돔페리뇽은 어쩌다 지금의 돔 페리뇽이 되었나

[공감신문 교양공감] 최근 클럽 버닝썬 논란과 잇따른 사건 보도가 전 국민을 충격에 빠진 가운데, 또 하나 놀라운 것이 있었다. 바로 주류 가격. 더 정확히는, 클럽에서 판매되는 샴페인의 가격이다! 

클럽 문화나 샴페인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겐 이름부터 생소한 브랜드의 주류들. 샴페인이 저렇게 비쌌었나, 또 처음 듣는 이름의 저 술은 왜 비싸지? 하셨으리라. 그렇다면 과연 이 샴페인들은 어떻게 탄생했으며, 이 먼 곳 대한민국 강남의 밤을 점령하였나. 

샴페인, 그 탄생은 우연이었다

Dom Pierre Perignon (퍼블릭 도메인)

이 대단한(?) 탄생비화를 알기 위해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자. 1668년, 피에르 페리뇽이라는 수도사가 베네딕트 수도회 소속 오비레 수도원에 부임하게 된다. 수도원에선 미사에 쓸 포도주를 담가두곤 했었는데, 피에르 페리뇽이 이를 관리하게 된 것이다.

1693년 8월 4일, 그날은 역사의 시작이었다. 피에르 페리뇽은 평소와 같이 포도주를 관리하기 위하여 창고를 찾았다. 그런데 갑자기, 쌓아두었던 포도주 중 한 병이 ‘펑’ 터지는 게 아닌가! 이미 발효가 끝난 와인들이, 요즘과 같이 날씨가 따뜻해지던 시점에서 2차 발효를 시작해 안에서 기포가 생긴 것이다. 이에 압력을 못 이긴 와인 병이 결국 펑, 터지게 된 것. 피에르 페리뇽은 그 날 이후, 이 포도주를 연구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스파클링 와인의 시작이었다.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뭐가 다르지?

샴페인은 스파클링 와인, 즉 발포성 와인 부류에 들어가는 술이다. 본디 와인의 본고장이라 불리는 프랑스의 샴페인(샹파뉴) 지역에서만 생산된 포도를 전통적인 양조법에 따라 제조된 것만을 일컫는다. 

전 세계의 샴페인은 누가 마시나?

프랑스에서 생산되는 고급 샴페인의 절반은 수출로 소비된다! 전 세계에서 소비가 가장 많은 나라는 영국이며, 미국과 독일 역시 대표적인 샴페인 소비국이다. 한국 역시 연간 약 60여 만 병을 수입하고 있다. 

돔페리뇽은 어쩌다, 돔 페리뇽이 되었나

무려 1973년도 빈티지의 돔 페리뇽 = 지해수 인스타그램 @haesoogood

눈치가 빠르셨다면 아셨겠지만, 돔페리뇽은 샴페인의 기원과 함께 소개했던 피에르 페리뇽의 이름을 땄다. 이후 피에르 페리뇽은 좋은 스파클링 포도주에 대한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돔페리뇽은 빈티지가 높은, 즉 장기 숙성하지 않는 다른 포도주에 비해 가격이 비싼 편이다. 높은 품질과 함께 높아진 네임 벨류 때문이다. 정통성과 더불어 품질이 높은 술임이 분명하지만, 최근에는 아시아권 국가에서 고급 파티의 ‘대명사’가 되며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요즘 그 술, 아르망디는?

정확한 이름은 아르망 드 브리냑이다. 일부에서 돔페리뇽을 ‘돔피’로 부르듯, 애호가들은 아르망 드 브리냑을 ‘아르망디’라 짧게 줄여 부르기도.

아르망 드 브리냑을 들고 있는 제이지와 함께 자리한 비욘세 = FORTUNE지

아르망 드 브리냑은 다른 여타 샴페인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에 속한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제이지와 비욘세 커플의 영향이 매우 컸다! 제이지의 곡<Show Me What You Got> 뮤직비디오에서, 당시 가장 힙한 술로 일컬어지던 크리스탈 대신 아르망 드 브리냑이 포커스가 되었기 때문!

굳이 샴페인별로 맛을 비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이다. 각자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다만 돔페리뇽이 고급 샴페인의 대명사였다면, 요즘 젊은이들에겐 아르망 드 브리냑이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클럽 파티 외에 디너나 칵테일 파티 등에서 사랑받는 샴페인으로는 뵈브 클리코, 모엣 샹동 등이 있다. 

샴페인, 이럴 때에 딱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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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레스토랑에 가면 프로모션이나 이벤트로 샴페인이 나올 때가 많다. 샴페인이 식욕을 자극하는 효과가 기가 막히기 때문!

기포성이기에 가볍고 유쾌한 이미지가 있어, 파티나 클럽 또는 행사장의 웰커밍 드링크(WELCOMING DRINK)로도 많이 쓰인다. 

왜 차갑게 마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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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를 생각해보자. 미지근한 콜라를 상상할 수 있는가? 아마 콜라의 짜릿함을 훅, 떨어뜨릴지도. 

마찬가지다. 기포가 있는 샴페인 역시, 기포의 식감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차갑게 마신다. 국물은 뜨겁게, 밥은 따뜻하게, 샴페인은 차갑게! 온도가 이렇게나 중요하다. 

제대로 칠링된 샴페인을 잘 즐기기 위해서는 샴페인 잔의 다리를 집는 것이 좋다. 손의 체온이 전달되면 샴페인은 금방 미지근해지기 쉽다. 

샴페인을 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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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의 코르크는 일반 와인의 코르크보다 두껍다. 펑! 터지면서 탄생한 와인답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금박+철사와 같은 안전장치가 있다. 

그러나 다른 와인들과 달리 오프너가 필요하진 않다. 안전장치를 제거한 후, 엄지로 코르크를 누르면서 천천히 따주면 된다. 

기포가 매우 강하므로 최대한 흔들리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자칫하다간 아까운 샴페인을 다 소비해버릴지도! 다른 와인보다 리치한 형태의 보틀을 가지고 있지만, 은근 몇 잔 나오지 않는 것 역시 샴페인의 남다른 매력(?)이다. 

생일이나 축하할 만한 일, 파티에서 마시는 술의 대명사답게, 샴페인 애호가들은 ‘뭐 좀 흘리면 어때?’라며 그 역시 술맛으로 치는 여유를 보이기도 한다.  

마시다 남은 샴페인, 아까워서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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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클링 와인인 샴페인. 남으면 기포가 다 날아가는 것 아니냐고? 기포가 날아가면 샴페인이 아니잖아! 그렇다. 하지만 개봉 시의 상태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맛을 유지시킬 수는 있다. 냉장고 보관 시 병 입구에 금속 숟가락을 꽂아두면 된다!

이는 샴페인 이외에도 콜라나 사이다 등 기타 발포성 음료 보관 시에도 유용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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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페인은 우연과 함께 탄생했다. 하지만 당시에 피에르 페리뇽과 같은 인물이 없었다면 과연 지금 우리가 즐기는 샴페인의 맛과 정통성이 가능했을까. 아니면 피에르 페리뇽이 평소 착한 일을 많이 해서, 신이 ‘펑!’하며 깜짝 선물을 준 걸지도! 

와인의 코르크보다 두텁지만 왠지 가벼운 샴페인은 마치, 사회적 성공을 이룬 유쾌한 중년 같기도 하다.

주종을 막론하고 어떠한 술이든 어울리는 분위기와 사람, 적절한 안주와 온도, 그리고 각자의 주량에 맞게 즐긴다면, 일상 속 달콤하고 편한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술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스스로 취하는 것이라’는 명심보감에 쓰인 말처럼- 자신의 행동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진짜 어른’다운 음주를 즐겨야할 것이다.

이번 주말, 수고한 스스로를 위하여 샴페인을 한번 맛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샴페인의 청량감이 피로한 감정을 싹, 날리는데 도움을 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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