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사면 등 바란 것 아니냐 추궁에 "정부 정책에 협조“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대기업 회장들은 한결같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가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특위 소속 의원들은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경영권 승계, 사면 등의 대가를 기대하고 두 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낸 게 아니냐고 추궁했지만, 회장들은 사업 특혜나 사면 등을 위해 청와대와 모종의 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모두 9명의 총수가 출석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자격으로 출석했고, 그 옆에는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이 자리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앞줄 가운데)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부회장은 두 재단에 대한 출연이 삼성그룹의 안정적인 승계와 본인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대가성이 있다는 새누리당 이만희 의원 지적에 "(삼성은) 단 한 번도 뭘 바란다든지, 반대급부를 바라면서 출연하거나 지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어진 다른 의원들의 질의에도 "모든 사회공헌이든 출연이든 어떤 부분도 대가를 바라고 하는 지원은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독대가 있었을 때는 이미 주주총회도 끝나고 합병이 된 뒤의 일이라 합병 건 얘기는 없었다"며 독대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화가 오갔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K스포츠재단에 대한 70억원 추가 지원 결정이 서울 면세점 추가 입찰과 '형제의 난' 수사 관련 로비가 아니냐는 의혹에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이 자발적이었느냐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문에 기업별로 할당을 받은 만큼 낸 것이라며 "대가성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출연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지난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때 무슨 얘기가 오갔는지를 묻는 질의에 "경영 전반에 대한 내용을 (박 대통령이) 물어봐 답변해드렸다"고 말했고, 재단에 출연해달라는 말은 없었느냐는 물음에는 "없었다. 저희 실무자에게 연락이 와서 (출연을) 승인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김승연 회장은 재단 출연에 대해서는 이사회 의결을 거쳤다고 밝히고, 회계처리 여부에 대해서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도 출연 요구에 대해 "한류나 스포츠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높이면 경제에 도움된다고 말씀하셔서 정부가 뭔가 추진하는데 민간차원에서 협조를 바라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대가성을 부인했다. 그룹 총수들은 청와대의 재단 출연 요청을 현실적으로 거부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했다. /연합뉴스

허창수 회장은 "청와대의 (출연) 요청을 기업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고, 이재용 부회장도 '재단 출연이 강요냐 뇌물이냐'는 질문에 "그 당시에 그런 청와대의 지시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본무 회장도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세무조사를 피하거나 대가·청탁을 기대하고 재단에 기금 출연을 했는지'를 묻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질의에 손경식 CJ그룹 회장은 "대가를 바라고 한 것은 아니고, 모두 하니까 저희도 같이 따라서 했다"고 답했다.

같은 질의에 조양호 회장도 "다른 기업들이 하면 (기금 출연을) 같이 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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