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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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신문]염보라 기자=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정례회의를 열고 현 0.50% 수준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7,8,10월에 이은 네 차례 연속 동결이다. 저금리 기조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확대되고 있으나,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을 감안할 때 당장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마이너스(-) 1.1%를 전망, 직전 전망치(-1.3%)보다 0.2%포인트(p) 상향 조정했다. 다만 이는 '사회적 거리두기 1.5~2단계'를 전제한 것으로, 한은은 거리두기 2.5단계 시행 시 성장률 역시 소폭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 안정적 답안 선택한 한은, 기준금리 0.50% 유지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다음 통화정책방향 결정까지 기준금리를 현 수준(0.50%)에서 유지해 통화정책을 운용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시장은 일찍이 기준금리 동결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1~17일 채권업계 종사자 2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98명 중 96명(98%)은 이달 기준금리 동결을 점쳤다. 경기 회복세를 뒷받침하기 위해 금리 조정보다는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이런 기조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실효하한(현실적으로 내릴 수 있는 최저 금리 수준)'이 발목을 잡는다. 앞서 금통위는 3월 '빅컷(1.25%→0.75%)에 이어 5월 추가 인하(0.75%→0.5%)를 단행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미국연방준비제도(연준·Fed) 기준금리와 격차는 0.25~0.50%포인트(p) 수준으로 좁혀졌다. 미국보다 한국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면 외국인 자금이탈 등 부작용이 극대화될 수 있다.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한은은 빈틈 없이 일축했다.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의 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때는 금융안정 상황이나 한계기업의 구조조정 지연 등 문제도 보지만, 거시경제도 우선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거시경제 여건을 보면 경제가 저점을 지나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회복세가 어떻게 될지 아직은 불확실하다. 회복 시기나 강도는 코로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완화 기조를 거두어드릴 순 없다"고 강조했다.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는 금리 인상 결정을 부추기는 요소지만, 한은은 당장의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GDP를 웃도는 수준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 가계채무상환 능력에 부담을 주고 가계소비를 제약하고 궁극적으로는 거시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년에는 경제가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며 아직은 금융기관의 손실흡수능력도 양호하기 때문에 당장의 리스크를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결국 해답지는 '동결' 하나만 남은 셈이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 성장률 전망치 0.2%p 상향… 2.5단계 때는 조정 예고

올해 GDP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1.3%)보다 소폭 오른 -1.1%를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 역시 3.0%로, 종전 2.8%에서 0.2%p 높였다.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은 여전하지만, 수출과 설비투자 개선 흐름이 그것을 넘어설 만큼 '긍정적 효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총재는 "올해 전망치를 8월보다 상향 조정한 건 올해 수출과 설비투자가 당초 예상보다 나은 흐름을 보이고 3분기 실적이 실제 양호하게 나타난 점을 반영한 것"이라며 "내년의 경우에도 코로나 재확산세가 나타나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흐름이 개선되는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회복되고, 이에 따라 국내 설비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본다. 이런 하나의 흐름을 예상해서 내년도 전망에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요약하면, 코로나 재확산의 부정적 영향이 여전히 크지만 어느 정도 부정적 영향을 넘어설 만큼 수출이 생각보다 더 나을 것으로 봤다"면서 "이게 성장 전망치를 높인 주된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성장률 전망치는 사회적 거리두기 1.5~2단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거리두기 조치 확대 시 성장률도 다시 하향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총재는 "우리가 본 것보다 확진자 수가 확대되고 (거리두기) 조치가 강화되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큰 폭의 상황 변화가 있다면 제시한 전망치는 그에 따라 수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한은은 2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로 제시했다가 3월 2.1%, 5월 -0.2%, 8월 -1.3%로 내려잡은 바 있다. 마이너스 성장은 1998년 IMF 외환위기 이후 22년만이다.

 

◇ "금융위와 갈등 죄송"… 간담회 이모저모

한편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정책목표에 '고용안정'을 추가하는 내용을 놓고 "기대효과와 제약요인에 대해 충분한 논의를 거쳐서 판단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된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내년도 국고채 2년물 발행을 예고한 데 대한 한은의 대응책에 대해서는 "국고채 2년물이 발행돼 통화안정증권 수요가 구축되면 단기 유동성 조절 수단을 펴야할 것이다. 지금은 활용 비중이 상당히 낮은 편인데 이걸 확대하고, 필요 시 통안증권의 새로운 만기물 발행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알렸다.

이 총재는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내용 중 '전자지급거래청산업'을 놓고 금융위원회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 한은 수장으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전자지급거래정산업은 핀테크의 결제 행위을 금융결제원 시스템에서 처리하도록 의무화 하고, 금융위가 이를 포괄적으로 감독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그는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양 기관이 특정 이슈를 두고 갈등을 보이는 상황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다만 "지급결제 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건 중앙은행의 태생적 업무이자 고유 기능이다. 다른 나라도 예외는 없다"면서 "지급결제 시스템은 안정성이 핵심인데, 핀테크 내부거래까지 처리하게 되면 시스템 안정성이 아무래도 저하되지 않겠는가. 여기에 포괄적 감독권까지 갖겠다는 건 지나친 규제라고 보는 것"이라고 갈등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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