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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수 에세이] 남태평양, 피지 여행 단상(斷想) #1

[조병수 프리랜서] 멜라네시아, 학창시절에나 들어 봤음직한 그 단어가 갑자기 내 눈앞에 던져졌다. 그리고 신혼여행지 같은 말들과 함께  귓전을 스쳐가던  남태평양의 섬나라, 피지(Fiji)로의 여행이 느닷없이 현실로 다가왔다. 
11월 말쯤, 둘째 딸이 “남태평양지역으로 출장을 간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해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대한항공 편으로 피지에 가서 갈아타고 간다”는 말을 듣고는 갑자기 솔깃해졌다. 피지가 정확히 어디 있는 곳인지도 몰라서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뉴질랜드 북쪽에 있음도 알게 되었다 
딸의 출장이 끝나는 때에 맞추어서, ‘한겨울에 여름나라로의 가족여행’을 떠나기로 했다. 섬이라고 하니, 그저  한 5~6일 정도면 될 것 같았다. 소식을 들은 딸들은 "『트루만쇼( 1998)』라는 영화에서 주인공 트루먼 버뱅크 (짐 캐리 粉)가  사랑하는 여인을 찾아 떠나던, 그  남태평양 피지에 가볼 수 있게 되었다"고 좋아라 했다. 
워낙 갑작스런 결정이라, 하던 일과 약속들을 대충 정리하고 보니 12월 중순의 출발 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 그때까지 준비라고는, 비행기편과 숙소, 렌트카 하나 예약해둔 것이 전부였다. 여행을 간다면서 ‘어떤 나라인지, 가 볼만 한데는 어딘지’ 정도는 알아야 될 것 같아서, 피지관련 자료를 찾아나서 보았다. 
서점이나 여행사를 찾아가도 마땅한 자료가  없었는데, 마침 인천대학교 도서관에서 한국해양과학기술원에서 출간한 『피지 (The Republic of Fiji, 권문상, 이미진, 강대훈 공저. 2014)』라는 책을 발견했다. 지역주민에게 도서관을 공개하는 정책 덕분에, 그 책으로 멜라네시아와 피지의 역사, 문화에 대한 개관이나마 파악할 수 있었다.  
‘남태평양에서 가장 크고 활기찬 도시이자 수도인 수바(Suva), 피지 제2의 도시이자 남반부에서  가장 큰  사탕수수 압착시설이 있어서 Sugar City라고 불린다는 라우토카(Lautoka), 국제공항이 있는 난디(Nadi) 등이 있으며 제주도의  5배크기라는 비티 레부(Viti Levu) 섬, 그 북쪽에 있는 제주도 3배크기의 바누아 레부(Vanua Levu) 섬 등, 크고 작은 330개 정도의 섬들로 구성된 나라. 
3,500년전 인류가 피지로 이주해왔고, 1643년 네델란드인 아벨 타스만에 의해 발견되고,  1774년 제임스 쿡선장이 처음 상륙하여 1874년 영국 식민지로 병합 되었다가 1970년10월10일에 독립하여 영연방의 일원인 의원내각제 국가.  
인구 86만명(2013년 기준) 에 일인당 GDP 4,606불(2013년), 영어를 공식언어로 하고 피지어, 흰두어,  로투만어를 쓰며, 피지원주민이 56.8%, 인도계 37.5%인 나라. 
1831년 프랑스 해군장교이자 탐험가이던 쥘 뒤몽 뒤르빌(Jules Dumont d’Urville)이 태평양을 폴리네시아, 멜라네시아, 마이크로네시아로 구분하도록 제안했을 때, 주민들의 피부색이 검다는 뜻에서 그리스어로 ‘검은 섬들’을 뜻하는 멜라네시아로 이름 지었다는 지역에 속하는 나라. 
멜라네시아 지역에는 피지 외에도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바누아투 같은 국가와 프랑스 보호령인 뉴칼레도니아 등이 있음.’

<Nadi, Sonaisali Island 소재 리조트 앞바다>

이런 정도의 개요만 파악하고, 세부일정은 현지에 도착해서 정할 요량으로 길을 떠났다. 적도를 지나 남반부로 간다는 기분에 제법 들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약 9시간 반 동안의 비행시간을 견디기가 수월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여행은 가슴이 떨리고 다리에 힘이 있을 때 가야 된다"고 하는가 보다. 
만석(滿席)의 승객들을 태운 비행기는 중간중간에 난기류로 제법 덜컹거렸다. 저녁 7시반경에 출발한 비행기가 우리나라보다 4시간 앞선  난디 국제공항에 도착할 때는 다음날 오전 9시가 지난 시간이었다. 그 도시를 Nadi로 적어놓고 왜 '난디'라고 읽는지 의아했었는데, “피지어 b,d,g,q,c는 /mb/,/nd/,/η/,/ŋg/,/ð/로 읽어야 된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 비구름이 잔뜩 내려 깔린 날씨에 후덥지근한 바람이 감겨왔다.  구름이 드리운 한적한 난디 공항풍경을 담으려고 카메라를 꺼냈으나, 서늘한 기내공기에 맞춰져 있던 렌즈가 희뿌옇게 변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가 없었다. 

<Nadi국제공항>

피지는 연평균기온 섭씨 27도의 연중 온난한 열대해양성 기후로, 11월에서 4월까지가 우기(雨期)라고 한다. 계절을 챙길 틈도 없이 나선 길이니 요행히 비를 덜 맞게 되기를 기대했었는데, 실제로 우리가 도착할 즈음에는 “피지 서쪽 해상에서  열대성저기압이 형성되어서”, 낮게 깔린 비구름과 흩날리는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있었다. 

입국장으로 들어서니까 몇 명의 연주자들이 흥겨운 음악으로 분위기를 띄우는데, 그 앞에 놓인 통 위에 달러, 원화 같은 지폐들이 붙여져 있는 걸로 봐서 ‘모금’을 청하는 것 같아 조금은 어색했다. 
입국심사창구를 거쳐서 짐을 찾아 세관 쪽으로 가니까, 모든 휴대품은 다시 모니터로 검색하고 큰 가방들은 직접 열어보았다. 출발하기 전 가족들이 어디선가 듣고는 "청정지역이어서 외부로부터의 육류제품 반입을 엄격히 금한다”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실제로 음식물 반입은, 정확히 “있다”고 세관신고서에 쓰고 보여주면, 금지품목이 아닌 한 괜찮은 듯했다. 세관신고서에는 "없다"고 하고 음식물을 들여가는 것과, 가공(加工)전인 농•수•축산물이 문제일 뿐이라고 하겠다. 

<Nadi국제공항 입국장>

그리고 현지통화인 피지달러 (FJD)는 가져간 미국달러로 난디 공항에서  환전을 했는데, 별도의 수수료10피지달러(약 6천원)까지 따로 차감되어 있었다. 나중에 포트 데나라우(Port Denarau)지역에 있는 Westpac은행 지점에서 추가로 환전을 해보니, 같은 은행이라도 그쪽에서는 별도의 수수료(Exc Fee) 도 없고 적용 환율도 제법 차이가 있었다. 

출국할 때 쓰다 남은 피지달러를 바꿀 때도 수수료가 별도로 계산되길래 환전소 직원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휴일도 없이 운영되는 공항영업소의 특성과 비용을 감안한 환율과 수수료가 적용되고 있다. 교통비 등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만 공항에서 환전하고,  난디 시내나 포트 데나라우에 있는 지점들에서 환전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렇게 현지통화를 준비하고, 인터넷 데이타 사용을 위해 “10일동안 6GB Data와 45분정도의 국제통화사용까지 가능하다”는 Vodafone사의 sim card를 70피지달러(4만2천원 상당)에 구입하여 스마트폰에 장착하고는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해둔 차를 가지러  렌터카 창구로 갔다. 
예약번호를 제시하자 뜻밖에도 "예약이 취소되었다. 예약해둔 것과 같은 차종도 지금은 없다"고 했다. “조건을 바꾸느라고 먼저 예약 건을 취소하고 다른 예약번호로 새로 예약을 했는데, 도대체 누가 그 예약을 취소했느냐?”고  물어도, "둘 다 취소되었다. 자기들은 그렇게 연락을 받았다"는 얘기 외에는 그냥 남의 집 불구경하듯 멀뚱거렸다. "차가 필요하면 소형 경차를 성수기 요금으로 쓰고, 아니면 다른데 가서 알아보라"는 식이었다. 
세계 유수 회사의 이름으로 영업하는 그들의 책상 위에 놓여진 그날의 예약일정 메모지에는 분명히 내 예약번호가 적혀있었다. 예약이 미리 취소 되었다면 그 번호가 그날의 메모지에 적혀있을 이유가 없었겠지만, 그 당시로는 그런 것까지 따질 경황이 없었다. 
결국  다른 렌터카 창구에 가서 가방들도 실을 만한 차를 빌려 나올 수 있었는데, 영국령이었고 영연방의 일원이어서 그런지 오른쪽 운전대에 왼편 통행방식이었다. 공항 바로 앞 교차로에서 교통신호와 차선이 순간적으로 헷갈려서 잠깐 당황했지만,  도로가  대체로 단순하고, 차선이나 법규, 통행우선순위를 준수하는 운전문화여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
비록 며칠간의 관찰이었지만 로터리(roundabout) 정지선에서 우선순위를 지키며 서있고, 섬 서남쪽방향 순환도로인 퀸즈 로드에서 추월금지선(흰색실선)이 그어져 있는 곳에서는 절대로 추월하지 않는 그들의 운전문화에 내심 경탄을 금치 못하였다. 
게다가 시가지 뿐만 아니라 포장도 안된 이면도로나 허름하게 보이는 주택가 쪽에도, 길가에 나뒹구는 쓰레기나 휴지조각 하나 없는 것도 무척 인상적이었다. 모두들 그렇게 움직이고 그렇게 사는 것은, ‘소득의 크기를 떠나서, 그렇게 교육을 받은 문화 때문일 것이다’라고 내 나름대로 추측을 해보았다. 

이렇게 해서 오락가락하는 비를 맞으며, 피지 전체 면적의 57%를 차지하고 전체인구의 70%정도가 산다는 비티 레부 섬의 서쪽 바닷가 언저리를 돌아보는, 눈 가리고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의 여정(旅程)이 시작된다. 

<피지의 국화 하이비스커스(Hibisc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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