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장 등 관료 출신 하마평

▲ /픽사베이
▲ /픽사베이

[공감신문]염보라 기자=금융을 둘러싼 업황이 녹록지 않자 주요 금융협회를 이끌 적임자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새 은행연합회장에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생명·손해보험협회장 자리에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소비자 보호 기조 강화, 빅테크 기업의 금융업 진출 등 애로사항이 산적해 있는 상황에서 정부와 당국을 상대로 업계의 의견을 관철할 '힘 있는 수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이 경우 낙하산 인사에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왔던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비판에 부딪힐 수 있다. 금융소비자연대는 일찍이 "정부 낙하산인 관피아·모피아 출신과 정치인 선임을 반대한다"는 공식 입장을 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달 5일 김용덕 손해보험협회장을 시작으로 30일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12월 8일 신용길 생명보험협회장의 임기가 각각 만료된다.

손보협회는 일찍이 김성진 전 조달청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강영구 메리츠화재 사장(전 금감원 부원장보), 유관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등 4인의 후보군을 완성했다.

지난 27일 회장추천위원회 2차 회의에서 결정한 후보자 명단에는 진웅섭 전 금융감독원장도 포함돼 있었으나, 진 전 원장이 끝내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김용덕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쏠렸으나, 김 회장 역시 "연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명확히 하면서 후보에서 제외됐다.

업계는 정지원 이사장과 김성진 전 청장, 강영구 사장의 '3파전'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정 이사장의 경우 공직자윤리법의 취업제한 규칙이 발목을 잡는다. 현직 공직자윤리법은 고위공직자가 퇴직일로부터 3년 이내에 퇴직 전 부서의 업무와 관련 있는 기업 또는 협회에 취업하지 못하게 돼 있다.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거래소 이사장의 업무와 보험업의 관계성을 어떻게 볼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은행연합회장 차기 후보로는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과 민병두 전 국회 정무위워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대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등이 언급된다.

특히 은행권이 주목하는 인물은 민병두 전 의원과 최종구 전 위원장이다. 민 전 의원은 19대·20대 국회에서 정무위원·위원장을 지내면서 금융 현안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최 전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SGI서울보증 대표이사, 한국수출입은행장, 금융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두루 거친 바 있다.

차기 생보협회장 하마평에도 진동수 전 금융위원장, 진웅석 전 금감원장,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전 국회의원)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이 대거 오르내리고 있다. 신용길 현 회장의 연임도 규정상 가능하지만, 업계는 연임보다 교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생보협회는 내달 초 회추위를 꾸려 차기 회장 선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주요 금융협회의 차기 수장으로 관료 출신 인사들이 언급되자 일각에서는 '낙하산 논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그동안 금융 노조는 '관피아(관료 출신 인사)'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금감원 노조는 지난 6월 김근익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금감원 부원장(총괄·경영 담당)에 임명되자 "모피아는 안된다"며 반발했고, 서울보증보험 노조 역시 유광열·서태종 전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하마평에 오르자 "우리 회사 사장 자리는 권력자들의 전리품으로 취급됐다"며 반대 성명을 냈다. 

손보협회장 후보에 이름을 올린 정지원 이사장 또한 2017년 거래소 이사장 최종 후보에 오르면서 노조의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은 지난 29일 공식 입장자료를 내고 "관피아·모피아 출신이 금융협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반할 뿐만 아니라 금융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지양해야 할 구태”라며 "본인들이 스스로 후보에서 사퇴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공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