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신 칼럼니스트

[공감신문=피터신(Peter Shin) 칼럼니스트] 태초의 神 캐이오스, 카오스(Chaos)란 이름은 동양으로 넘어와 혼돈(混沌)이라는 매력적 신화속 존재로 매치된다. 얼굴에 눈, 코, 귀, 입이 없었던, 그래서 인위성이 없고 항상 중립적이었던 가운데 나라 임금 혼돈은 남쪽 임금과 북쪽 임금이 선물이랍시고 얼굴에 뚫어준 일곱개의 구멍이 뚫리는 칠일 째 죽고 만다. 혼돈은 죽고 대신 남북의 우두머리들에 의해 천지가 창조된다. 뭐 이런 이야기가 장자에 나온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LG의 카오스 세탁기는 나름 카오스 이론을 적용해 강한 세탁력과 빨래의 엉김을 줄여 단숨에 마킷 1위 자리에 등극하기도 했다. 세탁기의 주 회전봉 주변에 랜덤하기 오르락 내리락 거리며 세탁기내 물살의 흐름 조건을 제멋대로 바꿔주는 작은 물체를 설치했던 것이다. 이론이 다루는 무한한 복잡도를 가진 시스템에 비하면 혼돈 이론이 가지는 정의 자체는 명쾌하고 단순하다. 시스템의 초기 조건이 아주 미미 하게 바뀌기만 해도 그로 인한 시간이 지남에 따른 변화는 엄청나게 커지는 시스템이자 랜덤한 노이즈 처럼 보이는 단기간의 데이타들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반복적인 패턴을 가지는 시스템이다.

나의 가장 친한 친구는 레이져 광학이 응용 물리학으로 태동되던 1980대 초에 카오스 이론으로 직접 제작해 만든 레이져를 이용한 논문으로 학위를 받았는데 지금 한국의 아리랑 위성의 눈인 광학탑재체를 책임지고 있는 이승훈 박사가 되겠다. 그때 했던 말들이 떠오르는데 내 기억이 맞는다면 이런 이야기 였던 것 같다.

이박: 휴.. 이거 패턴이 보여야 하는데 잡아내기가 쉽지 않네..

나 : 카이오스가 그 자체로 무질서 한건데.. 거기서 질서를 찾아 낸다고?? 재밌겠군!

이박: 응.. 이게 무질서한 가운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한 패턴이 형성되고 그 위상(phase) 일치하는 파동들이 동시에 맞아 떨어지면서 레이져란 강력한 빛을 만들어 내게 되는 거지..

내 벗은 자연의 혼돈 현상을 이용해 새로운 레이져를 만들어 냈고, 난 기존의 상업 레이져들을 이용해 비파괴 검사를 위한 연구를 했었었다. 난 그 보잘것 없는 석사논문으로 내 짧은 Academic Career를 마감했지만 이 박사는 계속 그 혼돈의 세계에서 치고 받고 싸우기를 거듭, 기어코 혼돈을 길들이고 말았던 것이다. 

좌우간 갑자기 혼돈 이론이 머리에 떠오른 건 내가 사는 평화로운 거리에 이상한 사건이 벌어지고 나서였다. 굳이 카오스 이론이 적용되어야 되는 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 같으나 내 머리에 그 혼돈.. 훈둔.. 이란 단어가 떠올랐다는 건 적어도 내게는 중요한 것이다.

.. 한 인간이 아침에 어떻게 기분 좋게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느냐

.. 어느 누구의 자손으로 어느 시절 어느 공간에 태어나 첫 울음을 힘차게 우느냐

.. 누구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인사를 나누며 관계를 시작해 가느냐

.. 한해를 시작하는 첫날 어떤 다짐과 결심으로 한해를 시작해 가는 가 등등

지극히 개인적 인과 관계의 시작에 있어서의 초기 조건이 매우 중요하듯 혼돈(chaos) 이론은 초기의 시작 조건에 매우 민감한 역동적 시스템의 행태를 다룬다. 유구한 역사를 통해 잘 다져진 문화와 관습이 뒷받침 되면서 일상 생활을 규정하는 사회 규범이 잘 정의되고 교육되어 지켜지는 경우 우리는 이를 편안한 사회, 성숙한 사회라 칭할 수 있겠고 예측 가능한 세계라 단순화 시켜 볼 수 있겠으나, 시스템 다이내믹스의 엄청난 복잡도로 인해 설사 개개인의 모든 생활 패턴과 그 디테일들이 생성해내는 방대한 데이타들이 처리 될 수 있다 해도, 예측 가능할 수 없는 '혼돈'의 시스템을 이룰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사는 반복된다는 단순하고도 강력한 실체적 역사 현상을 받아들인다 치면, 개개인의 서로다른 생각과 일상사는 지극히 무작위적 행태를 나타내면서 예측이 무의미한 공간상에 존재 하지만 그러한 수천, 수억 무한한 개체들의 무수한 생각과 행태가 모여 거대한 스케일의 시간의 축상에서 쌓아가는 문화와 역사 그리고 관습의 거시적 패턴은 예측가능할 수 있으며 일정 주기를 가지고 유사하게 다시 발생하는 주기성을 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이러한 논리가 적절히 비지니스의 현장에 적용되는 곳 중에 하나는 주식시장이 되겠다. Daily Chart 나 Weekly Chart를 가지고 씨름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의 무모한 낭비 지만 분기별, 년별 추이를 관측하며 투자 결정을 내리는 건 스마트 방법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쨌거나 얼마전 내가 잘 알고 지내던 한 영국인이 내가 살고있는 이곳의 가까운 거리를 지나다 전혀 안면 부지의 행인에게서 느닷없이 얼굴을 주먹으로 맞는 전혀 예기치 못한 불행한 사건을 당했다. 그는 안면에 금이 가는 큰 부상을 입어 수주간 병원 신세를 져야 했는데 오늘, 그 사건 이후 처음 다시 보게된 그의 말에 따르면 범인은 아직 붙잡히지 않았고 그가 알아낸 것이라곤 주변의 한 오래된 아파트의 일부에 왕년의 죄수들이 모여 살고 있다는 괴상한 소문 뿐이라 한다. BBC의 계약직 특파원인 그가 길을 걸으면서, 스쳐 지나는 거의 모든 행인들에 대해 그때 그때 어떤 경계의 태세를 취해야 할지를 순간적으로 고민해야 될 것이란 생각을 하면 쓴 웃음이 날 뿐이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 많은 행인들을 단시간내에 일일히 관찰해가며 누구로부터든 펀치가 날아올 수 있음을 대비하며 걸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치 않을 것이다. 단, 그들이 편안하고 성숙된 사회의 일원일 경우에 그러하다. 

이곳의 거리는 이미 100년이 넘게 형성되어온 매우 오래되고 잘 조직된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곳으로 많은 레스토랑과 은행들 그리고 커피 전문점들과 서적상, 의류상 및 식음료상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매일 아침 일정 시간이 되면 어느 곳에 무엇이 배달되고 동네의 누구 누구가 거의 일정한 시간에 어느 곳을 오가는 지가 명확한 곳이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이상한 징조나 폭력과 같은 실제 상황, 즉 비선형적(non-linear)한 상황이 발생될 경우 바로 911 이나 경찰에 알려져 이후 빠른 시간내에 정상 상황으로 되 돌려 지곤 하는 곳이다. 따라서 예측이 전혀 불가능했던 그 악당의 경우, 강력한 노이즈로서 작용은 했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거리는 예전의 일상적 패턴은 다시 돌아가게 되고 그 사건은 어의없는 에피소드 하나 쯤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즉 Danforth Street 라는 거리는 역동성을 가진 혼돈의 시스템이 아닌, 지극히 보수적인면서 다분히 선형적인(linear), 하나가 더해지면 더해진 하나에 대한 반응이 기대되는 예측 가능한 선형 시스템(linear System.. Additive System) 쯤으로 생각되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적인지 친구인지가 판단이 서지 않아 끊임없이 경계하고 방어적 이거나 때론 공격적 자세를 취하지 않고는 하루 하루 제대로 살기 힘든 사회, 도시 혹은 나라가 내 경험에서도 많았고 그 수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에 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이루어오고 있는 국가나 민족, 그리고 종교의 테두리를 수호하기 위한 또는 확장하기 위한 다툼은 물론이고 지구 생태계 전반에 걸친 지구 전체의 다이내믹스가 가지는 임의적 폭력성의 수위가 급 상승하고 있음은 결국 시스템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많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불안한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 온두라스에서 식사를 하러 갈때면 난 한개 이상의 대문과 철제 자바라를 통과해야 함은 물론이고 샷건과 권총을 움켜진 경비원의 시선을 받으며 식당 안으로 안내될 수 있었다.

.. 상하이 에서 두어시간 남쪽에 위치한 어느 도시에서 머물면서 늦은 밤의 산책길에는 항상 단단한 목검을 가슴에 껴안고 마치 무슨 검객과 같은 모습으로 나서곤 했다.

..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그리고 파키스탄에서는 미소를 잔뜩 머금고 걸어 다니다 군중들 가운데서 폭발해 버리는 비장한 인간 폭탄들 때문에 다가오는 행인들이 인간인지 폭탄인지 구분하기 힘들게 된지 오래다.

.. 미국과 서유럽의 많은 나라들 역시 일견 평화롭게 드나드는 거대한 여객기들이 언제 폭탄 덩어리로 변할지 몰라 잠재적 테러 목표물로 지적, 이착륙과 비행 상황은 물론 탑승객들의 면면까지 모두 면밀히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특정 종교 간 벌여왔던 투쟁적 역사의 재발로 바라볼려 치면 정말 끔직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재패적 기득권을 구가하려는 열강과 생존이라는 삶의 기본 욕구를 이어가지 위한 촌락들로 구성된 원시적 공동체 형태의 국가들 간의 피비린내 진동하는 전쟁도 기괴하기 짝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상적 하루는 어떤 작은 변화라도 그것이 얼마나 폭발력을 지닌 것인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예측되거나 예방될 수 있는 것이라곤 전혀 없는, 사건이 벌어진 후의 상황수습과 후 처리가 중심이 되는 조마 조마한 시스템인 것이다. 즉 지극히 비선형적(non-linear) 시스템이라 볼 수 있겠다. 매일 매일 단기적 상황 분석으로는 결코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다음 주에 무슨 사고가 터질 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세계가 되 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거시적 추이의 관점을 위해, 역사적 상황을 분석해 보거나 단순히 현대사 과거 일이백여년간의 분쟁의 상황을 분석해 보는 과정만 거치게 되더라도 어떠한 패턴을 볼수 있을 지 모른다. '결정론적 혼돈' 이론이 적용되는 시스템 내의 어떤 시그날이 카오스 시스템을 구성하는 확률통계학적(stochastic) 데이타 인지 아니면 단순한 랜덤 노이즈 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두고 반복적으로 재발 하는 가를 관측해야 한다. 

많은 다양한 이민자들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표적인 나라인 캐나다에서는 이민자들의 출신국에 따라 문화나 언어가 다름은 물론이고 동일 상황에서의 대처 방법등이 많이 다르다. 즉 새로운 국가 공동체에 편입되기 위해 서있는 출발 조건, 즉 초기 조건이 서로 전혀 다른 상태에서 단일 시스템으로의 융화가 시작되는데 법이라는 막강한 constraint 가 제 힘을 발휘하여 단 시간내에 어떻게든 사회의 group velocity와 비슷한 속도를 내게 한다. 사회의 순간 순간의 snapshot들은 온갖 색의 인종과 서로 다른 생각과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가지며 제각각의 삶을 영위하는 것 처럼 무질서 하게 보이지만 그 혼돈스러워 보이는 시스템은 하지만 잘 굴러간다. 오히려 더 유연하게 굴러간다. 궤적을 벗어나는 노이즈 형 행태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기대되는, 혹은 결정되어온 사회적 행태를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지 못한 경우 제거 되기도 하지만 주로 시스템의 bug 혹은 grey area에 숨어 어느 크기까지 세력을 형성하면서 강력한 noise 로 시스템을 흔들기도(fluctuate)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인간들 중에서 인류 문화의 quantum leap을 가능하게 하는 대단한 위인들이 당시 사회로 부터 노이즈 취급을 당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세월이 지나 그것도 그러한 위인급 인물들이 떠나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그 진가가 발휘 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다.

사진들은 내가 좋아하는 돈강(Don River)에 비가 많이 온 다음에 내려가서 물결이 거센 지점들을 택해 Tripods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같은 샷을 수십장 찍은 다음 골라 color 처리를 위한 post-processing 을 한 것이다. 같은 지점의 그 개개 장면에서 물결이 이루는 역동성은 매 shot 마다 다르지만macroscopic 한 견지에서는 거의 동일한 shape을 이루는데 상류에 놓인 조약돌이나 수초들의 놓임새에 따라 전혀 다른 형태의 물결을 이루게 되는거다. 브라질 정글의 나비 한마리가 퍼덕거려 북경에 태풍이 몰아치는 정도의 과장된 스케일의 chain reaction은 아니지만..

 

<피터 신(Peter Shin)>
 
- 현재 캐나다에서 호텔 운영. 요리사이자 목수.
 
- 전 휴렛팩커드 아태지역 관리자
 
- 전 한국 휴렛팩커드 컨설턴트
 
- 전 카이스트 시스템공학 연구소 연구원
 
- 서강대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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