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의 장애인 복지부터 현행 장애인복지법, 스웨덴의 장애인 복지 정책까지

[공감신문] 권지혜 기자=’복지’는 현대인이 즐겨 쓰는 표현이다. '복지가 좀 더 나아졌으면', 그래서 '덜 힘들고 더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입에 자주 올리게 되는 염원의 단어다.

하지만 복지가 ‘더 나은 삶을 향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인 사람들도 있다.

2018년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록장애인은 258만명에 달한다. 생각보다 많다고 느낀다면, 평소 거리에서 장애인을 별로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왜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에게 불편한 곳이므로.

'거리와 사무실에 장애인이 많을수록 선진국'이라는 말이 있다. 선진국을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우리나라의 장애인 복지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허조(1369~1439)

장애인 복지국가 ‘조선’

과거 조선시대에서는 장애인을 단지 ‘몸이 불편해 배려가 필요한 사람’으로 여겼다.

장애를 지칭하는 말 또한 잔질(殘疾), 폐질(廢疾) 등으로, 몸에 남아있거나 고칠 수 없는 병을 일컫는 것들이었다.

현재 상대방을 낮잡아 볼 때 주로 쓰는 ‘병신(病身)’이라는 말은 민간에서 장애인을 지칭할 때 쓰던 것으로, 당시 장애를 ‘병’ 또는 ‘신체적 문제’로만 보았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이것만 놓고 보면 ‘그랬구나’ 할 수 있지만, 동시대에 다른 나라에서 장애인이 받던 대우를 보면 조선과는 사뭇 다르다.

당시 유럽에서는 장애인을 ‘신의 형벌을 받은 사람’이라 여기며 고문하고 사형에 처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마저 ‘장애아를 양육하지 못하도록 법을 제정하라’고 말한 것을 보면, 장애인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이 어느정도 수준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반면 조선의 장애인들은 사회 진출에도 차별을 받지 않았다.

대표적 인물로 세종의 인사참모였던 허조는 10년 동안 이조판서를 역임했다. 그는 몸집이 작고 척추가 굽은 지체장애인이었으나 세종은 그의 능력만을 보았을 뿐 신체적 불편은 개의치 않았다.

조선 후기 명 재상 중 한 명인 채제공 또한 시각장애인이었으나 균역법 제정과 반포에 앞장섰고, 정조를 모시며 여러 개혁을 단행했다. 그는 탕평책을 추진했고 신해통공을 실시해 상업과 경제발전에 크게 이바지 했다.

우리나라에서 ‘불구자’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은 개화기 때로, ‘~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의 일본어 ‘후쿠샤(不具者)’에서 비롯됐다. 이때부터 장애인은 ‘고칠 수 없는 병으로 인해 몸이 불편한 사람’이 아니라 ‘(있어야 할 것을)갖추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언어란, 사고를 지배하기 마련이다.

대한민국 현행 장애인복지법(2019.7.16 시행) / 국가법령정보센터 캡쳐

대한민국의 장애인복지법

‘장애인 복지’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은 간단 명료하다. 대한민국의 현행 장애인복지법(2019.7.16 시행) 제3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장애인복지의 기본이념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을 통해 사회통합을 이루는 데에 있다.’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 참여’와 ‘평등’, 그것이 우리 사회가 아직 갖추지 못한, 이루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다.

지난 7월 개정·시행된 장애인복지법은 이전과 비교했을 때 크게 세 가지가 개선됐다.

그 첫 번째가 ‘장애인 등급제 폐지’다. ‘장애등급제’는 1988년 도입, 장애를 1급~6급으로 구분해 복지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 등급제는 개인의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획일적 기준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개인별 맞춤 서비스 지원을 위해 장애인 등록 심사 결과를 ‘중증 장애’와 ‘경증 장애’ 2단계로만 나눴다.

두 번째는 ‘종합판정도구 도입’이다. 이는 장애인의 서비스 수준을 결정하기 위한 것으로, 개인의 욕구·환경을 포괄적으로 평가한다.

세 번째는 ‘장애인 서비스 누락 발굴 및 연계 강화’와 ‘찾아가는 상담 확대’, ‘장애인 전담 민관협의체 설치·운영’ 등 복지로부터 소외되는 장애인을 줄이기 위한 내용이다.

하지만 현실은 공공기관들조차 장애인 고용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국회의원이 30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공공기관의 부담금 납부 금액이 694억원으로, 181개 기관은 3년 연속 의무고용률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기관들이 3년간 납부한 부담금은 548억원으로, 무려 전체 납부액의 79% 수준이다.

이용득 의원은 “의무고용률 수치 채우기를 위한 임시방편보다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장애인을 고용할 수 있는 적합한 직무를 개발하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복지국가 스웨덴’의 장애인 복지 정책

스웨덴의 장애인 복지 정책은 ‘모든 장애인이 보편적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연금, 의료기구 보조 등의 금전적 지원과 더불어 교육, 주택, 고용 등 전반적 정책이 사회생활을 원만하게 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장애인을 위한 고용법이 따로 없으며, 모든 사업주는 근로환경법에 의거해 장애인 개개인에 적합한 작업조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을 신규 채용하는 고용주에게는 임금보조금이 지원된다.

우리나라에도 장애인 고용장려금이 있다. 2017년 95조원이었던 사업 규모는 올해 125조원에 달했으나, 그만큼 부정수급 적발도 늘었다. 지난 7월까지 적발된 부정수급은 12만건으로, 지난해 대비 2.8배 수준이었다.

/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사회에는 ‘장애인 비하 표현’들이 만연해 있다.

‘벙어리 장갑’의 벙어리는 언어 장애인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예로부터 ‘언어 장애인은 성대와 혀가 붙은 사람’이라는 속설이 전해져 전해 내려온 데서 그 어원을 추측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병신’, 눈뜬장님’, ‘절름발이’, ‘저능아’, ‘앉은뱅이 책상’ 등 셀 수 없는 장애인 비하 표현들이 실존한다.

벙어리장갑의 경우 몇 년 전부터 ‘손모아 장갑’으로 바꿔 부르자는 캠페인이 꾸준히 전개되고 있다. 아직 벙어리장갑이란 표현이 일상적으로 쓰이고 있지만, 그래도 포털 사이트에 벙어리 장갑을 검색하면 손모아 장갑 캠페인들이 눈에 띈다.

‘선진’이란 말 그대로 다른 것보다 앞섬을 뜻한다. 차별을 개선하기 위해 법이 앞서 가봤자, 의식에 뒤에 있다면 나아가지 못한다. 또 선진국이 되기 위해 경제와 문화를 앞세워도 복지가 뒤처진다면, 그 또한 선진국이라 볼 수 없다.

현재 대한민국의 장애인 복지는 어쩌면 조선시대 때보다 뒤처져 있을지도 모른다. 에스컬레이터도 버스도 없던 오래 전, 장애에 구애받지 않고 정계에 진출해 활약했던 조상들이 지금 태어났다면 어땠을지 생각해봄직 하다. 

우리는 복지(福祉·행복한 삶) 국가를 원한다. 나만의 복지를 이룬다 해도, 집 밖으로 나서는 순간 불행한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면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

차별을 방관하지 않고, 법에만 기대지 않고,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개인 의식이 모여 대한민국이 진정한 복지사회, 복지국가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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