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詩한 여수의 섬들 (7)...가두리 양식장이 터졌다

詩詩한 여수의 섬들 (7)

 

'못된 습성'  우동식 시인

 

여수 물꽃시낭송회

회장 우동식 시인

 
 
 

 

 

 

 

 

가두리 양식장이 터졌다

터진 구멍으로 감생이가 쏟아졌다

양식장 주인의 허물어진 담장으로

물 만난 강태공들이 몰려들었다

욕망을 집어넣는 순간

감생이가 덥석 덥석 습성을 물고는

반항 없이 끌려나온다

삽시간 어구에 쌓인 수십 마리의 감생이

퇴행성 지느러미와 눈먼 시안

원시적 생존법을 망각하고

떡밥에 길들여진 천연덕스런 놈들

우리 산다는 것이 거기서 거기라고

가두리 주변을 배회하고 서성거리는 녀석들

날마다

물의 울타리에 길들여진 습성들이

파닥거리는 날이다

 

 

詩詩한 여수의 섬들 이야기 (7)

 

우동식 시인

 

습성은 오랫동안 되풀이하여 몸에 익은 채로 굳어진 행동을 말한다.

이 시의 배경은 여수시 남면 화태도 월전 포구의 양식장이다. 화태도를 중심으로 월호도, 대두라도, 두라도, 대횡간도 등의 섬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있다. 섬과 섬 사이에는 수로가 흐르거나 호수 같은 바다가 태반처럼 앉아 있다. 이런 지형은 양식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월전포구에도 양식장이 포진하고 있다. 우럭, 감성돔, 볼락, 참돔, 돌돔, 쥐취, 고등어, 대구, 해삼 등 양식업의 수량도 점차 다양화 하지만, 월전포구에는 감성돔 양식장이 많다.

2015년 태풍 고니가 남해안에 상륙했을 때 가두리 양식장이 몇 군데 터졌다. 터진 구멍으로 감성돔(감생이)이 쏟아져 나갔다. 삽시간에 소문이 번지고 강태공들이 가두리 양식장 주변 등대가 있는 방파제로 몰려들었다. 한국은 감성돔 낚시 문화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바다 낚시를 대표하는 최고의 대상 어종이다. 바다의 왕자라고도 불리며 당찬 손맛, 짜릿한 눈맛, 차진 입맛으로 모든 낚시꾼의 로망이다. 물 만난 강태공들이 욕망을 집어넣자 감생이들이 덥석덥석 습성을 물고는 반항 없이 끌려 나온다. 떡밥에 길들여진 천연덕스런 놈들, 더 깊고 넓은 바다로 헤엄쳐 가지 못하고 원시적 생존법을 망각 한 채 퇴행성 지느러미와 눈 먼 시안으로 가두리주변을 배회하는 녀석들, 양식장 주인의 허물어진 담장의 틈으로 잽싸게 떡밥을 던지는 강태공들, 그 놈이 그놈이지, 가두리 주변을 배회하고 서성이는 물의 울타리에 길들여진 습성들이지

권력의 울타리에 갇혀 눈 먼 자들, 권력의 떡밥을 나누는 시녀들, 권력의 울타리 주변을 서성이고 배회하는 자들, 그 권력을 이용하기 위하여 낚시 줄을 던지는 못된 습성들이 파닥거리는 날이다.

울타리 안에 길들여진 자들의 편협한 사고와 행동은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경종을 울리는 시이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