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촛불만큼이나 잡음이 자자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와 금융당국 그리고 밴 사에서는 산하 대리점들에게 5만 원 이하 무서명(NOCVM) 업그레이드를 계속 독촉하고 있다. 금년(12월31일)내로 업그레이드가 마무리되지 않으면 불이익이 생긴다며 산하 대리점을 조여 대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밴 대리점 업계에 따르면 NOCVM 업그레이드는 말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 존재하는 밴 사마다 사정은 다르다. 하지만 우선 전국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신용카드 거래 단말기는 아직까지 IC단말기와 MS단말기가 뒤섞여 공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뿐만 아니다. 국내 모든 단말기는 전화선 타입과 전용선+전화선 타입으로 구분되어 있다고 한다. 가맹점에 전용선 타입의 단말기가 설치되어 있고 인터넷 전용선이 들어와 있는 가맹점은 그래도 업그레이드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 한다. 왜냐 하면 전용선을 이용한 업그레이드가 그나마 빠르고 쉽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 전용선 사용 가맹점일 경우 자동적으로 업그레이드가 될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추어진 밴 사도 더러 있다.

 

하지만 가맹점에 전화선 전용으로 사용하는 가맹점은 사정이 다르다. 이런 가맹점들은 밴 대리점 직원이 일일이 노트북을 이용해서 현장에서 업그레이드를 하든지 아니면 몇 개씩 여분의 단말기를 사무실에서 업그레이드 한 후 일일이 현장에서 교체 한 다음 다시 사무실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설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는 작업의 시간도 많이 소요되고 작업방법도 여간 번거로운 것이 아니다. 문제는 아직까지 시중에 설치된 단말기 중에는 전화선으로만 가동되는 가맹점이 월등히 많다는 것이다. 더구나 업그레이드 도중 알 수 없는 사정으로 단말기가 “뻑(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는 상태로 되는 정지상태, 일종의 고장)” 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사정은 난감해 진다고 말한다. 이 경우 “뻑”난 단말기는 제조원에서 만이 원상복구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밴 사별로 구현하고 있는 시스템이 서로 달라 업그레이드 방식도 각자 다르다. 하지만 대략 살펴보면 가맹점에서 사용하고 있는 통신타입에 따라 업그레이드 방법과 일의 양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은 사실인 듯싶다.

이 뿐만 아니라 포스(POS)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 가맹점은 더 복잡하다. 밴 사별로 경우는 다를 수 있지만 대략 가맹점에 NOCVM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프로그램으로는 업그레이드가 불가능 하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초창기에 설치해서 사용하고 있는 제품의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곳이 그렇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 밴 대리점은 포스회사에서 신형 프로그램을 별도로 구입해서 재설치 해야 한다고 했다. 다시 말하면 신규 설치에 준하는 작업을 해야 된다는 말이다. 이런 사실들 때문에 그동안 오래토록 거래해 오던 가맹점에다 대금을 청구 할 수도 없는 실정이어서 밴 대리점들은 끙끙 알고 있는 실정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리점들의 불만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제보에 따르면 항간에서는 “천천히 합시다. 정권 바뀌면 안 해도 될지 모른다.”라는 말이 나돌기도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밴 대리점들이 리베이트에 대한 신고를 하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나 몰라라 하면서 지네들 필요한 것만 요구 하고 있잖아요. 업그레이드요?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하나도 바쁘지 않아요.”

“당국의 밴 리베이트 관리감독이 느슨한 틈을 타서 지금 시장은 금융당국을 비웃고 난리도 아닙니다. 가맹점이나 일부 몰지각한 밴 대리점들은 ‘봐라.. 단속 되냐? 안 해요? 리베이트 얼마든지 괜찮아요.’ 등 아주 웃기지도 않아요.”

밴 대리점 업자들은 리베이트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본지는 2016년 10월 13일자 칼럼 [강란희 세상이야기] 밴(VAN)업계, “법이 있으면 뭐 합니까?”라는 주제로 밴 대리점 업계의 고충을 이야기 한 바 있다.

 

“한번 생각 해 봅시다. 정부와 금융당국 밴 본사 모두 NOCVM 업그레이드를 빨리 하라고 아우성이고 덩달아 영세가맹점 IC단말기도 교체 하라고 조이고 있어요. 가령 말입니다. 시장이 이지경인데 우리 가맹점에서 ‘누구는 돈을 얼마 준다더라. 저쪽 밴 에서는 공짜로 해준다더라.’ 고 하며 기계교체를 요구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때는 업그레이드든 그 무엇이든 모두 제쳐 두고 내 재산 지키려 가야 되지 않겠습니까? 가맹점을 설득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아십니까? 설득 하면 다행인데 기계가 떨어져 나가면 기분이 어쩠는지 아세요? 시장을 이 지경으로 방치해 놓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라고 하면 뭔가 잘못돼지 않았습니까?”

“정부 정책이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책이 초심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방법은 있어요. 대리점들이 자기 가맹점 방어하러 갈 시간에 업그레이드나 IC단말기 설치를 하면 아마 지금쯤 많이 설치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가맹점이 리베이트 금지가 되어야겠지만 정부와 금융당국이 우선 3억 원 이상 대형가맹점의 밴 리베이트만이 라도 철저히 조사하고 감독하고 감시 하는 것입니다. 이것만이 목표달성의 지름길입니다.”

일각에서는 IC단말기 전환사업자로 선정된 3개의 업체(금융결제원, 한국스마트카드,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가 전환실적이 지지부진 하다는 이유로 교체설도 솔솔 나오고 있다는 보도를 접하고 많은 밴 사업자 들은 “그럴 줄 알았다.” “정상적인 밴 사를 배제하고 승인 해준 정부 책임이지 업체를 탓 할 것이 아니다.” “이들 중에서 TM으로 무작위 전화영업으로 쑥대밭이 되고 있다.” “어렵게 정부 정책에 따라 IC단말기를 교체 해 놓고 나면 전화를 해서 무상이니? 왜 돈을 주느니? 하는 바람에 ‘까인데 또 까이는’ 기분이다.” 등 기분이 아주 뭐(?)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어쨌든 대략 밴 대리점들은 가맹점들과의 분쟁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대리점들 간의 정상적인 영업과 상도의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관계 당국도 밴 업자들의 바람을 흘러 버리지 말고 “여신전문금융업법 시행령”을 기반으로 한 밴 시장이 정상적인 시장이 되기 위해서 철저한 관리 감독을 해야 한다고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물론 관계 당국도 특 대형 가맹점이나 밴 본사에 대한 밴 리베이트 관련 관리 감독이나 조사 등은 성실히 수행하고 있는 것에는 박수를 보낸다. 더불어 밴 대리점이 직접적인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중 대형 가맹점에서 불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밴 리베이트에 대한 철저한 조치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을 해 달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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