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사임의사 밝혀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이탈리아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 부결이 확실해 졌다. 이로 인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사임을 표명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앞으로 이탈리아의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이번 투표결과는 이탈리아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이 승리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오성운동이 이탈리아의 유로존 탈퇴를 국민 투표에 부칠 경우, 이탈렉시트(Italexit)가 벌어질 수 있어 앞으로 유럽연합(EU)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4일 이탈리아 전역에서 개헌안에 대한 국민투표가 진행됐다. 이번 개헌안은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제시했다. 그 내용은 상원의원을 현행 315명에서 100명으로 줄이고, 상원의 핵심 권한(입법권, 정부 불신임권)을 없애 상원의 규모를 대폭 축소시킴과 동시에 중앙 정부 권한 강화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상원과 하원이 입법 거부권과 정부 불신임권 등 동등한 권한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양원이 정부 입법안을 교류하며 입법을 지연 시키거나 차단했다. 이런 시스템은 전 세계 양원제를 채택한 나라 중 이탈리아가 유일하다. 이는 정치 불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탈리아는 2차 대전 후 공화정이 들어섰다. 그 후 70년 동안 63번이나 정부가 바뀌었다.

렌치 총리는 이 같은 정치 불안정 문제와 2007년을 정점으로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경제 침체를 해결하기 위해 이번 투표를 진행 했다. 이탈리아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3천 달러로 1997년과 비슷한 상황이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와 LA7 등은 이날 밤 11시(현지시간) 투표가 마감된 뒤 출구조사를 발표했다. 결과는 54∼59%로 찬성 41∼46%로 개헌안이 부결될 것으로 예상했다. 집권당인 민주당과 렌치 총리 대한 지지도가 높은 북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이번 국민투표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높은 반면, 개헌안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은 남부의 투표율은 저조하다는 소식이 들렸다. 이런 소식은 렌치 총리의 개헌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최대 20%나 뒤진 출구 조사 결과에 그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출구조사에서 국민투표 부결이 전망되자 얼굴을 감싼 렌치 이탈리아 총리 [EPA=연합뉴스]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가 부결되면 물러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것처럼 현지 시간으로 5일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총리 궁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퇴 하겠다고 말했다. 렌치 총리는 국민투표 부결을 위해 활동한 진영이 "놀랍도록 명백한" 승리를 거뒀다는 말로 패배를 인정하며 "패배에 전면적 책임을 지겠다. 정부에서의 내 경력은 여기서 끝난다"고 말했다. 2014년 2월 이탈리아 역사상 최연소 총리에 오른 렌치 총리는 이로써 2년 9개월 만에 짐을 싸게 됐다. 내각이 자주 바뀌는 이탈리아에서 비교적 오래 총리 자리에 있었다.

렌치 총리의 사퇴로 당분간 이탈리아는 정치적, 경제적 타격이 클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렌치 총리 사퇴로 당분간 이탈리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탈리아 은행에 큰 위협이 될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이탈리아 은행은 막대한 부실채권으로 존립을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탈리아를 넘어 유로존에도 충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결과로 개헌안 반대 운동을 펼쳤던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과 반(反)이민, 반 유럽연합(EU)을 주장하는 극우 북부리그(NL)의 영향력이 크게 확대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 때문에 EU의 우려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성운동이 유로존 3위 경제 대국인 이탈리아의 유로존 잔류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친다면 이탈리아가 유로존을 떠나는 이탈렉시트(Italexit)가 현실화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렌치 총리[EPA=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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