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가격 급등으로 임차가구로 살아가기가 점점 힘들어 지고 있다.

특히 2월 전세가격은 전국적으로 전월대비 0.33% 상승했으며, 수도권은 0.5%나 상승했다. 전세가격은 30개월 연속해 상승하고 있다. 주택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2012년 1월 58%에서 2015년 2월 64%로 상승했으며 아파트는 평균 70%를 넘어섰다. 최저치를 기록했던 2008년도의 전국 52.4%, 서울 38.7%와 비교하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얼마나 증가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런 시기에 “주택이란 무엇일까?” 라는 질문을 다시 한 번 하게 된다.

빠듯한 소득에 빚을 내서 집을 살 수도 없고 집주인의 임대료 인상 요구에 월세부담은 늘어나고 있어 임차가구를 벗어나지 못하는 서민들의 고통이 무거워 지고 있다. 세계 인권선언 제25조 1항에는 ‘모든 인간은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위해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주택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필수 재화라는 의미이다. 이러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주택 저소득층에게는 주택이 예나 지금이나 고통의 뿌리가 되고 있다. 주택은 공공성이 있는 보편적 가치를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하나의 상품으로 거래되고 있다. 주택에 대한 국가의 정책과 국민의 인식이 주택의 보편성과 상품성 중 어느 쪽에 무게 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주택은 우리에게 기쁨이 되기도 하고 고통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주택에 대한 정부의 정책방향이나 국민의 인식은 주택의 보편적 가치 보다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여겨 왔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기에는 수급 불균형으로 주택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이러한 시기에는 어렵게 마련한 주택이 자산축적의 밑천이 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계자산의 80%이상이 부동산이며, 부동산 자산의 90%이상이 주택이기 때문에 주택에 대한 국민의 몰입도가 매우 높다.

-이제 주택이 부족하던 기나긴 시기가 지나가고 양적 부족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고 있다.

주택에 대한 정책 무게중심과 국민의 인식도 변화가 필요한 시기에 접어들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주택정책의 방향과 인식은 변하지 않고 있다. 최근의 주택정책 특성을 보면 거래활성화를 통해 주택가격의 상승을 유도하고 주택의 상품적 가치를 보전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물론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주택시장 침체는 바람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경기활성화의 정책목적과 목표치가 분명하지 못한 점이 있다. 작년 주택거래량을 보면 100만건을 넘어 섰다. 그러나 이에 상응하는 주택가격상승률은 2%이하에 불과했다. 과거에는 100만건 정도가 거래될 경우 주택가격이 폭등하는 과열양상을 보였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실수요에 근거한 주택거래와 시장가격 형성이 주택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주택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들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제 주택정책은 안정기에 맞는 정책목표와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시장의 여건 변화는 국민들에게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꾸도록 요구하고 있다.

주택이 더 이상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아직 주택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러한 가운데 주택시장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시장의 변화와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시민의식과의 갈등이 사회적 고통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더 이상 주택은 재테크 수단으로서 사는 것이 아닌 편안한 안식처로서 사는 곳이라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자기 능력으로 주택을 마련할 수 없는 계층에게는 장기적으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주택을 제공해야 하며, 자가 능력이 있는 계층에게는 가족의 주거안정을 위해 직접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마련하도록 정책지원 방안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또한 주택만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주거와 생활을 공급하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국민들이 주거안정을 누리며 개인의 삶과 커뮤니티를 증진해 나가도록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국민들도 주택에 대한 과도한 투자 보다는 행복을 추구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주거의 안정과 생활의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가 주택으로 인한 고통의 뿌리를 서서히 사라지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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