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의문의 도장 간담회·용역 진행

▲ 환경부
▲ 환경부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유해물질로부터 국민을 최우선으로 보호해야 할 환경부(장관 조명래)가 돈 때문에 본연의 역할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근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재도장 작업에서 페인트 스프레이건 공법(뿜칠)을 제한했다. 페인트 날림문제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장관이 고시하는 방식’을 통해 이 공법을 다시 허용하려 하고 있다.

 

환경부는 아직 논의단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사실상 확정된 분위기다. 환경부가 재도장 공사비용 상승을 고려해 대안을 마련 중이라는 언론 보도가 나왔고, 같은 시기에 업계에서는 페인트 스프레이건에 방진콘(깔때기)만 씌우면 개정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자연환경 및 생활환경의 보전과 환경오염 방지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중앙행정기관인 환경부가 굳이 공사비용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부는 국민의 건강권 보장, 환경 보호를 이유로 애써 개정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을, 고시라는 뒷길을 통해 엎으려 하고 있다. 이같은 환경부의 행보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점들이 있는지 짚어본다.

 

▲ 조명래 환경부 장관 © 연합뉴스
▲ 조명래 환경부 장관 © 연합뉴스

 

■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왜 개정됐나?

 

환경부 대기관리과 A사무관은 근무 중 여러 민원 전화를 받는다. 극심해지는 미세먼지 때문인지 최근에는 비산먼지 관련 민원이 줄을 잇는다.

 

어느 날 A사무관은 초등학생의 부모라는 민원인의 전화를 받았다. 민원인은 경기도 소재 아파트에서 페인트 도장작업을 하고 있는데, 해당 작업현장에 방진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페인트가 주변에 날리고 있다고 했다.

 

특히, 민원인은 페인트 도장작업 현장이 초등학생인 자녀가 등하교하는 길이라 우려가 더욱 크다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재도장 작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비용이 상승하더라도 방진막을 반드시 설치하겠다고 했다.

 

위 내용은 지난 2018년 환경부 A사무관이 기자에게 직접 전한 민원 내용이다.

 

 페인트 날림 문제
 페인트 날림 문제

 

페인트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은 모두가 인지하던 부분이다. 그런데도 스프레이건 공법에 의한 페인트 날림 문제는 2018년까지도 방치되고 있었다. 이에 국회에서 토론회가 열리는 등 문제 해결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환경부는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시행규칙을 개정하게 됐다.

 

개정안은 스프레이건 공법으로 건물 외벽을 페인트로 칠할 때, 비산먼지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진막 설치를 의무화했다. 영유아, 노약자 등 취약계층 생활시설 50m 이내에서는 붓·롤러방식만 사용하도록 했다. 작업을 진행할 사업자는 지방자치단체 신고 후 비산먼지 방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재도장도 관련 규정을 준수하도록 했다. 

 

■ 도장업계·주택관리사협회 반발, 시행규칙 개정안 유예

 

이번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도장업계와 주택관리사협회의 반발이 컸다. 비용이 이유였다. 방진막을 설치하고, 롤러 방식으로 작업을 할 경우 작업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는 게 이들의 주된 주장이다.

 

환경부는 결국 개정 시행규칙 시행을 유예하기로 했다. 장기수선충당금 부족으로 비용 증가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2021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 환경부의 이상한 용역과 간담회

 

재도장 방진막 설치, 롤러 방식을 둘러싼 잡음은 시행 시기 유예로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문제는 환경부가 페인트 스프레이건 공법을 다시 만지작거리면서 시작됐다. 

 

당초 유해물질 날림 문제가 크다는 지적을 받고 제한된 페인트 스프레이건 공법이 방진콘을 통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문제는 방진콘의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허용하려 한다는 것이다.

 

지난 7월 22일 ‘아파트 도장공사 비산먼지 규제 관련 3차 간담회’라는 자리가 서울역에서 열렸다. 해당 간담회의 목적은 ‘환경부 고시 초안에 대한 이해당사자 의견 수렴’이다. 그런데 실상은 방진콘을 씌운 페인트 스프레이건 허용여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방진콘 허용 문제는 국민 건강권에 큰 영향을 주는 문제다. 그러나 참석자 면면을 보면 핵심 이해 당사자인 국민은 없다. 최소한 시민단체나 환경단체를 참여시켰어야 했고, 간담회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했어야 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환경부와 도장 업계 관련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고, 내용도 외부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 '아파트 도장공사 비산먼지 규제 관련 3차 간담회’
▲ '아파트 도장공사 비산먼지 규제 관련 3차 간담회’

 

또한, 이번 간담회의 목적은 환경부 고시 초안에 대한 의견수렴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간담회 주최가 아니라며 한발 물러서 있다. 그러면서 간담회 참석자 15명 중 1명의 소속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간담회 주최라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을 내놓았다. KEI는 환경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기관일 뿐이다. 그런데 어떻게 환경부가 아닌 KEI가 간담회 주최가 된 것일까. 

 

또 다른 문제는 앞선 1차, 2차 간담회가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같이 중대한 일을 비공개로 진행하고 간담회 내용 역시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간담회 자료를 얻을 수 있다고 해 청구했지만 거절당했다. 환경부와 KEI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1차, 2차 간담회 공개를 피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3차 간담회에서 공개된 KEI의 실험결과에 있다. 환경부의 연구용역을 수행한 KEI는 페인트 스프레이건에 방진콘(깔때기)만 씌우면 날림 방지 효과가 크다는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방진콘만 있으면 방진막을 설치하지 않아도 되고, 롤러 방식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지난 2018년 환경부가 다수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KEI의 실험 결과로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환경부가 능력이 없는 것인지, KEI가 뛰어난 것인지는 모를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방진콘 하나로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무용지물이 되게 생겼다.

 

특히, 방진콘은 지난 2018년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 개정 당시 논의됐던 방법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특별히 주목 받지 못했는데, 대기환경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유예되고 난 뒤부터 주목받고 있다.

 

KEI의 실험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KEI가 진행한 실험이 재도장 작업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진행됐다. 또한, 방진콘이 비산방지에 효과가 있다는 결론도 명확히 도출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방진콘으로 페인트 날림 방지 효과를 얻으려면 작업자가 몇 가지 수칙을 지켜야 한다. 그런데 고공에서 줄 하나에 매달려 일하는 작업자가 그 수칙을 지키기는 어렵다. 결국, 방진콘의 페인트 날림 방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해당 영상은  페인트 뿜칠 문제를 촬영한 정거배TV의 유뷰트 영상이다.

 

■ 환경부, 국민 건강권 보장과 환경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아야

 

물론 아파트 도장공사 비산먼지 규제 관련 3차 간담회에서 방진콘 방식만 논의 된 것은 아니다. 여러 방식이 논의됐고, 고려됐다.

 

하지만 방진콘은 페인트 스프레이건에 씌우기만 하면 된다. 편리하고, 저렴하다. 환경부 장관 고시에 방진콘 방식이 포함되면 업계는 저렴하고, 편리한 방식인 방진콘만 찾을 수밖에 없다.

 

공감신문은 고시 진행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환경부 담당자에게 연락했지만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KEI 담당자 역시 “아직 논의 중이다.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방진콘에 대한 의구심이 크다. 환경부 고시에 방진콘이 포함될 경우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더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용역 다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용 등 어떤 문제도 국민의 건강권 보장과 환경 보호라는 가치보다 결코 우선할 수 없다. 아무리 경제적 효과가 뛰어나다고 해도 코로나19 방역지침을 무시할 수 없는 것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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