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입시의 역사부터 자사고 입시, ‘고교학점제’까지

[공감신문] 권지혜 기자=최근 서울 자사고 8곳이 재지정에 탈락하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2015 개정교육과정 도입 이후 일반고도 자사고와 같은 수준의 자율성을 갖게 돼 존속 필요성을 재고하는 목소리가 이어져 왔다.

6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언론을 통해 “이제 자사고는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는 뜻을 밝혀 자사고 학부모들의 반발을 샀다.

지정취소된 자사고의 학부모들은 광화문광장과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반대집회를 열기도 했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사고·특목고 폐지’. 과연 가능할까? 이뤄진다면 무엇이 달라질까?

오늘 시사공감에서는 자사고·특목고에 대해 알고 대한민국 교육의 현주소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대한민국 입시의 역사

‘입시’란 입학시험의 줄임말이다. 자사고 입시는 성공적 대학 입시를 위한 과정 중 하나로,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한민국은 한마디로 ‘입시 전쟁’을 치르고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 학교를 ‘무한경쟁의 장’으로 만든 대학 입시는 과연 언제부터 시작됐을까?

광복 직후인 1946년부터 1953년까지 대학들은 단독시험제를 통해 학생을 자율적으로 선발했다. 이후 1954년에는 ‘대학입학연합고사’라는 게 생겨 이를 통과해야만 대학별 고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다 1964년부터는 또 사라져 대학별 단독시험제가 유지됐다.

1969년부터 예비고사와 본고사가 생겼고, 본고사가 일시적으로 폐지됐던 1981년을 제외하면 두 고사를 통과해야만 대학에 갈 수 있었다.

1982년에는 ‘학력고사’와 ‘대학별 고사’로 학생을 선발했다. 1987년까지는 학력고사 점수를 확인한 후 이에 맞춰 대학을 지원했고, 1988년부터는 원하는 대학을 모집 전기와 후기에 한 곳씩 지원하고, 지원한 대학교에서 시험을 쳤다. 때문에 학력고사 시대는 ‘선지원 후시험 시대’라고도 불린다.

1994년, 드디어 우리가 아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탄생했다. 학력고사는 폐지됐으며 입시 기간에 따라 가·나·다군으로 모집단위가 변경됐다. 1997년에는 정부의 ‘본고사 금지’ 정책에 따라 대학별 고사 대신 논술, 면접 등을 치뤄 입시에 반영하게 됐다.

‘자사고’란?

자사고란 ‘자율형 사립고등학교’의 줄임말로, 2010년 이명박 정부가 기존의 자립형 사립고를 발전시켜 도입한 모델이다.

자사고는 정부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 게티이미지뱅크

자사고는 정부의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교원 인사, 학생 선발 등을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학교별로 개성있는 교육과정을 실시할 수 있다.

자사고 지정은 교육감이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 결정한다. 지정 후에도 5년마다 평가를 거쳐 재지정과 취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자사고는 정부의 지원 없이 등록금과 재단 전입금으로 운영되며, 등록금은 일반고의 3배 수준까지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입 못지 않은 ‘자사고 입시’

‘자사고’의 입시 준비과정은 여느 대입 준비과정 못지 않다. 자사고 입시를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내신, 생기부, 자소서, 면접으로 나눠진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생으로 산다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다. / 게티이미지뱅크

내신의 경우, 올 A를 지향한다. 국영수사과 외 예체능도 예외는 없다. 전교 등수를 감안한다면 무엇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사고 입학생들은 내신 만점자가 대부분이다.

생기부는 ‘생활기록부’의 준말로 출결, 교내활동, 봉사활동, 대외활동 등 공부 외적인 것을 어필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다. 성적이 비슷할 시 생기부로 합격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입시생들이 은근 공을 들이는 부분이다.

자소서는 보통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쓰기 시작한다. 공부처럼 답이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부분 중 하나다. 온라인 첨삭 사이트에는 ‘고입 자소서 첨삭 서비스’가 따로 있을 정도다.

어찌어찌 면접까지 치르고 나면 배치고사라는 최종 관문이 남아 있다. 자사고 배치고사는 대부분 난이도가 매우 높은 편으로, 3년동안 위의 항목들을 준비했어도 배치고사에서 떨어지면 끝이다.

자사고에 합격해도 숨 돌릴 틈은 없다. 이제 본격적인 대입 준비에 들어갈 차례다. 대한민국에서 입시생으로 산다는 것은 참 고달픈 일이다.

‘자사고 폐지’와 ‘고교 학점제’

현재 한국은 ‘영재학교’와 ‘자사고’, ‘특목고’가 성적이 좋은 아이들을 데려가고, 나머지 학생들이 ‘일반고’로 진학하는 구조로, 대학을 넘어 고등학생조차 불평등하고 부조리한 시선을 받게 됐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 ‘자사고 특목고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아 현재 추진 중에 있다.

17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자사고 재지정 탈락에 항의하는 상산고 학부모들

정부는 고등학교에서도 대학처럼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선택해 들을 수 있는 ‘고교 학점제’를 2022년부터 부분 도입, 2025년부터 전면 시행할 예정이다. 학생이 선택한 과목은 학기마다 누적되고, 문과와 이과의 경계도 사라진다.

자사고가 폐지돼도 재학생들에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없다. 기존의 방식대로 수업을 듣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다. 폐지로 인한 변경 사항들은 새로 입학하는 학생들부터 적용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자사고가 일반고로 전환돼도 ‘고교학점제’와 선택교육과정인 ‘개방·연합형 종합캠퍼스 교육과정’으로 다양하고 특색 있는 학교 운영과 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전망했다.

/ 게티이미지뱅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의뢰로 외고·자사고 존폐에 관한 여론조사를 한 결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52.5%,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7.2%,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20.3%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모두 평등한 사회’란 참 이상적이면서도 불가능한, 마치 허상 같은 존재다. 하지만 ‘지금보다 평등한 사회’는 분명 있다. 내가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상대방이 모르는 것을 알려주며 함께 나아갈 수는 있다. 이것도 이상적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청소년들은 ‘평등 사회’는 아니더라도 ‘어제보다 조금 더 평등한 사회’를 지향하는 어른으로 자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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