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 갈무리문학회(회장 임호상)가 네 번째 동인지 『여수, 맛에 물들다』(시인동네)를 발간했다. 

 

이번 동인지는 천만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여수의 맛과 맛집들을 직접 발로 뛰어 경험하고 시로 형상화시켰다. 12인의 시인, 소설가의 미각을 감각적인 언어로 만나볼 수 있는 ‘맛 기행’ 보고서라 할 수 있다.

 

김민영, 박해미, 박혜연, 서수경, 성미영, 송정현, 우동식, 이생용, 임호상, 최향란, 하병연, 황영선 등 갈무리문학회 시인과 소설가는 지난 2년간 여수의 맛을 찾아다녔다.

 

신병은 시인은 추천사를 통해 “톡 쏘는 성질 급한 돌산 촌놈의 맛, 꼬리 흔들며 세상 입맛을 호리는 맛, 아름다운 순간의 맛, 내 마음의 스위치를 켜는 맛, 별자리 같은 맛, 먼 데서 찾아온 오랜 사랑의 맛, 호모사피엔스를 진화시킨 맛, 언뜻 언뜻 꽃처럼 웃으시는 어머니의 맛, 여자만 옆구리를 간질이는 맛, 오랜 역사를 소환하는 맛, 잘까? 하고 짧게 찔러보는 그 밤의 맛, 물때를 기다리는 가슴으로 버무린 맛의 교집합이다”고 했다.

 

그러면서 “연초록 맛이고 햇살 맛이고 바람 맛이다. 유추의 맛이고 은유의 맛이고 통섭의 맛이다. 노자의 무위자연의 맛이다. 장자의 소요유의 맛이다. 맛의 틀을 버린 무소유의 맛이다. 여수의 맛이다. 열두 명의 〈갈무리〉가 차린 맛있는 맛의 식탁이다”고 말했다.

 

갈무리문학회 임호상 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1300만 관광객이 찾아오는 여수의 매력은 무엇일까. 여수 밤바다, 낭만포차, 향일암, 오동도일까. 금오도, 손죽도, 하화도, 개도 등 365개의 섬, 아님 바다가 보이는 멋진 카페와 펜션들일까. 이 모든 것들 하나 하나가 다양한 매력을 지니고 있지만 그중의 절반은 아마 여수의 맛있는 음식일 것이다. 여수는 다양한 어종이 잡히는 곳이기도 하지만 싱싱한 해산물이 매일 공급되고 있으니 어디를 가도 모두 맛집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어 “갈무리문학회는 『여수의 바다는 달고 푸르다』 첫 동인시집에 이어 여수 섬 기행 시집, 사찰 기행 시집 그리고 네 번째 맛 기행 작품집을 2년 전부터 준비해왔다. 그렇게 2년간을 여수의 맛을 찾아다닌 것이다. 우리는 모두 살들이 올랐다. 덕분에 시의 속살들도 함께 올랐다”고 했다.

 

임호상 회장은 “싱싱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나면 내면에서 감탄을 한다. 오래도록 골목 식당에서 맛을 지키고 있는 이름들; 민숙 씨, 영금 씨, 경수 씨, 영애 씨, 양순 씨, 봉천 씨, 그리고 허리가 굽어 보이지 않는 경숙 씨…… 그 뒤에 숨어 맛을 지켜내는 수많은 찬모님 5평, 10평 작은 공간을 지키는 숨은 고수들이 곳곳에 있다는 걸 알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맛 기행을 통해 여수의 다양한 음식들을 만났다. 도다리쑥국, 서대회, 장어탕, 하모샤브샤브, 낙지볶음, 갈치조림, 전어회, 간장게장, 새조개무침, 계동뼈꼬시, 섬마을 밥상, 금풍쉥이, 굴구이, 갓김치 등등 맛의 도시 여수의 내장을 모두 들여다보았다. 뼛속 깊이 숨겨진 살들도 건드려보았다. 날것으로, 그냥 먹어도 맛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임 회장은 “이제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로 한 상 푸짐하게 차리게 됐다. 다들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편, 갈무리문학회는 1986년 여수 출신 스무살 문학청년들이 결성해 오늘의 장년이 되기까지 34년간 시인의 꿈으로 이어온 문학모임이다. ‘좋은 글을 다듬고 차곡차곡 저장하자’는 뜻으로 ‘갈무리’라는 이름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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