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질 위기 처한 국내 경마·말산업...왜 경마만 오프라인에 갇혀야 하나

[공감신문] 박진종 기자=‘토토’라는 표현을 더러 들어봤을 것이다. 강아지 이름 같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체육진흥투표권‘을 통용하는 단어로 쓰인다. 체육진흥투표권은 운동경기의 결과를 적중시킨 사람에게 환급금을 교부하는 표권이다.

 

체육진흥투표권을 살 수 있는 운동 경기는 다양하다. 인기 종목인 축구, 야구, 배구, 농구 등이 해당하며, 국내와 해외를 가리지 않고, 국가대표 경기에도 베팅할 수 있다.

 

특히, 온라인을 통해서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베트맨(betman)이라는 사이트에 가입해 인증 절차를 거치고, 계좌만 연결하면 손쉽게 경기에 베팅할 수 있다. 

 

일부는 체육진흥투표권이 사실상 도박이지 않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체육진흥투표권은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에 따라 발행 회차별 1인당 총투표금액을 10만원 이하로 제한힌다. 특히, 인터넷 발매 사이트인 ‘베트맨’에서는 회차당 1인 5만원, 1일 6회차까지 구매 가능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운영되는 체육진흥투표권 사업은 불법 도박을 근절하는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코로나19로 비대면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온라인 운영도 적절하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경마는 아직도 온라인으로 진출하지 못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언택트(Untact) 바람이 부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경마는 오히려 퇴보하는 형국이다.

 

■ 사라질 위기 처한 국내 경마·말산업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온라인 마권(馬券) 발매제 도입의 쟁점과 향후 과제’라는 주제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국내 경마의 손실이 매우 큰 상황이다. 국내 경마는 올해 2월 23일 이후 중단됐다가, 지난 6월 19일부터 무관중 경기로 시행되고 있다.

 

한국마사회 자료를 기준으로 경마 중단에 따른 매출 손실액은 올해 3월, 한 달에만 8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손실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위기의 국내 경마·말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마권 도입이 필수적이며, 시급하다. 그러나 도박중독 확산, 사행성 조장 등 부작용 우려로 인한 도입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체육진흥투표권 온라인 발매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온라인으로 경기에 베팅하는 제도가 반드시 문제를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 무관중으로 운영되는 경마 경기
▲ 무관중으로 운영되는 경마 경기

 

■ 온라인 마권 발매제, 불법 경마 근절에 효과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를 보면, 온라인 마권 발매제가 오히려 불법 사설경마 수요 억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불법 경마 매출은 약 6조9000억원이다. 특히, 불법 경마 매출 중 온라인 불법 경마가 약 6조2000억원으로 전체 불법 경마 매출액의 약 91%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불법 경마로 인한 조세 포탈규모는 2016년 기준 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특히, 국내 경마가 중단된 뒤, 불법사설경마 사이트들이 외국 경마 영상과 배당률 정보를 활용해 불법 배팅을 계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경마 중단으로 불법 경마가 확정된 것이다.

 

불법 경마에서 온라인 비중이 높은 이유로는, 현행 ‘한국마사회법’에 따른 경마장(본장)과 장외발매소 등 오프라인 구매 제도의 불편함이 중요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온라인 마권 발매제가 도입되면 불법 경마를 근절할 수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불법 사설경마 이용자 중 약 70%가 합법 온라인 경마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사설경마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 미국과 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불법경마를 포함한 불법적인 온라인 도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합법적인 온라인 베팅제도를 도입했다.

 

■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 늦어지면 농어촌 관련 재정수입에 지장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이 늦어질 경우, 축산발전기금 등 농어촌 관련 재정수입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한국마사회는 매년 경마수익금의 일부인 특별적립금의 70%를 축산발전기금으로 납입해 국내 축산정책의 재원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경마 중단과 마사회의 손실이 지속될 경우, 축산업 등 다른 분야로 부정적인 영향이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은 경마·말산업을 넘어, 축산업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하다.

 

■ 국회 입법 상황은?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을 위한 다수의 법안들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승남 국회의원과 같은 당 윤재갑 국회의원·국민의힘 정운천 국회의원이 각각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정운천 국회의원은 공감신문과 통화에서 “온라인 마권 발매제의 도입의 필요성은 명확하다. 불법 도박 근절, 세수확보, 장외발매소로 인한 사회적 갈등 해소, 국내 경마·말산업의 생존을 위해서 온라인 마권 발매제는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일부 시민단체와 농림축산식품부가 우려하는 부분도 반드시 해결돼야 한다. 마사회는 온라인 마권 발매제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의 개선안을 서둘러 확보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도 세계적 흐름에 맞춰 온라인 마권 발매제를 이제는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남 국회의원은 가장 먼저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법안을 발의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승남 의원실 관계자는 공감신문과 통화에서 “법안 발의에 이어,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온라인 마권 발매제 도입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알렸다.

 

김승남 의원은 지난 8월 온라인 마권 발매 허용법을 발의하며, “온라인 마권 발매에 우려의 목소리가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 및 말산업 피해 최소화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다. 매출 총량을 초과할 땐 마권 발매를 일시 중단하고 장외발매소를 축소하는 등의 조치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는 아사(餓死) 직전에 몰린 국내 경마·말산업과 축산업을 위해서 온라인 마권 발매제 입법에 더욱 속도를 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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