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식 시인의 시 해설] '섬, 꽃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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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식 시인의 시 해설] '섬, 꽃소식'
  • 우동식 시인
  • 승인 2016.12.1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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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詩한 여수의 섬들 (6)...레이더기지가 있는 섬에는 지난밤에도

詩詩한 여수의 섬들 (6)

 

'섬, 꽃소식' 우동식 시인

여수 물꽃시낭송회

회장 우동식 시인

 

 

 

 

 

 



레이더기지가 있는 섬에는 지난밤에도

어둠을 잘라 내

모르스부호 같은 바다를 해독解讀했습니다

꽃게 잡기 딱 좋은 날

해녀민텔이 있는 바닷가에는 게딱지만 한

우체국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아들 배달부는 섬 귀퉁이를 레이더처럼 돌면서

내륙의 소식을 전하지만

삶이라는 게 꼭 밀물 썰물 같고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꽃게 같습니다

꽃게잡이 배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그물망에 걸린 꽃게처럼 뱃사람이 되어

밤을 내리고

새벽 해를 주섬주섬 담아 올렸는데

툭 불거져 흘깃흘깃 쏘아대는 눈

치켜든 두 발로 파닥거리던 꽃게들

그 파삭거리는 소리로 어머니는

벌겋게 꽃 핀 꽃게탕을 만들어

그 하얀 속살만을 가려서 밥그릇에 소복이 담아주고

게 등딱지 안에 밥을 비벼주곤 했습니다

육지로 유학 와 있을 때도,

아들딸 낳고 한 가정 이룬 지금도

꽃게 철이 되면 갓 잡힌 장정 손등만 한 꽃게들이

배달되곤 했습니다

하얀 머리칼로 그물망을 깁고 있는 아버지

꽃게 밥상을 꽃피우는 어머니

섬 구석구석 페달을 밟는 동생

싱싱한 꽃게 박스를 풀면

고향은 별 탈 없고 애비 에미 동생도 잘 있다고

개펄 같은 세상

꽃게처럼 단단히 무장하고 속 채우며 살라는

소리도 꽃게소식이 꽃소식으로 전해옵니다

섬, 꽃게채널이 전해주는 사랑의 주파수는

캄캄한 밤에도 다 한 통속입니다

 

 

詩詩한 여수의 섬들 이야기 (6)

 

우동식 시인

 

소리도는 여수 돌산도 남단 13km 지점 금오 열도에 속한 섬으로 섬의 모양이 솔개를 닮았다 하여 ‘소리도’ 라 불리어오다가 1396년도에 솔개연(鳶)자를 사용하여 연도(鳶島)라 부르기도 한다. 소리도는 거문도에 이어 여수로 들어오는 항로의 관문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거문도에는 거문도 등대가 있고 소리도에는 소리도 등대가 있다. 이 시의 배경은 소리도 이다. 소리도 등대가 나오고 해녀민텔이 등장하고 바닷가 우체국이 나오고 꽃게를 잡는 배가 등장한다. 시 한편을 읽다 보면 한편의 소설을 요약 한 듯이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꽃게를 잡고 둘째 아들은 우체국 배달부로 섬 귀퉁이를 레이다처럼 돌며 섬과 내륙의 소식을 전하지만 삶이라는 게 꼭 밀물 썰물 같기도 하고 바다 속을 헤집고 다니는 꽃게 같아서 희소식만 전하는 것은 아니다. 꽃게잡이 배에서 태어난 아버지는 그물망에 걸린 꽃게처럼 뱃사람이 되어 밤을 내리고 새벽 해를 주섬주섬 담아 올렸는데 툭 불거져 흘깃흘깃 쏘아대는 눈, 치켜든 두 발로 파닥거리던 꽃게들을 건져 올리면, 먼저 객지에 나가 있는 아들 딸 손자들이 생각난다. 살이 도톰하게 오른 장정 손등만한 싱싱하고 예쁜 꽃게를 스치로폼 박스에 가득 넣어 택배로 보낸다. 그 파삭거리는 소리로 어머니는 벌겋게 꽃 핀 꽃게탕을 만들어 그 하얀 속살만을 가려서 밥그릇에 소복이 담아주고 게 등딱지 안에 밥을 비벼주곤 했었다. 육지로 유학 와 있을 때도, 아들딸 낳고 한 가정 이룬 지금도 꽃게 철이 되면 갓 잡힌 장정 손등만 한 꽃게들이 배달되곤 했다. 싱싱한 꽃게 박스를 풀면 고향은 별 탈 없고 아빠 엄마 동생도 잘 있다고 개펄 같은 세상 꽃게처럼 단단히 무장하고 속 채우며 살라는 부모님의 간곡한 염원과 당부가 들어 있는 것으로 읽힌다. 하얀 머리칼로 그물망을 깁고 있는 아버지, 꽃게 밥상을 꽃피우는 어머니, 섬 구석구석 페달을 밟는 동생, 섬에 있는 이웃사촌들, 고향은 별 탈 없고 아빠 엄마 동생도 잘 있다는 이야기이다. 꽃게 한 박스 받고 보면 꽃게소식이 꽃소식임에 틀림없다. 이쯤 되면 섬, 꽃게채널이 전해주는 사랑의 주파수는 캄캄한 밤에도 다 한 통속이겠지. 가을 추수가 끝나면, 겨울 김장을 담그면, 명절이 끝나면 , 부모님들은 객지에 있는 자식새끼들에게 바리바리 보따리를 싸고 포장을 해서 보내기 바쁘다.

부모님의 사랑이요 정성이요 마음이요 부모님 그 자체이다. 그냥 부모님이 오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분과 함께 그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통째로 오신 것이다.

그래서 섬, 꽃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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