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회서 물 관련 공청회 열려…“부처간 협력" 강조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대한민국은 물 부족 국가다. 그러나 실제로 물이 부족한 것은 아니다.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기에 물 부족 국가가 된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97년부터 지금까지 ‘물 (관리) 기본법’을 제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매번 물 관련 부처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해 법 제정에 실패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전문가들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일 국회에서 주승용 국회의원(국민의당/여수시 을)이 주최하고 서울대학교 지속가능 물 관리 연구센터가 주관하는 ‘물 기본법 공청회, 국가 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중심으로’가 열렸다.

주승용 의원

이날 공청회 주최자인 주승용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최근 몇 년 동안 여름 가뭄을 겪으면서 물이 얼마나 소중한 자원인지 알게 됐다. 올해는 태풍 차바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면서 물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체감했다. 그런데도 물 관리 정책은 부처 간 칸막이 행정으로 사업이 중복되고 비효율이 심각하여 혈세가 낭비 된다는 내용을 접했다. 국회만이 해결 통로이고 ‘물기본법’이 해결 방안임을 확인했다”면서 “‘물 기본법’ 제정안은 물 문제를 부처 간의 영역다툼으로 바라보고 물을 공급과 소비를 나누는 이분법적인 시각이 문제의 핵심이라는 인식 하에 기존 법률안과 달리 ‘생산형 물 수요관리’, ‘모으는 물 관리’라는 철학을 밑바탕에 깔았다. ‘물 기본법’ 제정안은 물을 연대·협력·보완이라는 관점에서 다루면서 이해당사자 참여, 현장중심 물 관리, 물 환경보전 등 물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했다. 물 피해 최소화를 넘어 물 순환을 회복시켜서 기후 회복을 목표로 삼아, 현재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 지향적이며, 대한민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세계로 나갈 수 있는 법이 되도록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공청회의 발제는 김상래 한국건설생활환경신험연구원 박사와 박제량 홍익대 교수가 공동으로 나섰다.

김상래 박사는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 각 부처별로 물에 대한 역할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구조 때문에 부처 간 연계성이 없고, 협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부처 간 연계 협력을 위해 ‘물 기본법’이라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박사는 이번 법안이 ‘물 관리 기본법’이 아닌 ‘물 기본법’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그 이유 이번 제정법이 물의 근본이 되는 법이고, 물에 관한 기본이념과 원칙을 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 박사는 특히 이번 ‘물 기본법’을 각 부처 간 혼재 돼 있는 규제기능과 육성기능을 분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현재 구조는 축구 경기에 뛰는 선수가 심판도 같이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구조에서는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없다면서 반드시 두 가지가 분리 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우리는 현재 전체 물 중 20%만 이용하고 있다. 70퍼센트 이상은 손도 못 대고 있다고 한다. 기후 변화에 맞춰 전체 물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고 알렸다.

김상래 박사가 발제를 하고 있다.

박제량 교수는 김 박사의 의견과 같이 물 손실량과 유실량이 높다고 밝혔다. 물은 자산이며 돈과 같다면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 교수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금까지 많은 국회의원들이 물(관리) 기본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끝으로 박 교수는 “가뭄·폭염으로 수질(녹조) 문제로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다. 물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과 객관적인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물 관리에 대한 발상의 전환과 부천 간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 어느 누구, 어느 부처의 법이 아닌 우리나라의 ‘물 기본법’ 제정을 위해 많은 관심과 협조 부탁 한다”고 말했다.

발제가 끝나고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의 좌장은 남궁온 명지대 교수가 맡았다. 토론에는 한무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 최종수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 조용완 서울시 수도사업 해외진출 민간협의체 회장, 이은수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운영위원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참여했다.

한무영 교수는 “우리 국토의 자산은 땅과 물로 이루어져 있다. 물과 관련된 자산의 목록에는 보이는 물(하천수, 지하수)과 보이지 않는 물(토양수, 식생수, 대기수)이 있다. 이러한 각각의 물의 요소들이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생태계와 기후를 유지하고 인류에게 용수를 제공해왔다. 이 모든 물의 순환은 빗물로부터 시작 된다”면서 “지금 우리는 빗물을 성가신 존재로 여기고, 모든 건물, 도로, 산지, 밭에서 빨리 강으로 내다버리고 하천수를 주요 관리 대상으로 삼고 있다. 이것은 번 돈의 일부를 저축하는 대신 모두 다 써버리고, 없을 때는 굶는 것과 같다. 수증기를 증발시켜 구름을 만드는 물의 소순환을 줄이는 것은 열심히 일을 하지 않아서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 지하수 수위를 빗물로 충전하는 것은 후손에게 물려줄 유산을 남겨두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물 자산을 분석해보면 물 관리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총 물 자산의 90%는 토양수와 대기수 등 보이지 않는 물이다. 하천에 담겨져 있는 물의 양은 65억 톤으로 총 자산의 2.7%밖에 되지 않는다. 일 년에 내린 빗물의 양 1270억 톤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치다. 지하수는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유산이므로 떨어진 수위만큼이 양을 적자로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지금 우리나라의 편협한 수자원 정책의 결과다. 수자원 계획에서는 하천수와 지하수와 같이 눈에 보이는 물만을 고려한다. 빗물은 빨리 버려야만 하는 폐기물로 관리되고 있다. 지하수는 개발해서 빼 쓸 것만 고려하고, 집어넣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토양수와 식생수 등의 보이지 않는 물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천수, 지하수 등의 보이는 물과 연관관계는 더욱더 고려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한 교수는 “물 관리 방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빗물을 모든 수자원의 근원으로 생각하고, 가급적 떨어진 자리에서 최대한 저장하여 토양수로 채우거나 낮아진 지하수를 보충하고 나서, 넘치는 물만 강으로 보내야 한다. 도시 전역에서 골고루 수증기가 증발하게 하여 소규모 구름을 만들어 다시 비가 내리는 물의 소순환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토양수와 식생수의 기화열을 잘 이용하여 폭염도 대비해야 한다”며 “가정에서 수입에 맞추어 규모 있게 지출하고, 남는 것을 저축하고,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처럼, 국토의 물 관리 방법을 기초로 한 물 기본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러면 폭우, 가뭄, 폭염 등의 기후변화 적응을 넘어 능동적으로 시후를 회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최종수 박사는 “이번 공청회 목적인 ‘물 기본법’을 보면 수자원 확보,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 재해예방, 지속가능한 물 순환 체계 등을 포함하고 있다. 국내 물 관련 부처의 모든 업무 내용과 물 관련법의 제반 내용을 아우르는 법으로 판단되다”고 말했다. 이어 최 박사는 “‘물 기본법’의 목적과 포함내용이 광범위하다 보니 본 법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가 다소 모호한 느낌이다. 따라서 ‘물 기본법’ 제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물 기본법’이 매우 광범위한 물 관련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법령과의 중복 및 충돌이 불가피 하다. 타 법률과의 관계 정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용완 회장은 “이번 ‘물 기본법’으로 발주방식의 새로운 개방 평가 방식의 도입이 필요하다. 물 산업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국가적 차원의 보증제도, 해외 국 물 시장정보의 단일화, 주요 저널 등 번역물 지원공급시스템, 정부보유 조사 설계 자료의 DB화 등에 대한 신중한 법 제도검토 및 절차화가 포함되어야 우리의 물 기술과 산업이 부활 할 것으로 사료 된다”며 ‘물 기본법’ 제정을 통해 물 산업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수 운영위원은 “지난 20여 년 동안 9개의 물 관리 기본법이 발의되었으나 아직도 제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보면서 물 문제에 대한 소극적 대처와 안일함과 부처 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좌절 되었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국민들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민단체와 학계, 정계가 합심하여 20대 국회에서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운영위원은 “빗물같이 귀중한 자원을 산성비나 오염된 물이라고 생각하여 사용하길 주저하는 문화를 바꿔야 한다. 빗물은 내리는 곳에서 받아 사용함으로써 물 활용을 효율적으로 하고, 과소비 되는 물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근본적인 물 문제 해결에 전 국민이 의무와 권리를 함께 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운영위원은 법률초안에 대한 아쉬운 부분을 지적했다. “‘물 기본법’ 제27조를 ‘빗물의 수집 및 이용, 물의 재이용, 염수의 담수화’로 순서를 바꿔 비용이나 에너지가 적게 들어가는 것을 먼저 하도록 해야 한다. 물이 부족할 때 가장 쉽게 받을 쓸 수 있는 빗물이 물의 재이용이 염수의 담수화 뒤에 놓인 것은 아직도 빗물의 가치가 낮게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 되기 때문이다. 이번 ‘물 기본법’ 제정을 통해 국가 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해야 한다. 자연과 함께하는 ‘물 기본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날 참석한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법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역시 각 부처 간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현재 기후변화로 인해 필수자원인 물 관리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정부, 국회, 전문가가 협력하고 꾸준히 논의해, 이번에는 ‘물 기본법’이 꼭 제정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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